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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학문과 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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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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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병혜**

목 차 1. 문제제기

2. 인간 돌봄을 위한 몸과 이야기의 해석학 1) 몸의 해석학

2) 몸의 서사적 이해

3. 질적 연구에서 해석학적 이해 4. 대화의 해석학과 돌봄의 실천 5. 결론

<국문초록>

인간 돌봄의 학문으로서 간호학은 총체적인 삶의 체험이란 맥락 속에서 건강과 질병, 그리고 치유의 체험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석학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돌봄 의 학문의 해석학적 적용은 철학의 해석학적 전통에 근거하여 다음의 과제를 통해 서 성취될 수 있다. 인간 삶의 체험에 뿌리를 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인간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러한 인간을 돌보기 위한 간호 지식은 인간의 건강과 질 병과 관련한 삶의 체험으로부터 어떻게 획득되어지는가, 그리고 특히 인간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실천은 각각의 상황에 대해 어떠한 해석학적 실천 적 적용을 필요로 하는가 등이다. 따라서 이글은 인간학으로서 간호학을 위한 인 간이해 방식을 메를로-퐁티의 몸의 해석학과 리쾨르의 인간에 대한 서사적 이해 에 근거하여 탐구하였다. 그리고 인간 삶의 체험에 뿌리를 둔 간호 연구의 질적 탐구방식을 특히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의 전통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또한 실 천적 지혜가 각 각의 상황마다 적용되는 대화를 통한 이해의 경험을 간호 실천현 * 2016년 조선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한 연구임.

** 조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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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돌봄의 상호성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주제어 : 간호학, 돌봄, 해석학, 질적 연구, 대화

1. 문제제기

간호는 인류역사의 시초부터 인간상호관계가 이루어지는 삶의 체험의 세계에 뿌리를 두고 좋은 삶을 추구하는 삶의 지혜이며 돌봄의 기술로 존 재해 왔다. 그리고 간호는 또한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실천으로 서 가족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가난한자 병든 자를 돌보는 전문적 직 업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발전되어 온 것이다.1) 그래서 돌봄의 학문으로서 간호학이란 인간의 좋은 삶을 위해 공동선을 증진시키며 사회적 실천을 조 직적이며 협동적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실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유약한 신체적 존재로서 돌봄을 필요로 하며, 이것은 생활세계의 일상의 삶의 체험 속에서 이루어진다. 돌봄을 필요로 하 는 인간은 삶의 총체적 과정 속에서 질병과 고통 그리고 치유를 체험하며, 이것은 개인의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간호학은 건강과 질병과 그리 고 치유의 의미를 생활세계에서 일어나는 삶의 체험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 여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서 총체적 삶의 체험에 대한 해석학을 필요로 하 는 것이다. 따라서 간호학은 바로 인간 삶의 체험을 출발로 삼는 철학에서 의 해석학적 전통에 기반 하여 간호 지식을 획득할 수 있으며, 그리고 그 지식이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돌봄의 실천에 어떻게 응용이 될 수 있는지

1)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지역사회나 산업체 등에서 전문적 직업의 형태를 띤 간호의 근원 은 서양 역사에서 초기 기독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부터 가난한자 병든 자, 나그네 등을 수도원이나 교회가 중심이 된 간호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공병혜, 「보살핌의 학문과 철학」, 범한철학 제48호, 2008, 3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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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에서의 해석학의 전통이란 주로 슐 라이어마허와 딜타이의 정신과학의 방법론으로서 이해의 기술 그리고 가 다머의 대화로서의 변증법적 해석학을 주로 일컫는다. 또한 그 밖에도 메를 로–퐁티의 몸의 해석학이나 리쾨르의 이야기의 해석학등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철학적 해석학이 인간 돌봄을 위한 인간 존재의 이 해와 실천적 지식 연구 방법,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돌봄의 실천적 적용에 어떻게 응용되는지 탐색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간호학과 해석학과의 만남은 철학적 해석학에 근거하여 다음의 과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 삶의 체험에 뿌리를 둔 돌봄을 필요로 한 인간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러한 인간을 돌보기 위한 간호 지식은 과연 인간의 건강과 질병, 그리고 치유와 관련하여 어떠한 해석의 방식에 의해 탐구가 가능 한가, 특 히 인간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실천은 각 각의 상황에 대해 어떠한 해석학적 실천적 적용을 필요로 하는 가 등이다.2) 따라서 이글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으로서 몸과 이야기의 해석학과 인간 체험에 뿌리를 둔 지식탐구방식으로 해석학, 그리고 구체적 상황의 이해를 요구하는 실천 적 해석학이 어떻게 돌봄의 학문과 실천 현장에 적용되는 지 고찰해 보도 록 하겠다.

2. 인간 돌봄을 위한 몸과 이야기의 해석학

1) 몸의 해석학

간호는 생활 세계 속에서 삶의 돌봄의 기술일 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나

2) L. Todres, S. Wheeler, “The complementarity of phenomenology, hermeneutics and existentialism as a philosophical perspective for nursing research”, Nursing studies 38, 2001 pp.1∼8. 간호연구에서 실존적 현상학, 해석학이 주로 결합된 질적 연구의 특징 은 바로 생활세계 체험에 대한 의미 해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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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중심으로 사회적 돌봄의 실천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삶의 기술이 며 동시에 사회적 실천으로서 간호가 근대 이후 병원이라는 제도 속에 놓 이게 되면서 실증과학과 의료기술에 기반 한 의학적 치료에 종속되기 시작 했다. 즉 생활세계의 삶의 체험에 뿌리를 둔 간호가 과학적 의학과 기술 공 학적 치료의 패러다임에 종속되어가면서, 과학적 검증과 통계적으로 계량 화가 가능한 영역만이 지식으로 탐구되고 거기서 돌봄의 가치들이 배제되 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돌봄의 해석학으로 간호학을 보는 간호학 자 롤프(G. Rofe)는 현대의 간호이론이나 연구, 교육이 기술 합리적인 근거 기반에 의해 접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계적 기술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간호의 위기상황을 지적하고 있다.3) 그래서 간호학은 과학적 의학과 기술 공학에 의해 배제되었던 신체적 돌봄, 연민과 신체적 지지, 대화, 위로, 신체 적 안위 등에 대한 돌봄의 가치를 삶의 총체적 맥락 속에서 다시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지닌다.

특히 현대의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적 의료는 심신 이원론에 따른 기 계론적인 신체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기반으로 한다. 거기서 신체란 마음과 분리된 물질로 구성되어 부분 및 요소, 세포, 조직, 장기 등의 부분의 체계 로 파악되며, 그 요소나 부분 등은 원칙적으로 대체가능하거나 고장 난 기 계처럼 보수가 가능하다. 그래서 신체의 전체기능은 그 부분의 기능에 의존 하게 되며, 연구 및 실험과 처치의 대상이 되어 분할되고 파편화되며 객관 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 의학은 바로 이러한 마음과 분리된 물질로 구성된 몸을 탐구하는 해부학과 생리학의 발전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특히 마음도 뇌의 물리적 현상으로 환원시키는 극단적 물리주의는 대뇌의 신경 세포들이 정해진 역할에 따라 다양한 마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탐구 하여 물질에서 마음을 추론하기까지 한다.4)따라서 기계론적 몸에 대한 이

3) G. Rolfe, “Foundation for a human science of nursing: Gadamer, Laing, and the hermeneutics of caring”, Nursing Philosophy 16. 2015, pp.14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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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극단적 물리주의에 기초한 현대의학은 특정한 병인론에 근거하여 질 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몸속에 위치해 있는 하나의 실체로 바라본다. 그래서 오로지 질병의 결정적 원인과 그 실체를 찾아 치료하기 때문에 주체가 몸 으로 체험하는 다양한 증상들은 질병의 개념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현대 의학은 객체로서 몸 안에 위치한 질병의 실체와 그로 인한 현상적 변화에 대한 객관적 정보에 의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5)

기계론적 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한 현대의학은 생활 세계에서 고통을 경험하는 병든 사람에 대한 총체적 이해보다는 오로지 질병 그 자 체에 집착하게 한다. 그러나 나의 몸은 뼈와 살과 혈액 등과 같은 물질적 구성요소로 되어있을 뿐만이 아니라, 질병을 체험하고 치유를 경험하는 주 체인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실증 과학적 연구를 통해 객관화 된 통계적 수 치와 정보를 통해서가 아니라, 총체적인 나의 삶과 인격의 표현으로서 아픈

‘나의 몸’을 체험하는 것이다. 간호는 바로 이러한 생활 세계 속에서 지향성 을 가지고 체험하는 주체로서 몸을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간호는 인간이란 신체적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나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상처받기 쉬우며 늙어가며 유한한 누군가에 의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결핍된 존재임을 전제한다.6) 여기서 나의 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 를 스스로를 인식하며 표현하고 해석한다. 몸은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며 병 에 걸리기도 하고 다치고 분노하며 세상에 저항도 하는 육화된 의식을 지 닌다. 예를 들어 불편함, 통증, 호흡곤란, 피로 등은 육화된 자신의 몸의 결 핍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7) 그래서 간호사들은 무엇보다는 환자의 신체 상

4) 강신익, 몸의 역사, 몸의 문화, 휴머니스트, 2007, 255∼256면.

5) 같은 책, 305면.

6) M. Schnell, “Leiblichkeit-Verantwortung-Gerechtigkeit-Ethik. Vier Prinzipien einer Theorie des bedürftigen Menschen”, in; Pflegen und Philosophie(hrsg. M. Schnell), Göttingen: Hans Huber, 2002, p.13.

7) I. 매드저 · J. A. 윌튼, 질병체험연구, 신경림 외 역, 현문사, 20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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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를 예민하게 느끼고, 만지고, 접촉하고, 눌러보고, 두드려보고, 냄새를 맡 으며, 환자의 총체적 신체적 상태에 대해 호소를 듣고 파악하여 신체적 접 촉을 통해 돌봄을 수행한다.

그래서 인간 돌봄은 인간은 몸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고 해석하며 외부의 상처에 취약한 존재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특히 간호 현장에서 이 루어지는 신체적 접촉은 신체적 증상에 대한 진단적 차원도 있지만, 인간과 의 친밀감, 가까움이라는 감성적, 인격적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하며, 신체 적 간호행위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곁에 있어주기, 목욕시켜주기, 마사 지, 음식 먹어주기, 몸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로, 안위 제공 등의 신체적 접촉을 통한 모든 기본적인 간호행위들은 단순한 신체적 지원을 넘어 인격 적이며 전인 간호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8) 그래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전인 간호는 바로 인격적 자아의 기반이 되는 몸의 해석학을 필요로 한다. 몸의 해석학은 몸을 객관화된 관찰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이 세상 에 스스로 체험하는 주체의 차원에서 해석하는 방식인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뺷지각의 현상학뺸에서 인간의 몸을 단지 인간의 정신과 분 리된 해부학적, 생리학적, 그리고 병리학적으로 탐구될 수 있는 객관화된 대상이 아니라, 생활세계에서 생생히 체험하고 상호 교류하는 주체로서 이 해한다. 그래서 그는 주체로서의 몸의 실존적 능력이란 구체적인 상황에 참 여 할 수 있는 자유의 능력이며, 이것은 몸의 지각과 운동, 그리고 의식적인 자신의 의도를 상황 속에서 통일 시킬 수 있는 “지향호”(intentional arc)라 고 설명한다.9)현실적으로 상황에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몸의 실존적

8) T. Fuchs, “Der Leib und der interpersonal Raum”, in; M.W. Schnell(Hrsg.), Leib, Körper, Maschine, Interdisziplinaenre Studien über den bedürftigen Menschen, Düsseldorf; Hans Huber, 2004, p.41. 그는 인간 상호간의 신체적 접촉은 이미 오랜 전통 으로 전해 내려오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었다. 그리스의 어원인 에토스도 육화된 태도, 습관을 의미하는 것이다.

9) Merleau- Ponty, Phenomenology of Perception, trans. C. Smith. London and New York: Routlege, 2001; 지각의 현상학, 유의근 번역, 문학과 지성사, 2002, 2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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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보고, 느끼고 만지고 접촉하는 모든 지각과 우리의 사고와 의지를 몸의 움직임으로 통일시킨다. 나의 몸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건강할 때 몸의 지각과 운동능력, 그리고 나의 의지와 사고의 통합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서 구체적인 상황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몸이 아프거나 병들어 몸의 통합능력에 장애가 오면 이 세계는 낯설게 다가오며, 이것은 몸의 지각과 운 동능력 그리고 의욕사이의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자기 몸에 대한 고통에 대한 체험은 이 세계에 친숙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의식적 삶의 배후 에서 작용하는 몸의 통합능력의 장애에 따른 부자유의 경험인 것이다.10)

그래서 메를로-퐁티의 몸의 현상학적 해석학은 간호에서 질병으로 인 해 손상 받은 몸의 체험을 이해하게 한다. 그의 몸에 대한 해석은 이 세상에 잘 거주하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간호에서의 신체적 돌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아프다는 것은 몸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몸이 참여하는 상황과 몸과의 통합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몸의 부자유의 경험인 것이다. 그래서 몸의 부자유로부터 구체적 상황에 참여할 수 있는 통합된 몸의 자유를 회복하게 하는 것이 신체적 돌봄의 핵심이 되 는 것이다.11)예를 들어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뇌졸중 환자의 신체적 경험 은 세계에 참여할 수 없고 의욕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삶에 대한 좌절의 경 험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환자는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몸 습관을 습득해야 하며, 그 과정은 그가 거주하는 구체적 상황에 자신의 지각과 의 지와 욕망 등을 투사하여 실현하는 주체로서의 몸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과 정인 것이다. 그래서 돌보는 사람은 질병이나 상해 등에 의한 몸의 경험에

10) H. L. Dreyfus and S. E. Dreyfus, “The challenge of Merleau-Ponty’s Pheno- menology of embodiment for cognitive science. In: Perspective of Embodiment: The Intersections of Nature and Culture (eds G. Weiss & H. F. Habor), New York:

Routledge, 1999, pp.103∼120.; 공병혜, 「메를로 퐁티의 몸의 현상학과 간호에서의 실천 적 지식」, 철학과 현상학연구 31, 2006, 93면.

11) T. Fuchs, Op. cit.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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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며 이에 대한 해석을 통해 환자의 몸의 능력이 질병과정에서 어떻게 장애를 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얻 을 수 있다.12)예를 들어 만성 당뇨병환자는 혈당수준에 따라 반응하는 자 신의 몸의 반응을 지각하여 해석함으로써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위한 생활 방식의 변화를 스스로 체득한다. 그래서 돌보는 자는 오랜 기간의 만성질병 과 함께 살아가며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환자의 몸의 통합능력을 이해함으로써 신체적 돌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2) 인간 몸의 이야기적 이해

질병이나 상해 등에 의한 몸의 곤경상태나 변화에 대한 체험은 개인의 총체적 삶의 흐름과 자기 정체성에 영향을 주며 자기 삶의 이야기를 바꾸 어 놓는다. 예를 들어 만성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의 삶의 이야기는 몸의 능력에 대한 좌절과 수용, 그리고 적응과정에 따라 개인 삶의 기획이 담긴 이야기가 단절되거나 지속된다. 그래서 환자의 삶의 이야기를 이해하 는 것은 간호에서 인간 이해의 전제가 된다. 개인의 정체성은 개인의 출생 과 삶,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의 통일성 속에 있다. 또한 그 개인의 이야기는 그의 탄생 전부터 타자에 의해 시작될 수 있으며, 죽음이후에도 남은 사람 들에 의해 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지속적으로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간호에서 이야기를 지닌 개인을 이해하는 것은 환자를 인격의 정체성을 구 성해 주는 돌봄의 차원을 지닌다.13)이러한 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구성함 으로써 개인의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도록 도와주는 돌봄이 바로 ‘이야 기적 인간 이해’(narrative understanding)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의 해석학을 전개시킨 리쾨르는 인간을 삶의 흐름과

12) P. Benner, J. Wrubel, The primacy of caring, Stress and Coping in Health and Illness, CA: Addiso-Wesley, 1989, pp.78∼79.

13) S. Edwards, Philsosophy of Nursing, An Introdudction. pagrave 2001,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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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속에서 자기를 해석하여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존재로서 이해한다. 그 래서 개인의 인격의 정체성이란 시간의 지속성 위에서 자기 삶이 이야기 되었을 때 비로소 자기 삶의 실존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의 정체성은 지속적인 삶의 변화와 자 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이야기로 구성되어 이어 진다. 리쾨르에게 인격의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자기 해석과 관계한다.14)여기서 이야기(narrative)란 줄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물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데, 그것은 그 인물의 성격뿐만이 아니라, 무엇 을 하겠다는 삶의 기획과 의도, 소망 등을 포함하는 약속을 통한 ‘자기 유지’

를 포함한다. 이야기 속에서 ‘자기 유지’를 한다는 것은 본래 “타자 앞에서 내가 말한 나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함축 한다.15)결국 이야기 속에서 형성되는 인물의 정체성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자기가 말한 행위에 대한 약속을 지키며 자기가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야기를 통한 개인의 총체적 삶에 대한 해석은 간호에서 돌봄을 위한 인간이해의 방식이며 또한 태도인 것이다. 환자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 기를 하도록 용기를 주고 그 이야기에 경청하고 반응하는 것은 자신이 무 엇을 하고 있으며, 누구인가에 대한 자각을 하게하고 좋은 삶을 지향하는 자기존중 능력을 증진 시킨다. 특히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실존적 곤 경상태에 처해 있는 개인에게 이야기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질병으로 인한 고통에 대한 체험은 바로 인격의 정체성으로서 이야기의 지속성과 통일성 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야기를 통한 인간이해는 그 사람이 지닌 병이나 질병으로 인한 몸이 체험하는 고통에 대한 경험이 그가 소망하고 추구하는 삶의 전체적이며 통일적인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

14) P. Ricoeur, Das Selbst als ein Anderer, Aus dem Franz. von J. Greisch, Muenchen:

W. Fink Verlag, 1996, p.144.

15) Ibid. p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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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지니는 지를 이해하게 한다. 돌보는 사람은 환자의 몸의 체험에 대한 이 야기를 통한 고통의 전 과정과 그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여 표현을 하도록 한다. 그래서 환자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함께 참여하 여 이야기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은 환자에게 삶의 중요한 가치에 위협을 주는 고통을 이해하게 하고 이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일깨워서 삶 을 소망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16)

3. 질적 연구에서 해석학적 이해

지금까지 전인 간호를 위해서 주체로서의 몸의 체험에 대한 해석과 개인 을 삶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로 이해하기 위한 해석학이 중요함을 살펴보았 다. 이러한 몸의 체험에 대한 해석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간호지식은 과 연 어떠한 방법, 혹은 인식론적 근거에 의해 획득될 수 있는가? 간호 지식 의 근원은 몸을 통해 체험하는 삶의 세계에 뿌리를 둔다. 오늘날 인간의 질 병과 건강 그리고 돌봄과 관련된 삶의 체험의 의미를 탐구하는 간호 지식 은 직접적인 인간 상호간의 대화적 기법인 인터뷰를 통한 질적 연구에 의 해 추구된다. 여기에서 응용되는 질적 연구방법의 핵심기법이 바로 해석학 적 방법인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질적 연구의 해석학적 방법이 간호학문의 특성에 부합하는 지식추구과정에서 어떻게 응용되어 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간호학은 19세기 나이팅게일 이래로 학문으로서의 성립과정에서 의학의 기계론적 인과론적 모델에 따른 인간생명현상과 병리현상을 설명하는 방 식이 간호 교육과 이론에 주로 영향을 주었다. 특히 1970년도 이전까지만

16) 공병혜, 「간호에서의 보살핌에 대한 철학적 탐구」, 대한간호학회지 35(7), 2005, 1338 면; S. D. Edwards, Philsosophy of Nursing, An Introduction, New york: Pagrave, 2001. pp.8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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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간호학은 실증주의에 기초한 실험적 방법과 양적인 통계 연구방법, 사 례연구 등에 의해 학문적 지식을 추구하였지만, 그 이후 철학, 심리학, 교육 학, 사회학 그리고 인류학 등의 학문과 접하면서 이미 확립된 이론을 간호 이론과 연구에 수용하기 시작하였다.17) 1980년대 이후로는 현상학, 실존철 학, 사회심리학, 사회비판이론 등이 간호연구에 영향을 미치면서 법칙에 의 해 인과적이며 환원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또한 통계적으로 수량화될 수 없는 삶의 체험과 의미와 관련된 간호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질적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특히 현상학적 해석학, 근거 이론, 문화기술지, 생애사 연구, 여성주의 등의 연구방법들은 실증과학의 경계 밖으로 밀려났던 돌봄, 관심, 염려, 사랑, 양육, 지지, 안위, 공감, 동정심, 봉사, 신체적 접촉 등의 돌봄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게 하였다.

특히 간호의 질적 연구의 특징은 자료수집방법으로 주로 인터뷰(inter- view)를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인터뷰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와의 공통관심주제에 대해 상호 대화를 하며 개인의 삶의 체험의 세계와 직접 접촉함으로써 실행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지식추구의 방식은 인식론적 주체와 지식의 대상을 분리하고 주체에 의해 지식의 대상을 통제하고 수량 화시키는 과학주의적 실증주의에서 벗어나 구체적 삶의 맥락 속에서 그들 의 삶의 생생한 체험을 기술하며, 동시에 공동체의 삶의 실천적 양식을 표 현한다.18)이러한 간호의 질적 연구에서 대화로서의 인터뷰과정과 텍스트 에 대한 이해의 기술은 슐라이어마허와 딜타이 그리고 가다머에 이르는 철 학적 해석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질적 연구의 과정에서 응용되는

17) 공병혜, 「포스트모더니즘과 간호의 이슈」, 대한간호학회지 34 (3), 2004, 397면.

18) 크베일은 인터뷰 실행자를 여러 곳을 찾아 여행하다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자유 롭게 지역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것을 질적으로 기술하고 여행자의 고국에 있는 사람들 에게 말해 질 수 있도록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여행자로 비유한다. 이 여행은 일종의 인터뷰 실행자 자신을 새로운 자기 이해의 길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성장여행(Bildung- sreise)으로 표현되기도 한다(S. 크베일, 인터뷰 -내면을 보는 눈, 신경림역, 하나의학 사, 1997, 21∼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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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기술을 슐라이어마허와 딜타이의 철학적 해석학에 근거한 해석학적 순환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거기서 특히 가다머 해석학에서 변증법적 인 해석학적 경험의 구조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구조를 살펴보고, 이것이 간호에서의 질적 연구의 과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1) 질적 연구에서 해석학적 순환과 이해의 경험

질적 연구에서 해석학은 인간 상호간의 대화로서 인터뷰와 그로부터 생 성된 텍스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두루 적용되는 이해의 기술이다. 이해의 기술은 연구의 주제와 관련된 인간 경험의 질적 자료를 인터뷰와 참여관찰 노트 등을 통해 수집하고,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지식의 구축과정에 두루 적용된다.19)이러한 이해의 기술과 해석의 과정을 우선 슐라이어마허와 딜 타이의 철학적 해석학의 입장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은 모든 종류의 텍스트 해석을 위한 기초로 사용 될 수 있는 이해의 기술을 다룬다. 그의 이해의 기술은 텍스트를 쓴 저자의 정신적 과정을 다시 체험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거기엔 ‘해석학적 순환’

의 원리가 작용한다. 해석학적 순환은 화자와 청자 간의 대화적 관계 속에 서 이루어지는 전체와 부분을 함께 이해하는 의사소통의 과정이며, 이를 통 해 공유하는 의미공동체가 형성된다. 의미공동체란 언어의 차원과 또한 사 상(담화의 주제)의 차원에서 문법적 해석과 심리적(정신적) 해석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20)특히 문체, 혹은 몸짓, 억양, 태도로서 표현되는 저자의 개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저자의 정신과정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이러한 해석학적 순환의 과정은 모든 질적 연구에서 연구 주제에 대한 연구 참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형성된 텍스트나 질적 자료를 해석하 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것이다.

19) 같은 책, 38면.

20) 팔머, 리차드,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이한우 역, 문예출판사, 1993, 135∼1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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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딜타이에게서 해석학은 바로 정신과학이 다루어야 하는 인간 삶의 체험 자체의 의미를 다룬다. 자연과학적 태도가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 해서 환원론적 절차와 객관성을 지니지만, 정신과학적 태도는 내면의 삶에 집중함으로써 삶의 체험의 의미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딜타이가 말한 체험(Erlebniss)이란 의식적인 반성이전에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나에게 현 존하는 생생한 실재이며, 감정, 인식, 의지 등의 요소들이 나와 함께 통일 된 것이다.21)이러한 삶 자체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체험은 언어나 행위나, 몸짓 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체험의 표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한 사람 의 정신이 다른 사람의 정신(Geist)을 파악하는 작용이며, 자아를 타자 속 에 전위시키는 사고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재발견하는 것이다.

특히 질적 연구에서 삶의 체험이 표현되는 인터뷰 텍스트를 해석함에 있어 서 연구자는 참여자의 본래의 삶의 체험의 속으로 들어가는 추체험하는 과 정을 거친다. 연구자의 이러한 과정은 역사적 지평에 속한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참여자의 체험의 의미를 이해하는 해석학적 순환의 과정인 것이다.

특히 가다머의 해석학에서 대화란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통한 자기 이해에 이르는 변증법적 과정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로서의 프 로네시스가 결합하여 발생하는 이해라는 경험의 구조를 지닌다. 가다머의 해석학에 따르면, 대화를 통해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적 이해로서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공동의 언어를 통해 세계에 대한 이해 의 경험이 발생하는 것이다.22)이러한 이해는 바로 지평융합과정에서 이루 어진다. 지평융합과정이란 대화과정에서 대화참여자는 자신을 개방하면서 자신의 좁음과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이해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자 기화의 과정인 것이다. 대화를 통한 이해의 경험은 변증법적 성격을 지닌 다. 이것은 낯설음을 극복할 가능성과 생동성을 포함하는 끝없이 열려져 있

21) 딜타이, W. 체험, 표현, 이해, 이한우 옮김, 책세상, 2002, 22∼23면 참조.

22) 이희용, 「해석학적 경험의 수행구조의 그 기초 해명」, 해석학연구 16, 2005, 1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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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해의 순환 과정에 있다. 이러한 대화의 구조 속에서 가다머는 프로네 시스라는 실천적 지혜를 적용시킨다. 실천적 지혜는 언제나 구체적인 상황 에 이미 “적용”(Applikation)하여 해석하는 능력이다.23)프로네시스는 바로 잘 사는 것, 혹은 선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좋은 것과 유익한 것을 숙고하고 판단하여 개별적인 행위와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여 자신을 발견하는 능 력이다. 그래서 프로네시스는 테크네와 구분된다. 테크네(기술)가 보편적인 규칙을 개별적인 경우에 기계적으로 적용시켜 제작하는 능력인 반면에, 실 천적 지혜는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 늘 반성적 성찰을 필요로 해 석의 능력인 것이다. 그래서 이해의 경험은 바로 실천적 지혜가 개별적 상 황마다 다르게 새롭게 적용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24)

이러한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은 간호의 질적 연구에서 연구 주제와 목 적에 맞게 인터뷰과정과 이를 통해 필사되어 형성된 텍스트의 해석을 위해 항상 새롭게 적용된다. 거기서 인터뷰 텍스트가 형성될 때까지 공동의 이해 에 이르는 경험은 연구자와 대화자들 간의 공통된 주제를 향해서 물음과 대답이라는 변증법적인 대화의 과정을 통해 성립된다. 인터뷰 과정에서의 대화자 간의 이해라는 해석학적 경험은 대화적 상대를 주체로서 수용하며 자신의 입장에 동화시키지 않고 인격적 관계 속에서 이해상대를 말하게 한 다. 진정한 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란 바로 인터뷰과정에 서 상호이해의 경험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며, 이것은 양자가 만날 수 있는 이해의 공통의 지평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가다머가 말한 지평융합이 라는 공통의 이해의 경험은 은유나 관용어, 이야기 등을 포함한 언어를 통해 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언어가 필사되어 텍스트가 생성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간호의 질적 연구를 위한 텍스트가 생성되는 과정은

23) H. G. Gadamer, Wahrheit und Methode, Grundzue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Tuebingen: Mohrsiebeck, 1975. p.291.

24) 백승영, 「가다머의 실천철학 기획과 해석학적 계몽의 의미,」 해석학 연구 제16집, 2005, 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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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프로네시스의 실행으로서 해석학적 적용이다. 그 이유는 연구자와 연 구 참여자들이 대화의 과정에서 각기 다른 구체적 상황마다 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실천적 숙고를 통해서 ‘이해’를 경험하기 때문이다.25) 인터뷰는 역사적으로 자기 발견에 이르는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대화법에 기초하 여 좋은 삶을 향한 실천적인 삶의 지혜를 추구하는 과정이지 규칙이 일반 적으로 적용되는 대화의 기술이 아닌 것이다. 간호연구를 위한 대화란 궁극 적으로 연구자와 참여자가 좋은 삶에 대한 숙고를 교환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앎과 더불어 사회적 선의 실현을 위한 실천적 목표를 지닌다. 결론적 으로 간호에서는 질적 연구는 참여자가 속한 공동체의 좋은 삶을 위한 목 적으로 건강과 질병과 돌봄과 치유와 연관된 주제에 대해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사이의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는 ‘적용’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간호연구를 위한 인터뷰 텍스트는 이미 주어진 문헌텍스트가 아니라, 제스처, 눈빛, 몸짓, 표정 등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대화가 이루어지는 해 석학적 상황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형성된 텍스트를 해석하 기 위해서 연구자는 참여자의 좋은 삶을 향해 각 각의 상황마다 다르게 적 용되는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여 전체 텍스트에 대한 해석학적 순환의 과정 을 거치는 것이다.26)

4. 대화의 해석학과 돌봄의 실천

상호 대화를 통한 이해의 경험은 간호 실무에서 돌봄의 실천과정에도 적 용될 수 있다. 특히 가다머의 해석학은 대화를 통해 인간의 자기 이해와 도

25) 대학병원 내과 외래에서 화병을 호소하여 내원한 환자를 대상을 한 질적 연구의 인터 뷰 과정을 통해서 돌봄과 치유의 경험이 일어남을 다음의 논문에서 볼 수 있음. 김순용 외, 「화병에서의 돌봄의 본질」, 대한간호학회 35(2). 2005, 227∼237면.

26) 공병혜, 「인터뷰; 실천적 해석학으로서의 대화」, 범한철학 63집, 2011, 3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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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를 강조한다. 간호 실천에서 간호사와 환자사이 오가는 물음과 대답이라 는 변증법적인 대화의 과정은 자기 이해와 자기 변화의 과정이며 동시에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새로움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 상황에서 실천적 지혜 가 실현되는 상호 돌봄의 과정이기도 하다.27)간호사와 환자와의 상호 대 화를 통한 이해의 경험이 각각의 구체적 상황마다 어떻게 발생하는지 가 다머의 해석학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가다머의 해석학은 간호 현장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의 역사적, 언어 적 전통을 이해하는 관점을 제공해 준다. 거기서 이해의 경험으로서 지평융 합은 내가 나로 있으면서 나를 절대시하지 않고, 너를 나에게 환원되지 않 는 참된 너로 만나서 심층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것은 바로 간호사와 환자가 서로 다른 삶의 역사의 지평에 따른 거리와 차이에도 불 구하고 발생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간호 현장에서 나의 지평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에 대한 물음과 대답의 계속되는 과정을 통해서 지평 융합이라는 이해의 경험이 발생하며,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가다머가 말한 서로 다른 지평이 융합되는 이해의 경험은 서로의 견해의 모순과 대 립이라는 부정성의 계기를 통해 자기 변화를 통해 서로가 확장되는 것이 다.28) 즉 오로지 타자와의 만남에서 오는 낯섦과 대립과 모순이라는 자기 숙고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대화자들은 자기의 지평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 운 자기이해와 자기변화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적 이해는 간호 실무에서 돌봄의 상호성의 기반이 된다. 대화 자는 서로 상대방을 통해 그 이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자기 발견이라는 새

27)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은 간호교육에서 도야(Bildung)와 임상실무에서 의사소통과 환자의 임상기록과 인터뷰 기록 등을 해석하는 방식에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 는 김재현, 「철학적 해석학의 간호학적 적용: 가다머 해석학을 중심으로」, 계명간호과 학, 19(2), 2015, 67∼75면.

28) 임상에서 간호사들과 환자와의 대화를 통한 지평융합의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변화가 일 어나는 치유의 과정을 다룬 글은 다음과 같다. H. Nerheim, Die Wissenschaftlichkeit der Pflege, Hans Huber, Bern. 2001. pp.31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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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이해의 경험을 한다.29)이러한 새로운 자기이해의 과정으로서의 돌봄 은 일종의 대화적 실천으로서 언제나 각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적용(Applikation)”을 필요로 한다.30) 왜냐하면 간호에서 돌봄은 항상 환 자가 놓인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돌보는 자는 환자가 속한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여 그 사람에게 최선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을 한다. 대화의 과정에서 항상 상대방의 좋은 삶을 고려하면서 행위에 대해 사려 깊은 숙고와 판단이 서로 오고 가는 것 이다. 그래서 돌보는 사람은 각자의 개인이 추구하는 좋은 삶의 상태인 행 복과 고통의 관계를 숙고하여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이다. 그래서 돌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정한 대화란 누군가가 중심이 되 어 다른 사람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서로에게 구체적으로 어떻 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상호 자기 이해를 이끌어주어야 한다.

간호 실무에서 요구되는 돌봄의 대화적 관계는 특히 가다머가 말한 공동 선을 향해 나와 너라는 인격적 관계 속에서 성립되는 마치 우정(philia)의 관계에서 성립된다.31)그리고 그 돌봄의 과정은 서로가 상호 잘되기를 바 라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향해 자신을 열어놓고 타자 속에서 자기를, 그리고 자기 속에서 타자를 발견하는 인지적 계기를 지녀야 한다. 이러한 돌봄의 관계란 일종의 우정의 관계로서 간호사와 환자 상호간에 자기 자신의 부족 함을 발견하여 그 결핍을 서로 채워주는 관계이다. 이것은 간호사와 환자가

29) 대화란 자신의 고유한 경계를 일깨우게 하는 지혜의 연습이다. H. G. 가다머, 고통-의 학적, 철학적, 치유적 관점에서 본 고통, 공병혜 옮김, 철학과 현실사, 2005, 24면.

30) 가다머의 실천의 영역에서 ‘적용’이란 지속적인 자기화와 해석이 과정을 거치는 판단력 과 관계한다. 판단력은 ‘해석학적 경험의 본질’로서 지혜로운 사람이 지니는 특성인 것 이다. 프로네시스는 다양한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위해 삶 전체와의 관점에서 최선과 관계함으로서 선한 삶을 촉진하고 인간존재에게 좋고 나쁜 것이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능력이다. 정연재, 「기술공학시대에서 전문직의 정체성과 윤리의 문제」, 윤리 연구

77호, 2010, 291∼291면.

31) H. G. Gadamer, “Freundlichkeit und Selbsterkenntnis”, in: Gesammelte Werke 7.

Tuebingen,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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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서로 좋은 삶을 위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상호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이해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여기서 대화자로서 돌보는 사 람에게 요구되는 해석학적 능력이란 바로 친구 간에 형성되는 우정의 능력 인 것이다. 따라서 대화의 과정으로서 돌봄의 실천이란 대화자 스스로 자신 을 발견하고 도야하는 자기 돌봄과 서로 좋은 삶을 바라며 함께 사회적 선 을 향한 실천적 지혜를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5. 결론

돌봄의 학문인 간호학은 인간의 건강과 질병, 그리고 고통과 치유와 관계 하는 인간 총체적 삶의 체험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학을 필요로 한 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간에 대한 이해, 실천적 지식의 탐구 방식과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돌봄의 태도와 실천을 위해 철학적 해석학의 적용이 중요함 을 보여주었다. 이글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으로서 몸과 이야기의 해석학, 그리고 인간 체험에 뿌리를 둔 대화의 해석학이 간호학문의 지식탐구와 실 제 돌봄의 실천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고찰해 볼 수 있었다.

특히 메를로-퐁티의 몸의 현상학적 해석학은 질병 체험의 주체로서의 몸 의 곤경상태가 환자의 실존적 삶의 위기임을 깨닫게 한다. 이것은 간호에서 신체적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생활세계와 소통하고 복귀할 수 있 는 통합적인 자유로운 몸의 회복을 위한 간호의 실천적 방향을 제시해 주 고 있다. 또한 리쾨르의 자기 해석에 바탕을 둔 이야기의 해석학은 환자를 이야기를 지닌 존재로 이해하게하고 이야기를 통해 환자의 자기 정체성을 구성해 주는 돌봄을 위한 전제가 된다. 또한 이글은 철학적 해석학이 삶의 체험에 바탕을 둔 간호의 실천적 지식을 탐구하는 데에 합당한 질적 연구 의 방법으로 적용됨을 보여준다. 이해의 기술로서의 해석학은 질적 연구과 정에서 자료 수집을 위한 참여자와의 대화를 통한 인터뷰과정과 이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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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된 텍스트를 해석학적 순환과정을 통해 삶의 체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두루 적용된다. 특히 가다머의 해석학에 따른 이해의 경험은 연구 참여 자와의 인터뷰 실행과정과 인터뷰 텍스트를 해석하는 대화의 과정에서 발 생한다. 즉 대화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해는 연구자와 참여자 모두 자기 발견에 이르게 하고, 동시에 구체적 상황마다 삶의 지혜가 적용되는 경험이 다. 또한 돌봄의 실천현장에서 대화로서 이해의 경험은 상호적 돌봄의 관계 를 형성하며 서로 좋은 삶을 향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서로 자기 도야 와 좋은 삶을 위한 실천적 지혜가 발휘되는 과정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몸의 해석학은 오늘날 간과되는 생활세계 체험에서 발생하 는 간호에서 신체적 돌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주며, 또한 이해의 기술로서 철학적 해석학은 인간 돌봄의 실천적 지식을 탐구하 기 위한 질적 연구 전 과정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특히 가다머의 변증법적 해석학은 대화를 통한 이해의 경험자체가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실천적 지혜가 발휘되는 돌봄의 도덕적 현상임을 이해하게 한다. 이러한 철학적 해 석학을 바탕으로 한 지식추구와 돌봄의 실천은 바로 과학주의와 첨단 의료 기술, 그리고 병원의 행정체계로부터 소외된 돌봄의 가치를 회복하고 인간 관계와 대화가 살아 숨을 쉬는 의료현장의 인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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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Science of Caring and Hermeneutics

32)Kong, Byung-hye*

Nursing science requires the hermeneutics of caring in the context of personal history in order to understand the meaning of living experiences related to health, illness and healing. This article aims to apply the hermeneutics to nursing science, which is one of human sciences, and suggests the following tasks. First, hermeneutics as human understanding can be regarded as a way to understand people who suffer from disease and need care. Second, hermeneutics as dialectic understanding can provide an art of a dialogue to the nursing research, regarding on the qualitative research using the interview between researchers and participants. Third, the actual experience of hermeneutics accomplishes the ‘Phronesis’, as a practical wisdom for the realization of the goodness, in a dialogue situation of caring. After reviewing these tasks, this article examines the applicability of the Merleau-Ponty’s bodily hermeneutics and the Ricoeur’s narrative hermeneutics in order to understand the suffering people, and the meaning of the qualitative research in nursing science according to these hermeneutics. Furthermore, Gadamer’s dialectic hermeneutics is also examined regarding on its applicability to the practices of caring which experiences the understanding in context of the dialog.

Key Words : nursing science, hermeneutics, caring practice, qualitative research, dialog

* Chosun University

(23)

<필자 소개>

이름: 공병혜 소속: 조선대학교

전자우편: bhgong@chosun.ac.kr

논문투고일: 2017년 6월 26일 심사완료일: 2017년 8월 14일 게재확정일: 2017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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