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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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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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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

-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I.

II.

III.

IV.

Ⅴ.

VI.

VII.

들어가는 말

이론적 기반-예술지원정책과 자원배분의 효율성 우리나라 예술시장의 현황

우리나라의 예술지원정책

문제는 예술결핍인가 아니면 공급과잉인가?

예술지원정책의 부작용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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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문초록]

이 논문의 기본주장은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좀비 예술가’들을 양 산한 정책실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서는 대다수 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 지원의 ‘정당성’에 관한 질문과

‘적정 수준’에 관한 질문은 전혀 별개의 차원이다. 문화부의 통계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향수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이를 소비자주권 관점에서 보면 예술의 적정 수요량보다 훨씬 더 많은 과잉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원금 확대는 자원의 비 효율적인 배분이요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예술에 대한 국가지원은 오히려 줄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보조금 확대는 더 많은 예술가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공급과잉 및 예 술가 수입감소를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국가지원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 다. 예술에 대한 공적지원의 적정 규모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때이다.

[ 주제어 ] 예술지원정책, 예술의 수요·공급, 예술보조금의 악순환

김정수

투고일: 2015.6.3. 심사일: 2015.7.8. 게재 확정일: 2015.8.15.

김정수_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

-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

* 이 논문은 한양대학교 교내연구지원사업으로 연구되었음(HY-2014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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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을 많이 늘리는 것은 좋은 정책일까? ‘문화융성’을 화두로 내세우며 출 범한 박근혜 정부는 그 실천전략의 하나로 ‘문화재정 2% 확보’를 천명하였다. 문화예술계로서는 당연히 좋은 정책방향이라고 환영할만한 선언이었다. 그런데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정말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화재정 확대의 정책적 타당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 즉, 지금까지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이 충분치 못하였으며, 앞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하면 문화가 더 융성해지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제가 과연 사실일까? 혹시 검증 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 논문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라고 외친 소년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의 민낯을 드러내보이고자 하는 시도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공공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이중 상당 부분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 해 투입되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좀비 예술가’의 양산이라는 사회적 비효용(social disutility)을 초래하였다는 것이 이 논문의 기본 주장이다.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문화예술은 인간에게 소중한 것 인가?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가? 예술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지금보 다 더 확대되어야 하는가? 아마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의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선 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술가가 아니라면, 특히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아마도 더 욱 그러할 것이다. 사실 이 세 질문에 대하여 반드시 일관된 답변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 면 엇비슷해 보이는 질문들이지만 각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전혀 다른 차원의 논리로부터 도출 되기 때문이다.

“예술이 소중하다”는 명제,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명제, 그리고 “예술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명제는 각각 상이한 논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 사이 에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 첫 번째가 예술의 ‘가치(value)’ 및 존재의의에 관한 담론에서 도출되는 주장이라면, 두 번째는 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정당성(justification)’에 관한 논의에서 도출되는 주장이고, 세 번째는 공공 보조금 지원의 ‘적정 수준(optimal level)’에 관한 분석에서 도출되(어야 만 하)는 주장이다. 이 세 가지는 논리적으로 서로 다른 차원의 주장들이다. 설령 예술의 소중한 가 치를 인정한다고 해도 예술에 대한 공적지원 및 지원확대의 필요성까지 자동적으로 인정되는 것 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은 이러한 논점들에 대한 엄정한 검증도 없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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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냥 확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의 의도는 예술지원의 적정 수준에 대한 열띤 논쟁을 촉발함으로써 문화정책의 합리 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이 논문은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 개념에 입각한 분석을 통 해 우리나라 예술시장이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예술에 대한 정부 보조금 규모 는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논문이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 요성 자체를 부인하거나 혹은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술의 신성함’이라는 신 화를 앞세운 다다익선(多多益善)식의 요구에 정부가 ‘묻지마’식 퍼주기 지원으로 응하는 것은 곤 란하다는 것이다. 예술시장 및 공적지원의 적정 수준에 대한 신중한 논의도 없이 수립되는 예술 지원정책은 자칫 엄청난 재정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논문의 도발적(?) 주장을 논박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반론들이 제시된다면 문화예술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의 타당성도 그만큼 더 인정될 것이다.

Ⅱ. 이론적 기반: 예술지원정책과 자원배분의 효율성

1.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한동안 많은 학자들과 정책결정자 들의 열띤 논쟁거리였다.1) 오늘날에는 정부지원의 타당성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 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당위성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 하에 정당화된다(Zimmer & Toepler, 1999; Dayton-Johnson, 2000; 소병희, 2001; 가타야마 타이스케, 2002; 고토 카즈코, 2004; Jowell, 2004; 김정수, 2010).

첫째, 예술은 ‘좋은 것’이다. 즉, 예술이란 사회 공동체가 관심을 가지고 귀하게 여길만한 좋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삶에 즐거움을 주고, 인생에 의미를 찾게 하는 원천”이며 “인간 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본질적인 것”이라고 주장된다(이케가미 준, 1999: 237). 뿐 만 아니라 예술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가치, 그리고 예술활동을 통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경제적 가치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부가적 가치 혹은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1) 문화라는 용어는 매우 다양한 개념으로 사용된다(김정수, 2010: 33-40).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란 ‘유형화된 생활양식 의 전체’(patterned way of life)를 뜻한다. 즉,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 태도 · 관습의 집합이며 한 공동체가 표 현하고 표상하는 전반적 삶의 양식으로 이해된다. 좁은 의미에서의 문화는 ‘내부 감정 및 관념의 미적 표현’을 뜻하는 개 념이다. 그리고 예술이란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 및 그 결과’로서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 요체라고 할 수 있 다. 그러나 정책현장 및 일상생활 속에서는 문화, 예술, 혹은 문화예술이라는 용어가 엄밀한 개념구분 없이 호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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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예술 부문의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2) 특히 순수예술이나 전통문화는 시장에서 제 대로 생존하기 어렵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므로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공연예술의 경우, 생 산성 격차로 말미암은 비용질병(cost disease)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적자경영을 면키 어렵다. 또한 예술은 본질적으로 유익한 가치재(merit good)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부족(무지 혹은 미경험)으 로 인해 사회적으로 충분한 수요가 형성되지 않는다.

셋째,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예술이 진흥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의 공복(public servant)으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또 충분한 문제해결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지원을 통해 예술의 시장실패를 방지·치유하고 충만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2. 최적의 자원배분

공공정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 원이 소요되므로 정책은 곧 ‘자원 배분에 관한 권위 있는 결정’이기도 하다(Easton, 1953: 129). 어 느 사회든 해결되기를 바라는 무수한 정책문제들이 있지만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은 제 한되어 있다. 따라서 자원배분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필연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어떤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자원이 투입되면 다른 문제들을 위해 쓸 자원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제 한된 자원을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얼마만큼씩 쓸 것인가 하는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이것이 바 로 경제학의 궁극의 과제인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관한 고민이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는 개별 정책사안에 대한 지원의 최적수준(optimal level) 혹은 최 적규모(optimal size)에 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Cwi, 1982: 82). 어떤 정책에 대한 자원배분 이 최적수준이라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사회 전체 적으로 총 효용이 극대화되어야 한다.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사회적 만족도의 크기를 나타내는 사회적 무차별 곡선(social indifference curve)과 자원의 제약을 나타내는 예산선(budget line)이 접 하는 점에서 자원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지점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사회적 효용이 얻 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그 정책영역에 있어서 투입된 자원 대비 성과(효용)가 극대화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투입된 비용보다 산출된 효과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회비 용(opportunity cost)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그 자원을 다른 정책에 투입 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보다 더 큰 효용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정책은 최적의 자원배분이 아닌 사회적 낭비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의는 문화예술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술지원정책은 예술의 진흥과 발전을 위

2) 이 논문에서는 체계적인 논증과 분석을 위한 수단으로 경제학적 개념과 용어들을 차용한다. 문화경제학적 접근이 문화 정책 논의에 있어서 유일한 최선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도와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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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해 공적 자원을 배분하는 정책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수단은 예술활동을 돕기 위한 공공 보조금 (public subsidy)이다. 그런데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정당성’과 지원의 ‘적정수준’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예술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공공정책들이 그러하듯 예술지원정책 역시 예산의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 문에 마땅히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따져봐야만 한다. 즉, 예술 보조금의 정책적 타당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최대의 사회적 효용을 산출하는 최적의 자원배분임이 먼저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예술지원정책은 어떠한가?

Ⅲ. 우리나라 예술시장의 현황

정책의 성과와 효율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황파악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우리 나라 예술계의 현황을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예술의 공급 · 생산

한 나라의 예술의 공급수준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예술 및 예술가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일치된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예술가의 수, 예술 단체 및 시설의 수, 그리고 공연 횟수에 대한 자료를 통해 예술 공급의 규모를 짐작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예술시장은 예술가 및 예술단체의 규모 면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하였다. 먼저 전문 예술가의 수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예술단체 및 협회에 소속된 회원 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문화부의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1990년 4만 4,728명이었던 예술가의 수가 2010 년에는 무려 10배인 44만 5,67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3) 같은 기간 우리나라 총 인구 수가 약 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증가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문화예술사업 체 수는 2009년 기준 전국 총 10만 1,824개소였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1). 특히 공연예술의 경우 “1990년대 들어 가속화된 인프라의 확대는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고 평가된다(한국노동연 구원, 2008: 33).

예술 장르 중 연극, 무용, 음악 등 공연예술의 경우 주로 단체를 통해 예술활동이 이루어지

3) 1990년 자료는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예총) 산하 10개 협회의 회원 총수이며, 2010년 자료는 예총과 민예총 회원 수를 합한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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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또한 공연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 공연예술실태조사>에 의 하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연단체는 총 2,108개이며 이중 약 85%인 1,797개가 민간 단체이다. 또한 공연시설은 총 944개이며 이중 민간시설은 약 절반에 해당되는 501개이다. 장르 별로 보면 서양음악이 32.2%인 678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연극(573개, 27.2%), 국악(419개, 19.9%), 무용(336개, 15.9%) 순이다. 한편 2014년 7월 현재 ‘전문예술법인 · 단체’로 지정받은 단 체는 총 711개이다.4) 공연예술분야가 전체의 83.8%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음악 분야가 192개(27%)로 가장 많다.5)

2012년 공연예술단체의 전체 공연건수는 3만 9,042건, 공연횟수는 11만 7,853회이며, 단체 당 평균 19건, 55.9회를 공연하였다. 총 관객수는 약 3천 8백만 명 정도이며, 단체 당 평균 관객수는 1 만 8천 명 수준이다. 장르별로 보면 공연건수의 경우, 국악이 1만 3,894건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서양음악(13,002건), 연극(5,872건), 무용(3,398건) 순이다. 반면 공연횟수의 경우, 연극이 압도 적으로 많은 6만 796회이고 그 다음이 국악(23,360회), 서양음악(19,838), 무용(5,810회) 순이다.

연극은 공연건수는 적지만 공연일수 및 횟수 그리고 관객수는 많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반면 무용 의 경우 모든 면에서 상당히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서양음악은 공연건수, 일수 및 횟수에 있 어 국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평균 관객수 면에서는 국악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2. 예술의 수요·소비

예술에 대한 수요 역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관련된 각 종 통계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소비수준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문화부의 문화향수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대략 60

~70% 수준이다.6) <표 1>에서 보듯이 1997년 66.8%였던 예술행사 관람률은 IMF 사태 이후 54.7%로 낮아졌다가 서서히 회복되어 2014년에는 71.3%를 기록하였다. 예술행사 관람률이 70%

정도라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1년 동안 예술행사를 단 한 차례도 관람한 적이 없음 을 의미한다.

<표 1> 예술행사 관람률 변화추이 (복수응답, 단위: %)

4)

5) 오페라, 합창, 오케스트라 등 서양 클래식 음악

6) 관람률: 전체 조사 대상자 중 1년에 예술행사를 1회 이상 관람한 응답자의 비율 예술행사 1997

전체 문학행사 미술전시회 서양음악/오페라

전통예술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대중음악/연예

66.8 13.5 27.3 13.3 15.4

20.2

4.1 53.1 15.3

2000

54.8 5.1 11.6 6.7 7.7

10.9

2.0 40.0 8.6

2003

62.4 4.0 10.4 6.3 5.2

11.1

1.1 53.3 10.3

2006

65.8 4.4 6.8 3.6 4.4

8.1

0.7 58.9 10.0

2008

67.3 4.0 8.4 4.9 4.4

11.0

0.9 61.5

8.2

2010

67.2 3.8 9.5 4.4 5.7

11.2

1.4 60.3

7.6

2012

69.6 6.1 10.2 4.8 6.5 11.8 11.5 2.0 64.4 13.5

2014

71.3 6.2 10.6 4.9 5.7 12.6 11.5 2.4 65.8 14.4 ‘전문예술법인 · 단체 지정 · 육성제도’는 수준 있는 민간의 직업예술법인·단체, 공연(장) · 전시(시설)운영 법인 · 단체 등을 국가가 전문예술법인 또는 전문예술단체로 지정하여 기부금 모집 및 세제 등의 제도적 지원을 받게 하는 정책으로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4: 3).

<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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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 자료: 「문화향수실태조사」, 2003, 2014.

예술행사 관람률이 그나마 3명 중 2명꼴로 나온 이유는 대중예술 특히 영화 관람률이 약 65%

나 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듯이 문학행사, 서양음악, 전통예 술의 관람률은 약 5% 내외에 불과하며 특히 무용은 고작 1~2%의 미미한 수준임에 비해 영화 관 람률은 약 66%나 된다. 즉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1년에 무용 공연을 관람한 사람은 겨우 한두 명, 클래식 음악 공연에 참석한 사람은 다섯 명 밖에 되지 않지만 영화를 관람한 사람은 66명 정 도나 된다는 것이다. 영화와 대중음악을 제외하면 순수예술의 관람률 평균은 고작 6~7% 수준밖 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연평균 관람횟수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표 2>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국민들 의 연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대략 4회 정도이다. 그에 비해 소위 순수예술 분야는 고작 연평균 0.1

~0.2회 정도이며 특히 무용은 0.01~0.04회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표 2> 예술행사 연평균 관람횟수 변화추이 (복수응답, 단위: 회)

* 자료: 「문화향수실태조사」, 2003, 2014.

한편 향후 1년 이내에 예술행사를 관람할 의향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실제 관람률과 비슷하였다. 2006년에는 조사대상자의 73.8%, 2014년에는 85.4%가 관람의향이 있다

예술행사 1997 전체

문학행사 미술전시회 서양음악/오페라

전통예술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대중음악/연예

66.8 13.5 27.3 13.3 15.4

20.2

4.1 53.1 15.3

2000 54.8

5.1 11.6 6.7 7.7

10.9

2.0 40.0 8.6

2003 62.4

4.0 10.4

6.3 5.2

11.1

1.1 53.3 10.3

2006 65.8

4.4 6.8 3.6 4.4

8.1

0.7 58.9 10.0

2008 67.3

4.0 8.4 4.9 4.4

11.0

0.9 61.5

8.2

2010 67.2

3.8 9.5 4.4 5.7

11.2

1.4 60.3 7.6

2012 69.6

6.1 10.2 4.8 6.5 11.8 11.5 2.0 64.4 13.5

2014 71.3

6.2 10.6

4.9 5.7 12.6 11.5 2.4 65.8 14.4

예술행사 1997

문학행사 미술전시회 서양음악/오페라

전통예술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대중음악/연예

2000 2003 2006 2008 2010 2012 2014 0.1

0.2 0.1 0.1

0.2

0.01 3.5 0.2

0.1 0.3 0.2 0.1

0.2

0.03 2.2 0.2

0.1 0.2 0.1 0.1

0.2

0.01 3.5 0.2

0.1 0.2 0.1 0.1

0.2

0.01 3.9 0.2

0.1 0.2 0.1 0.1

0.2

0.03 4.0 0.1

0.1 0.2 0.1 0.1

0.2

0.04 3.3 0.1

0.1 0.2 0.1 0.1 0.2 0.2 0.05

3.6 0.5 0.1

0.2 0.1 0.1 0.2 0.2 0.04

3.6 0.3 예술행사 1997

전체 문학행사 미술전시회 서양음악/오페라

전통예술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대중음악/연예

66.8 13.5 27.3 13.3 15.4

20.2

4.1 53.1 15.3

2000

54.8 5.1 11.6 6.7 7.7

10.9

2.0 40.0 8.6

2003

62.4 4.0 10.4

6.3 5.2

11.1

1.1 53.3 10.3

2006

65.8 4.4 6.8 3.6 4.4

8.1

0.7 58.9 10.0

2008

67.3 4.0 8.4 4.9 4.4

11.0

0.9 61.5

8.2

2010

67.2 3.8 9.5 4.4 5.7

11.2

1.4 60.3 7.6

2012

69.6 6.1 10.2 4.8 6.5 11.8 11.5 2.0 64.4 13.5

2014

71.3 6.2 10.6

4.9 5.7 12.6 11.5 2.4 65.8 14.4

(9)

12

고 응답했다. 그런데 관람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예술행사별 관람의향을 별도로 조 사해본 결과 실제 관람률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편차가 나타났다. <표 3>에서 보듯이 영 화 및 대중음악/연예와 같은 상업예술의 관람의향은 상당히 높은 반면 순수예술 분야의 관람의향 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표 3> 분야별 예술행사 관람의향

* 자료: 「문화향수실태조사」, 2006, 2014.

우리나라 국민들의 예술 소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여가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표 4>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여가활동 참여율의 추이를 유형별 로 비교한 것이다. 문화부에서 실시한 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2012년의 경우, 전체 응답자 중 가 장 많은 약 60%가 휴식을 꼽았고 그 다음이 취미·오락활동(20.9%), 스포츠 참여활동(8.6%) 순이 었다. 문화예술 관람활동(대중문화 포함)은 2.9%, 문화예술 참여활동은 고작 0.5%에 불과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응답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여가활동은 TV시청(40.1%)이고 그 다음으로 산책(21.0%), 친구만남/동호회모임(20.9%)의 순이었다. 영화보기를 제외하면 문화예술 관련활 동은 여가활동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였다.

<표 4> 여가활동 유형별 참여추이 (단위: %)

* 자료: 「2013 여가백서」

구분 비율(%)

1 2 3 4 5 6 7 8 9

관람의향 예술행사

영화 대중음악/연예

연극/뮤지컬 전통예술

미술 서양음악

문학 무용

78.4 48.1 30.0 14,1 12.5 11.7 8.5 5.1 2006년

비율(%) 관람의향 예술행사

영화 대중음악/연예

뮤지컬 연극 미술 전통예술

문학 서양음악

무용

77.7 30.1 25.2 25.2 14.5 11.2 11.2 10.0 7.8 2014년

연도 휴식

2012 2010 2008 2007 2006

59.3 36.2 14.4 22.8 22.2

취미오락 활동

20.9 25.4 33.7 31.4 32.3

스포츠 참여 활동

8.6 7.3 14.4 9.2 11.2

기타 사회 활동

5.7 17.1 10.6 11.1 9.5

문화예술관람 활동

2.9 6.0 8.7 6.5 5.9

관광 활동

1.2 4.7 12.9 15.7 15.6

문화예술 참여활동 0.5 1.2 4.2 2.8 2.5

스포츠 관람 활동

0.9 2.2 1.1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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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3. 정리

이상의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우 선 공급 측면을 보면, 일단 예술가의 수가 그동안 대단히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예술단체들 의 경우 장르에 따라 단체의 수와 공연실적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한편 수요 측면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 중 3분의 1은 1년에 단 한 번도 예술행사를 관람한 적이 없다. 특히 순수예 술의 경우 대다수가 관람할 의향도 없고 또 실제로 관람하지도 않는다. 여가시간이 있어도 문화 예술보다는 다른 활동을 더욱 선호한다. 또한 예술을 관람하는 경우에도 자기 돈으로 티켓을 구 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7)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의 예술에 대한 욕구 및 소비수준은 그리 높은 편 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Ⅳ. 우리나라의 예술지원정책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보조금 지원이다. 우리나라의 경 우 문화예술을 위한 공적 재정지원은 크게 정부예산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1. 정부 예산

문화부의 예산 규모는 절대적 규모 뿐 아니라 정부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증 가하여 왔다. 1980년 301억 원에서 2000년에는 1조 1,707억 원으로 그리고 2014년에는 4조 4,224 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0.47%에서 2014년 1.24%로 크게 증가하였다. 물론 <표 5>에서 보듯이 문화부 예산이 전부 문화예술 지원 용도로 지출되었던 것 은 아니었다.8) 하지만 문화예술 부문에 대한 예산만 보더라도 1980년 146억 원에서 1990년에는 854억 원, 2000년에는 9,639억 원, 그리고 2014년에는 1조 8,782억 원으로 크게 증가해온 것이 사 실이다. 2014년 정부 총예산이 1980년에 비해 약 60배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문화예술 예산은 무 려 130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7) 8)

2007년의 조사에 의하면 유료관객 비율은 공연시설당 평균 37.5%, 공연단체당 평균 58.2%에 불과하였다. 「2007년 공 연예술실태조사」 참고.

이는 문화부의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중앙정부 부서에 ‘문화’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68년 출범 한 문화공보부였으며, 1990년에는 문화부로 독립되었다가 1998년에 문화관광부로, 그리고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 부로 개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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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문화부 예산의 변화 추이

* 자료: 「문화예술정책백서」, 「문화부 예산·기금운용계획개요」 각년도.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지원은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 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총 예산 규모는 중앙정부에 비해 작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지원은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의 경우, 중앙정부의 문화예술예산이 1조 6,225억 원, 지방정부는 2조 6,069억 원이었다. 특히 공연예술에 대한 지원의 경우, 중앙정부 예산이 1,392 억 원임에 비해 지방정부 예산은 그보다 6배 이상 많은 7,907억 원이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13 공연예술실태조사>).

2. 문화예술진흥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은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하여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 이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재원 마련은 공연장, 고궁, 박물관 등을 통한 모 금으로 충당해왔었으나 2004년부터 모금이 폐지된 이후에는 복권기금, 경륜 · 경정기금 등에서 일 부가 전입되고 있다. 또한 기금의 관리 · 운영 및 사업추진 담당을 위해 설립되었던 한국문화예술 진흥원은 2005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용도는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 민족전통문화의 보존 · 계승 및 발전, 남북 문화예술 교류, 국제 문화예술 교류, 문화 예술인의 후생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 지방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의 출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 경비, 문화시설의 사업이나 활동 등이다(문화예술진흥법 제18조).

그동안 문예진흥기금의 재원 조성 총액은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2조 1,045억 5,300만 원 이고 적립액은 2,522억 원이다.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비는 지금까지 총 1조 6,535억 원이 투 입되었다.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해왔던 것과 같이 문예진흥기금의 연간 사 업비 역시 크게 증가해왔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992년 189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2013년에는 1,178억 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한편 문예진흥기금의 분야별 지원실적은 <표 6>과 같다.

연도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2014

정부 총예산 (억원)

58,040 122,751 274,557 567,173 949,199 1,352,156 2,928,000 3,577,000

문화부 예산 (억원)

301 586 874 3,838 11,707 15,856 31,747 44,224

정부예산 대비 (%)

0.47 0.47 0.32 0.68 1.23 1.17 1.08 1.24

문화예술 예산 (억원)

146 409 854 2,993 9,639 14,252 13,266 18,782

문화부예산 대비 (%)

48.41 69.82 100.0 77.96 82.33 89.88 41.7 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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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그림 1> 문화예술기금 사업비 추이

<표 6> 문예진흥기금 분야별 지원실적 (1974년~2012년)

* 자료 :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3: 30)

3. 정리

이상에서 보듯이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재정 지원은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여 왔다. 문화부 예 산은 절대적 규모 뿐 아니라 정부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증가하였다. 문화예술 부문 예산은 정부 예산의 증가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해왔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예술 지 원예산은 중앙정부보다 더 큰 규모로 증가하여왔다. 뿐만 아니라 문예진흥기금 사업비 역시 크게 증가해왔다. 요컨대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자금지원은, 그 규모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해온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또한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운 박근혜 정 부는 문화재정의 규모를 더욱 확충하려 하고 있다.

Ⅴ. 문제는 예술결핍인가 아니면 공급과잉인가?

정책은 그 정책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예술진흥을 위한 지원정책

분야

지원액(억 원) 비율(%)

예술진흥

3,530 21.4

문화복지

4,966 30.0

국제문화 교류

891 5.4

기반조성/

지역문화

4,979 30.1

영상문화 산업

1,843 11.1

기타

326 2.0

합계

16,535 100 0

200 400 600

800 1000 1200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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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우리나라의 ‘예술결핍(artistic deficit)’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 예술 은 양적 · 질적으로 많이 부족하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러한 문제의식이 과연 사실일까? 예술지원정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예술결핍이라는 문제는 과연 실존하는 진짜 문제일까(Cwi, 1982: 72)? 혹시 신기루 같은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1. 객관적 상황 vs. 주관적 문제인식

어떤 사회현상이 문제인가 아닌가는 객관적이고 선험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인 식의 산물이다. 사회적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onism)식으로 말하자면, 문제란 주관적 인식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공중담론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구성물인 것이다(윤견 수, 2014). 그런데 문제의 사회적 형성 과정이 항상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소수의 오피 니언 리더나 정책선도자와 같은 적극적인 주체들에 의해 사회적 문제 인식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 가 많다. 문화정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예술이 충분히 진흥되지 않았고 이는 바람 직하지 않다’라는 문제인식은 예술계의 주도로 이루어진 사회적 구성물이다.9) 그런데 만약 이러한 문제의식이 타당성이 없는 것이라면 예술진흥을 위한 공적 자원배분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다 면 현재 우리나라의 예술은 정말 문제되는 상황인가?

문제란 현재 상태가 바라는 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상황조건 자 체가 자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라는 바(균형 혹은 최적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 문제 로 인식되는 것이다. 앞의 III장에서 보았듯이, 공급 측면에서는 예술가의 수적 증가와 예술단체의 장르별 불균형, 그리고 수요 측면에서는 일반 국민들의 저조한 예술적 욕구 · 소비수준이 우리나라 예술의 현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객관적 상황을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문제로 간주해야 할 필연성 은 없다. 오히려 예술가 · 단체의 양적 규모는 현 상태가 가장 적절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혹은 적정수준을 초과하여 너무 많은 게 오히려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설령 우리나라 국민들의 예술소 비수준이 다른 활동들에 비해 낮은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필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이 최적의 소비수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될 우리나라 예술(생산/소비)의 적정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2. 적정수준 산정의 준거: 가치재 vs. 소비자 주권

한 사회의 예술의 적정규모를 판정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준거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가치 재(merit good)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 관점이다.

9) 예컨대 2004년 출범했던 ‘기초예술살리기범문화예술인연대’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할 문학, 공연, 전 통예술 등 기초예술이 현재 이루 말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선언하며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요청하였다(한 국노동연구원, 2008: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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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먼저 가치재 관점이란 예술의 본질적 가치에 근거하여 규범적으로 적정규모를 도출하는 방 식이다(헤일브런 · 그레이, 2000: 178). 이 관점에 의하면 예술이란 본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 가 있는 것이라 전제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하여, 즉 무지하거나 경험이 없어서 예술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충분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예 술의 본질적 가치와 적정규모는 무엇이며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예술을 잘 아는 현명한 전문가 혹 은 국가가 마치 어버이가 자녀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결정하듯 무지한 대중을 대신하여 필요한 바 를 결정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은 전형적인 어버이주의(paternalism)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치재 관점에서 예술의 본질적 가치 및 최적수준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 예술 지원정책의 주무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훌륭한 예술이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 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을 강조한다.10) 그리고 문화예술진흥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모든 이가 창 조의 기쁨을 공유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필자 강조) 쉽게 말하자 면 예술이란 엄청나게 좋은 것이며 모든 국민이 예술의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 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소비활동(예컨대 예술 관람률)은 적정수준보다 한참 못 미친다 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각한 예술결핍 상황은 정책지원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사 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예술의 적정규모를 추정하는 다른 방법은 시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자 주권 관점이다. 소비자 주권 개념에 의하면 개인의 효용과 복지에 관한 선택은 오직 그 자 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다른 그 어느 누구도 이를 대신해줄 수는 없다. 자신의 취향과 선호에 대한

“최고의 판단자(the best judge of his own interest)”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Peacock, 1991:

3).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인지는 누구보다도 자기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의 최적 소비수준 역시 국가가 아니라 오직 그 자신만이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소수의 예술 전문가나 고위 관료들의 취향이 일반 국민들의 선호보다 더 고상하고 우월하다는 생 각은 “현대적으로 위장된 귀족주의(aristocracy in a modern disguise)”(Dayton-Johnson, 2000: 14) 이며 “비민주적인 편견”(박광량, 2002)에 불과하다. 이러한 주장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중시 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liberalism)적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주권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예술향유수준이 곧 최적의 소비수준이 된다. 물론 소비자 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는 외부제약조건들이 없다는 전제하에서이다. 예술행사를 관람하고 싶 어도, 예컨대, 돈이 없거나 혹은 여유시간이 없어서 향유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제 소비수 준이 최적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2012년 조사에 의하면 예술행사를 관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심 가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며(31.7%), 그 다음이 시간부족(21.6%) 그리고 경제

1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http://arko.or.kr/arkoinfo/page1_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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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부담(19.1%)이다. 사실 관람의향과 실제 관람률은 거의 같은 수치로 조사되고 있으며, 또한 여 가시간에 희망하는 활동에 있어서도 예술관람은 매우 낮은 순위이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 우리나 라의 예술향유수준은 소비자 개인의 선호체계를 왜곡 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 라서 국민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시장에 표출된 소비수준이 곧 우리 사회의 최적 소비수준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예술결핍이라는 문제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3. 예술시장의 공급과잉

소비자 주권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사회에는 사실 예술결핍이라는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다. 오히려 그 반대로 예술의 공급과잉이야말로 진정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소비량이 최 적규모라고 한다면 공급된 예술이 미처 다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적정수준 이상의 불필요한 과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예술시장에 공급되는 예술은 충분히 다 소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화부 조사에 의하면 2000년 공연장 객석 점유율은 50.8%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 중 유료관객의 비율은 평균 44.6%에 불과하였다. 2007년의 경우, 유료관객 비율은 공연시설당 평균 37.5%, 공연단체당 평균 58.2%에 그쳤다. 예술가 3~4명 중 1명은 예술활동수입이 전혀 없다는 실태조사 역시 예술 시장에 상당한 초과공급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도 최근 공연 예술계의 극심한 경기불황에 관하여 “그동안의 과다경쟁, 공급과잉으로 공연예술 시장이 포화상 태에 이른 결과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11)

이처럼 예술의 초과공급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문화예술계에 팽배한 “과대정부형 사고방식” 때문이다(정홍익, 2001: 10). 예술가들은 물론 문화와 관련된 공무원이나 학계 전문가 들 대부분이 정부가 문화예술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그동안 예술 가, 예술단체, 예술인프라에 대한 공적 재정 지원은 큰 폭으로 증가해왔고(한국노동연구원, 2008:

33), 이는 자연히 예술공급의 확대로 이어졌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이상으로 과다 한 정부 및 공공 재정이 문화예술부문으로 투입되어 예술가의 공급과잉을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으로 자원(공공재정 및 인력)의 배분에 있어서 상당한 낭비가 발생하고 있음 을 뜻한다. 그렇다면 예술에 대한 과다한 공공지출이 이루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4. 한국정부는 벌거벗은 임금님?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정책문제의 인식 및 정책의제화 과정은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작용과 공 중담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많은 것은 예술의 가치가 대단하다는 예 술계의 주장이 ― 그 객관적 진실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 결국 정책결정자들에 의해 수용되었기

11) 「경향신문」, “상반기 공연예술 경기 사상 ‘최악’… 214개 단체 ‘지난해 비해 반토막’”, 201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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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내세우고 ‘문화재정 2% 달성’을 추 진하고 있는 것은 이제 문화예술이 정책세계(policy world)의 ‘대세’가 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다.12) 예술시장의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재정지원이 투입된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결정용

사회후생함수(Social Welfare Function)가 <그림 2>에서처럼 예술편향적으로 치우쳐있음을 의미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결정한 예술지원규모(Y1)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수준(Y2)보다 훨 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자원배분이라 여겨지게 된다. 요컨대 정책과정에서 예술계의 선호 가 강하게 반영되면 예술의 적정 수준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인식되고 결국 자원배분의 왜곡 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박광량, 2002).

<그림 2> 사회후생함수에 따른 자원 배분

<그림 2>는 문화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 회적 효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함을 나타낸다.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적정수준을 초과한 것 은 정부가 상정하는 사회후생함수(SWF1)가 실제 국민들의 진정한 사회후생함수(SWF2)와 다르 기 때문이다. 즉 예술 쪽으로 실제보다 더 많이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수요가 저조하 고 여가활동의 압도적 1위가 TV시청이라는 조사결과는 예술의 가치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인 식이 정책결정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일반 국민들은 예술가 혹은 정책결정자들이 강조하는 것만큼 문화예술이 소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정부재정 대비 문화재정의 비율은 OECD 국가 평균 1.9%에 못 미치는 1.31%(4조 2,771억 원) 인데 정부는 이를 2017년까지 2%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김진, 2014: 58-59). 문화재정 2%에는 정부예산뿐만 아 니라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비롯한 문화부 주관 각종 기금들이 모두 포함되게 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3~2017년 정 부재정은 연평균 4.4% 증액, 문화재정은 연평균 14.4% 규모로 확충된다. 그리되면 2017년 문화재정은 8조 1,420억 원 으로 정부재정 대비 2%가 달성된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재정 지원은 지금까지 빠르게 증가해 왔으 며 앞으로 더욱 확충될 전망이다.

예술 SWF1:예술편향적 사회후생함수

SWF2: 진정한 사회후생함수

非예술 Y1

X1 X2

Y2

A

예산선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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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 문화예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 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곳곳에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감동적인 찬사를 접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정부와 언론은 물론 수많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수시로, 공개적으로 문화예술을 찬양한다. 대 통령이 앞장서서 ‘문화융성’을 부르짖고 있는 시대이다. 화가이자 경제학자인 한스 애빙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가리켜 ‘예술의 신성함(sacredness)이라는 신화(myth)’라고 표현한다(Abbing, 2002).

사실 오늘날 공개된 자리에서 “문화예술이 뭐 그리 대수냐?”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 다. 아무리 예술의 문외한이라고 해도 대놓고 예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할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 모두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것이라 고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남들을 따라하려는 동조심리(conformity effect)라는 것이 있다. 명백히 틀린 것이라 해도 주위 사람들이 다 맞다고 하면 대부분 자기 판단을 접고 그냥 다수의 견해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다(Asch, 1955). 다들 너무나 당연하게 문화예술을 찬양하고 있는(것 같은)데 자기 혼자 의문과 비판을 제기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 다. 문화예술이 정말 그렇게 귀중한가라고 질문하는 순간 천박한 미개인으로 취급되고 소외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그냥 입을 닫게 마련이다.

예술편향적 사회후생함수를 수용하고 예술에 대한 과다한 공공지출을 결정한 한국 정부는 어 쩌면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처지일 수 있다. 동화 속 백성들은 임금님의 옷이 안 보인다 고 하면 마음씨 나쁜 사람으로 몰릴까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다.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은 이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 예술은 귀 하고 소중하다고 소리치는 예술가들의 주장에 맞서다가 굳이 공개적으로 무식한 사람이라 면박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요란 떠는 소수(noisy minority)’의 선호가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의 선호를 제압하는 전형적인 과다대표(over-representation)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 리고 정부는, 마치 동화 속의 불쌍한 임금님처럼, 예술은 너무나 귀중하다는 소리만 들으면서 벌 거벗은 채 행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VI. 예술지원정책의 부작용

1. 예술지원정책의 성과에 관한 기존의 평가

예술에 대한 공적 재정지원이 과다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좋은 성과가 있었다면 정책의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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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성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예술지원정책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 가? 놀랍게도 지난 수십 년 동안 투입되었던 재정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예술이 얼마나 진흥되었는 지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연구는 매우 드물다. 물론 개별 지원사업들에 대한 사후 평가보고서들은 많이 있으나 대부분 직접적인 산출(예컨대 공연 몇 회, 관객 몇 명 등)에 대한 조사기록 수준에 불 과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인 “그래서 우리나라 예술이 얼마나 진흥 · 발전되었는가?”에 대 한 심도 있는 평가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예컨대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의 경우, 예술가들 에게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예술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기금이 투입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의 성과로 제시되기도 한다(임학순, 2001: 17;

한국문화정책개발원, 2001: 31-37).13)

한국문화정책개발원(2002)의 한 연구는 문예진흥기금이 그 근본 목표인 문화예술발전에 어 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보았었다. 20년간의 시계열 자료를 이용하여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 문학, 미술, 공연예술(음악, 연극, 무용) 분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원효과가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통계자료의 불충분, 독립변수들간의 다중공선성(multi-colinearity) 문제 등으로 인해 분석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또한 회귀분석 결과를 보면 문예진흥기금보다는 다 른 독립변수, 특히 GDP나 여가시간의 표준회귀계수가 훨씬 더 큰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동 보고서 도 시인했듯이, 높은 예술성의 창달과 같은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분석에 포함되지 못한 근 본적 한계가 있었다.

2. 보조금과 저소득의 악순환

그렇다면 예술가 및 예술단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정책으로 인해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였는 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예술단체들의 존립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표 7>에서 보듯이 창작 활동과 관련하여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수혜받은 예술가의 비율은 2003년 약 20% 수준에 서 2012년에는 약 35%로 크게 증가하였다. 공적 보조금의 높은 기여도는 예술단체의 수입구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표 8 참조). 공연단체의 경우, 2012년 기준 2,108개 전체 단체의 총 수입액 약 7,855억 원 가운데 자체수입은 약 42%(3,303억 원)에 그친 반면 공공 지원금은 55%(4,315억 원) 를 차지하였다. 공연시설의 경우, 944개 시설의 총 수입액은 약 1조 363억 원이었는데, 이 중 자체 수입은 약 31%(3,182억 원)에 지나지 않은 반면 공공지원금은 약 57%(5,850억 원)나 되었다.14)

13) 예술지원정책의 성과 평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예술의 질적 수준에 대한 객관적 평가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질적인 성장 여부 및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 하기란 곤란하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양적 지표들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4) 이는 2000년 공연단체의 자체수입 비율 평균 33.33%보다도 줄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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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7> 예술창작활동 관련 지원금 수혜현황: 지원기관 성격별

* 자료: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2003, 2012.

<표 8> 공연단체 및 공연시설 수입구조 (단위: 억 원, %)

* 자료: 「2013 공연예술실태조사」

이처럼 예술가 · 단체에 대한 공적 재정보조는 우리나라 예술시장의 과다공급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입이 없어 시장에서 퇴출되었을 다수의 예술가들이 정부 지 원금에 기대어 시장에 잔류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을 바라보고 새로운 예술가들이 추가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예술가의 수입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리되면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거세 진다. 정부가 이들의 강력한 요구에 승복하여 추가적인 공공 보조금을 투입하면 이를 통해 단기적 으로 예술가의 소득이 보전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다시 새로운 예술가들을 시장으로 진 입시키는 추가적 유인이 된다. 따라서 예술가의 수는 더 많아지고 평균수입은 다시 낮아진다. 그 리되면 예술시장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로 북적거리게 되고 정부 지원에 대한 요 구는 더 커지게 된다. 결국 예술에 대한 보조금은 예술가의 과다공급과 그에 따른 소득저하를 초 래하고, 늘어난 예술가들은 다시 더 큰 목소리로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 는 것이다(Abbing, 2002).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예술가들의 평균적 수입은 늘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창작활동 수입의 경우, 1991년의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10만 원 이하’가 무려 44%였다. 그리고 ‘전혀 없 다’의 비율은 1994년 18.8%에서 2009년에는 37.4%까지 늘어났다가 2012년에는 26.2%를 기록하 였다(표 9 참고). 말하자면 명색이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3~4명 중 1명은 정작 예술활동으로 벌

지원처 2003년

중앙정부 지방정부 문화예술위원회

기타 공공기관 공공부문 합계(A) 민간부문 합계(B) 전체 (A+B)

2.4%

9.2%

6.3%

1.9%

19.8%

5.5%

25.3%

2006년

1.8%

8.8%

6.6%

2.6%

19.8%

6.0%

25.8%

2009년

1.6%

8.1%

4.0%

2.0%

15.7%

4.5%

20.2%

2012년

3.1%

14.3%

11.8%

5.7%

34.9%

9.0%

43.9%

구분 공연 단체

자체수입 소계 공공지원금 소계

기타 수입 기부/후원금 전년도 이월금

합계

공연 시설 3,303.0 (42.0)

4,314.6 (54.9) 55.8 (0.7) 98.3 (1.3) 83.6 (1.1) 7,855.4 (100.0)

3,181,8 (30.7) 5,850.2 (56.5) 589.9 (5.7) 169.8 (1.6) 571.6 (5.5) 10,363.1 (100.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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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예술가와 벌거벗은 임금님-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비판

어들이는 수입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15)

<표 9> 예술창작활동 관련 ‘수입 없음’ 비율

* 자료: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각년도.

또한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그동안 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예술지원정책에 대 해 줄곧 큰 불만을 표출하여왔다. 1997년의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 다는 주장에 대해 88.5%가 그렇다고 동의하였다. 또한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는

‘문화예술 창작활동의 지원’을 1위,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2위로 꼽았다. 그리고 예술창작활 동에 대한 장애요인 1위로 꼽힌 것도 ‘지원미비’였다. 이후 시행된 모든 조사에서 예술가들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정책 1위로 항상 ‘예술가 · 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꼽고 있다. 문화예술정 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10%를 넘은 적이 없으며, 특히 예술인 및 예술활동 지원에 대해서는 ‘불 만족’이 8~90%나 되는 반면 ‘만족’은 고작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 인 실태조사」 각년도).

이상의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의 성과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예술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공공자금이 투입되어 왔다. 그 런데 그로 인해 우리나라 예술이 정말 질적으로 진흥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일반 국민들의 예술소비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았다. 개별 예술가·단체 차원에서는 경제적 원조가 되었지만 그 대 신 사회전체 차원에서는 예술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하였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많 은 예술가들은 가난하고 지원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항상 대단히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결국 공공자원의 심각한 낭비요 사회적 손실이 아 닐 수 없다(박광량, 2002).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게 아닐까?

3. 뮤즈인가 좀비인가?

공적 보조금 때문에 예술가의 공급과잉이 발생되었다면 이들 넘쳐나는 예술가들은 ‘뮤 즈’(Muse)인가 아니면 ‘좀비’(Zombie)인가? 사실 문화예술의 가치재적 성격과 긍정적 외부효과 (positive externality)를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예술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 들어준다는 것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뮤즈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정수준 이상으로 넘쳐나는 예술가들 모두가 뮤즈와 같은 존재라고

15) ‘직업’의 의미를 ‘생계유지를 위한 주 수입원’이라는 관점에서 정의한다면, 예술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전문적인 기예가 뛰어나다고 해도 ‘직업 예술가’가 아니라 ‘아마추어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연도

비율(%) 18.8

1994

18.1 2000

30.9 2003

27.2 2006

37.4 2009

26.2 2012

참조

Outline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