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KRIHs 보고서
거주공간은 쾌적해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출발점 이기 때문이다. 거주공간이 만족스럽다면 개인의 소 득 정도와 관계없이 삶의 질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편안하게 잘 설계된 나지막한 마을에서 따사로운 햇 살과 시원한 바람을 안으며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일상이 될 것이다.
시원한 공기는 쾌적함의 원천이다. 인터넷 블로그를 찾다보면 ‘바람도 전용도로가 있냐’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바람길은 기압과 온도, 습도와의 함수 관계를 지 닌다. 골풍과 산풍, 해풍도 각자 다니는 길이 있다. 도 시 미세풍도 물론 자신의 길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곳이든 탁월풍이 존재한다. 한반도는 계절에 따라 북서풍과 서풍, 북동풍, 남서풍 등의 탁월풍이 지난다. 서울의 경우에는 인천에서 한강을 따라 북한 산 자락으로 흘러드는 바람길이 있다. 캠퍼스 교문 근 처를 지나다 보면 늘 같은 지점에서 온도가 갑자기 확 달라지는 경계선이 체감된다. 소기후가 달라지면 미 세풍이 발생된다.
바람길의 중요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도 시열섬 때문이다. 바람길을 막는 도시설계가 열섬을 키운다. 바람길은 열섬을 줄이는 에어컨 같은 존재다.
사실 생각해 보면 바람길 확보는 간단한 문제다. 도 시개발 전에 그 지역의 탁월풍과 미세풍을 조사한 후, 주기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개방 구조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집중화 지양은 바람길에 숨통을 터 준다.
때마침 국토연구원에서 바람길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2012년을 기점으로 배출 량과 무관하게 정체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람길 을 확보해 도시에 정체되어 있는 미세먼지를 쓸어내 는 청소 효과는 도시의 쾌적함을 담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세종시 내의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진행 되었다. 북서풍을 따라 서해로부터 미세먼지 유입 가 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스모그 발생 빈도도 높다. 분 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향후 50만 명의 거주인구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는 도시이기에 연구 사례지역으 로도 적절하다.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모의실험 결과 주풍의 풍향 과 풍속이 행복도시 내 첫마을 조성 전후로 판이하게 달리 나타났다. 마을 조성 후 도시 내의 기류 흐름이 복잡하게 바뀌었고, 유입량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조 성 전과 비교해 크게는 14% 가량 풍속도 감소하였다.
바람 환경이 변한 것이다. 도시 내부의 중앙녹지 확보 는 물론 동간 배치, 간격, 건축물 높이가 매우 중요함
도시의 열섬을 줄이는 바람길, 간단하게 확보할 수 있다
박종관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117
제466호 2020 August
이 새삼 확인되었다.
바람길 설계는 우선 매크로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서풍을 타고 유입되는 미세먼지 농도는 도시 내 부의 발생원과 무관하다. 중국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바람길을 타고 도시로 흘러든다면 바람길 자체가 오 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다. 한반도로 들어오는 편서풍 의 풍향과 풍속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지형 조건이 크게 다르다. 분지에 위치한 우리나라 대도시는 대개 한가운데에 하천이 흐 른다. 하천은 바람길의 주된 통로다. 서울이 그렇고 대 구, 광주, 세종, 대전, 춘천, 충주, 청주 등의 대도시 모 두 하천이 관통한다. 다른 얘기지만, 작년 4월의 고성 산불도 하천을 통해 흘렀던 바람이 부채 역할을 했었 다. 바람길은 하천 방향을 존중해 설계되어야 한다.
바람길 모형은 도시 디자이너들에 의해 쉽게 설게 가능하다. 아파트 평형을 몇 가지로 설계하듯 바람길 대표 샘플도 몇 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 로 계절별 주풍의 풍향과 풍속, 그리고 강수량과 일사 량, 녹지공간과 수변공간 등을 고려해 바람길이 확보 된 도시 설계도면을 만들 수 있다. 알베이도(albedo) 와 빌딩풍 등의 마이크로 스케일 관점을 지역별 특성 에 맞춰 조금씩 수정만 해가면 맞춤형 바람길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조금은 다른 맥락일지 모르나, 미세먼지 생산은 자 동차, 화력발전 등 인위적 배기가스 배출에만 있는 것 은 아니다. 우리나라 대도시가 위치한 분지 지역은 거 의 화강암으로 구성된다. 마사토는 먼지를 다량 유발 시킨다. 편암과 편마암, 석회암 풍화토의 점토 성분도 먼지를 다량 발생시킨다. 녹지는 자연으로부터의 먼 지 발생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바람길 확보를 위해서는 마이크로와 메조, 매크로 스케일 관점에서 누가, 언제, 무엇이, 어디서, 왜, 어 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6하 원칙에 의거해서 치밀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국토계획과 환경계획도 동일 선상 에서 취급되어야 한다. 이 둘은 분리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토와 환경을 각기 떼어 칭한다는 것 은 여전히 개발을 전제로 한 지역정책의 면모를 보여 주는 듯해 아쉽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람길 확보는 본 연구에서 제시된 제3안인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을 하 나의 계획으로 엮는 방안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환경 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명제다.
최근의 신도시들은 예전과 달리 쾌적한 공간이 확 보되고 있다. 예컨대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 시의 다산 신도시는 왕숙천이라는 하천 공간을 최대 로 확보해 쾌적한 여유 공간을 마련한 대표적 성공사 례로 꼽힐 만하다. 아파트 배치가 자유롭고, 도로 폭 과 아파트 동간 거리가 넓어 답답함이 없다. 무엇보 다도 신도시 내부에 폭 50m로 길이 1.5km의 동서축 이 확보되었다. 도시 동쪽에는 구릉이, 서쪽으로는 왕 숙천이 지나가고 있다. 마치 리조트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같은 여유로움이 모든 국민들에게 돌 아가길 기대해 본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토·환경계획 연계 방안 연구: 바람길 적용을 중심으로
A Study on Integration of Spatial and Environmental Planning to Mitigate Particulate Matter: Focusing on Ventilation Corridors 박종순, 박태선, 김은란, 이상은, 안승만, 이정찬, 성선용, 윤은주, 남성우, 주현수, 김재진, 이건원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