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피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이 일상화 되어진 도박 산업의 명암 에 대한 내용이다. 도박에 대하여 생각하면 대부분의 우리들은 아직도 혼란스럽다.
언제부터인지 주변에 합법적인 도박이 많아졌고, 꽤 많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때로는 신세를 망치는 것을 목격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박이 어엿한 산업으로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도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도박하는 것 보다, 이들을 국내에서 도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내 소득 증가와 고용 창출 면에서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마카오와 싱가포르는 도박 산업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 도박 산업(공식적으로는 사행 산업이라고 한다.)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종합적으로 긍정적인 것인가 또는 부정적인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 은 경제적인 의미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결정되어질 수 도 있다. 즉, 도박 산업이 주 는 경제적인 편익과 비용을 비교하여 편익이 크다면 좋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비 용이 크다면 나쁘다고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을 하기에는 그 간 문제가 있었다. 다름 아닌 도박 산업의 경제적인 편익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경 제적인 비용은 추정되어진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도박중독 비용에 대한 실험적인 연구가 시작되어, 아직 정교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도박비용에 대한 추 정치가 발표되고 있다. 따라서 도박 산업이 우리 경제-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구체 적이고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거대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급속한 증가율
일단 도박 산업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즉 편익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나라에는 합법적으로 6가지의 도박업이 허용되고 있다. 즉,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이 그것이다. 이들 도박 산업의 총 매출액은 2010년 현 재 약 17조 3천억원을 상회하고 있다.(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올해 2011년의 도
도박 산업,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견인요소인가?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2-01-20
박 산업 매출액은 연말의 역대 최고 복권판매액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도 박 산업이 타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연관효과를 넉넉히 가정하여 2배 정도 된다 고 가정하면, 도박 산업은 약 34조 정도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 도박 산업이 일으키는 비용에 대하여 살펴보자. 도박으로 인한 대부분의 비 용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즉, 도박중독의 비용을 추정하려면 일단 우리나라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지는 유병률에 대하여 살펴봐야 하는데, 우리 나라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6.3%(마사회) 정 도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호주, 영국과 같은 외국에서 같은 방법으로 조사할 때 1.9%~3.3%에 도박중독 유병률이 측정됨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유병 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 질 확률이 이들 나라에 비하여 2~3배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피해가 개인에 머 무르지 않고 가족 구성원에게 상당부분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주의문화에 기반한 서구문화권에서 발생하는 도박중독 비용과 차별되는 점이다. 따라서 도박중 독이 미치는 비용은 단순히 도박중독자가 일을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소득이 감소 하는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불화, 이혼, 자살, 아동학대, 가정폭력, 자 녀교육 저하를 비롯하여 사회적으로도 한탕주의 문화나 범죄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도박중독의 정확한 경제-사회적 비용추정을 위하여 많은 수의 도 박중독자(치유자), 그 가족, 도박치유센터의 전문가 등을 인터뷰하여 가능한 모든 경제-사회적 비용을 추정하여 총합하였다. 그 결과 2009년의 도박중독으로 인한 비용은 약 78조원으로 추정되어진다. 2009년의 도박중독 비용 78조원에는 도박관 련자들의 주관적인 응답에 근거한 비용항목이 있으므로 부풀려 추정되었을 가능성 도 있지만, 반면에 자살, 가정폭력, 가정 해체 등의 금전적인 비용으로 측정할 수 없는 항목도 많이 포함되어 축소 추정되었을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전 체적으로 도박 산업으로 인한 이득에 비하여, 그 비용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비용에 관하여 주목할 내용은 도박중독 비용의 증가율이다.
조사대상인 2000년에서 2009년 사이의 10년간 실질 국민총소득(GNI)증가율이 평 균이 연 3.13%인데 비하여, 실질 도박중독 비용의 증가율은 연 3.76%에 달하고 있어, 도박중독비용 증가율이 국민총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의 상 지난 10년간의 도박중독비용 증가율과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지속된다고 가정하 면 도박중독비용이 전체 국민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에는 약 8.1%, 2030년에는 약 8.9%, 2050년에는 약 9.7%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참조) 도박 산업의 또 다른 특이점은 지난 10년간 순매출액의 증가율이 연 13%
로서 순매출의 변화가 호황-불황과 같은 경기 변화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 연하면 국민소득이 감소하여도 도박 산업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도 도박의 중독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 1] 실질도박중독비용이 총국민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율
(단위 %)
출처: 도박중독의 사회-경제적 비용추계, 전종설 외 (2011)
도박중독의 사회적 비용 절감 노력이 선행되야 진정한 경쟁력 강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통계를 살펴보면, 다양한 산업군 중에서 가장 국제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분야가 관광산업이고,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로서 도박 산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박 산업의 부정적인 효과는 그로 인한 양 의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다. 도박 산업의 편익을 취하면서, 동시에 도박중독의 비 용을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우선 시급한 것은 도박중독의 폐해 를 막기 위하여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도박중독의 예방 과 도박중독자들의 재활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하여 다른 나라에 비하여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도박중 독비용에서 재활비용(직업재활 및 도박중독 치료비용)은 1.2%에 그치고 있다. 반면 에 미국의 경우는 도박중독 치료비용만 하더라도, 전체 도박중독비용의 약 4% 가 까이 지출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 단위의 도박중독치료센터와 경찰, 지역사회복지 관, 병원, 보건소, 알코올치료센터, 정신보건센터 등 관련기관을 연결하는 인프라의 구축이 도박의 폐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면, 그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