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논쟁:

(1)

제11강

유토피아 논쟁:

체르니셰프스키의 <공리적 이기주의>와 도스토옙스키의 <대심문관>

담당교수: 백용식

(2)

러시아문학과 예술의 산책 제11강: 유토피아 논쟁 담당교수: 백용식

1. 19세기 러시아의 사회 상황: 농노제와 귀족제도의 문제

- 19세기 러시아 짜르권력과 귀족제도: 농노제도 기반 - 짜르는 귀족에게 특권을 부여

- 귀족은 짜르의 절대권력 인정, 농토와 농노에 대한 권력 - 국민의 대다수인 농노들이 경제적 부담 담당

- 대외적으로 봉건적 체제 하의 러시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낙후된 국가로 전락

- 대내적으로 러시아 사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이 발생 - 농노에 대한 가혹한 착취-수많은 농민반란

- 대표적 농민반란: 스쩬까 라진과 뿌가쵸프의 반란

(3)

2. 알렉산드르 라디시체프

- 러시아의 진보적 사상가 : 서유럽의 자연법 사상과 사회 계약론의 영향.

- 여행기: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1790)

- 농노제도의 부당성, 농노의 비참한 삶과 봉기에 대해 기 록

(4)

3. <뻬쩨르부르그에서 모스끄바까지의 여행> 중에서

- 군에 징집된 것을 즐거워하는 농노의 고백

- 여행자는 군에 징집되어 즐거워하는 농노와 대화를 나눈 다.

"그가 말한 내용을 그러모아 보니, 그는 영지의 농노였다.

나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즐거운 태도가 어이된 까닭인지 무척이나 알고 싶었다. 그는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리, 만일 나리 한쪽에는 교 수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깊은 강이 놓여 있다면, 나리 는 올가미나 강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 까? 나리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내 생각엔 누구든 지 강물에 뛰어들려 할 것 같아요. 강 건너 쪽으로

(5)

헤엄쳐감으로써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말입니다. 누가 감히 자진해서 자기 복을 걸 어 맬 올가미가 튼튼한 지 시험해 보려 하겠어요? 제 상 황이 바로 그랬습니다. 군대 생활이란 게 물로 고달프겠 지요. 그렇지만 올가미보다는 백 배 낫죠. 죽을 때 죽더라 고, 매와 채찍 아래, 사슬에 묶여, 감옥에 처박혀, 입을 것 못 입고 신도 못 신은 채, 굶주리고 목마른 채 끊임없이 학대를 받고 질질 끌다가 죽을 지라도 그게 훨씬 나을 거 예요. 나으리, 나리들이 비록 농노들을 소유물인 양 생각 할지라도, 때로는 가축보다도 못하게 생각한다 할 지라도, 불행한 일이지만, 그들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닙니다. 나리 는 농투성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하고 놀라시는 것 같군요. 하지만 나리가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리는 왜

(6)

나리의 형제들, 그 고상한 귀족들의 잔인함에는 놀라지 않는 것입니까?“

- 종말론과 유토피아:

하나의 세계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세상(유토피아)을 만든다는 소망-러시아에서 기독교의 종말론과 관련됨.

- 농민반란 주체의 희망: 가난과 억압이 사라진 '새로운 세 계'에 대한 희망

(7)

4. 종말론

- 인류의 최후의 심판 후 새로운 세계가 도래

-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신이 주재하는 역사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역사관

- 기독교의 역사: 신이 세상을 창조한 창세기(구약)로 시작 하여, 신이 인간을 심판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요 한계시록(신약)으로 종결.

- 신의 섭리에 따라 인간의 역사는 <종말>을 향해 진행됨.

- 종말 후 하나님 나라가 도래함.

- 마지막에 도래하는 하나님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은 ' 유토피아'에 대한 기독교적 표현.

(8)

- 종말 혹은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 나타남.

- 불교의 미륵은 바로 미래에 오는 미래불-종말론 - 조선왕조시기의 정감록도 종말론적 세계관 반영

- 유토피아: 그리어스 ou(없다) + toppos(장소) - utopia(없 는 장소: 희망과 불가능의 이중적 의미-이상향)

- 정치 경제적으로 보면 '종말론적 세계관'은 억압받는 집 단 속에서 발생

- 고통스런 현실을 벗어나 행복한 세상을 희망하는 사람들 이 갖는 소망의 집단적 표현

(9)

- 종말적 세계관의 공통된 특징:

* 종말론은 억압받는 계층, 계급, 집단 속에서 발생

* 종말론은 가치와 진리는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다는 역사주의적 세계관에서 비롯

* 현실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원동력.

* 종말 후의 새로운 세계는 고통스런 현실의 대안

5. 러시아에서 유토피아 논쟁의 시작

- 러시아에서 유토피아의 논쟁은 19세기에 구체화 - 논쟁의 중심: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

- 대표자: 체르니쉐프스끼와 도스토옙스키

(10)

6. 체르니셰프스키(1828-1889)의 <공리적 이기주의>

- 평론가, 혁명운동가, 소설가: "무엇을 할 것인가?"(1862) - 체르니셰프스키의 이론은 "공리적 이기주의”로 요약

- ‘공리(公利)’란 사전에 따르면 '일반 공중의 이익'을 의미 - ‘공리’는 곧 집단의 이익

- ‘이기주의’는 개인의 이익이 중심

- 공리적 이기주의는 집단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조화시 키려는 목적

- 개념 뒤에는 사회주의의 영향 존재

-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개인과 자유의 우위를 집단(사회) 와 평등의 우위로 바꾸려는 의도

(11)

- 체르니셰프스키의 공리적 이기주의 정의: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사회의 이익에 일치시킬 때 비로 소 자기 자신의 참된 이익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다. 그 러나 인간은 자신을 위해 참된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것을 알게 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될 때 인간은 행복해 질 수 있다.”

- 공리적 이기주의 요약: 합리적 이성에 기초하여 개인주의 의 극복하고 사회의 공동선을 이룩하는 것

- 공리적 이기주의 문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이 대립

(12)

- 전체주의 비판

“전체주의는 개인을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 는 도구나 수단쯤으로 규정짓고, 개인의 일방적인 희생과 충성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 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 그래서 전체주의는 위험스러운 체제로 인식되는데, 전체주의의 잔혹함과 폭력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가 바로 나치 독일 의 유대인 600만 대학살이다.”(인간을 이해하는 아홉 가 지 단어, 1, 253)

- 공리적 이기주의는 국가, 공동체, 사회 등 집단의 이익을 내세워 개인을 억압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 우 높음 - 국내외의 모든 독재정치체제가 그러한 경향을 보임.

(13)

7. 도스토옙스키의 유토피아(공리적 이기주의) 비판

7.1 악마가 예수를 시험하다

- <카라마조프의 형제> 중 '찬과 반': 예수와 대심문관의 대화에서 자유의 문제 제기

- 체르니셰프스키가 대변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답변 - 모티브: 악마가 예수를 시험한 이야기(마태복음 4:1-11) - 예수는 세상으로 나가기 전 광야에서 40일간의 단식기도.

- 배고프고 지친 예수는 악마에게서 세 가지 시험을 당함.

(14)

- 시험1

악마: 하느님의 아들이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 오.

예수: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 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 시험2

악마: 예수를 거룩한 도시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뛰어 내리시오. 하 느님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라.

예수: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

-시험3

악마: 다시 아주 높은 산으로 예수를 데리고 가서 세상의

(15)

모든 나라와 그 화려한 모습을 보여 주며 "당신이 내 앞 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예수: 사탄아 물러가라, 성서에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 시험의 의의: "이 세 가지 물음 속에 인간의 전 미래사가 하나의 완전한 모양으로 집약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 상에 있어서의 인간성의 모순을 완전히 집약한 세 가지 형태가 나타나 있다."

(16)

7.2 악마의 시험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해석

- 시험1은 빵, 즉 경제 문제에 대한 질문. 예수가 빵을 택했 다면 그는 빵을 제공하는 사람의 노예가 되었을 것임(경 제의 노예). 예수는 자유 선택.

- 시험2는 기적의 문제. 예수가 기적을 구했다면 그는 기적 의 노예가 되었을 것임(종교의 노예). 예수는 자유 선택.

- 시험3은 권력의 문제. 예수가 권력을 구했다면 그는 권력 의 노예가 되었을 것임(세속권력의 노예). 그는 자유선택.

(17)

- 예수는 빵과 기적과 권력 거부: 참된 자유로운 신앙의 길 을 걸었고, 모범을 보여 줌

- 예수는 사람들이 노예로서 살 것이 아니라, 자유인으로 살라고 명령.

7.3 카톨릭 교회 대심문관의 예수 비판

- 예수의 행동은 위대한 것이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훌 륭한 것이다. 그러나 빵과 기적과 권력을 거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은 예수와 같은 몇몇 위대한 사 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빵과 기 적과 권력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18)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수는 사랑의 이름으로 인간에 게 자유의 모범을 보여주고, 인간에게 자유롭게 살 것을 명령하고, 자유를 부여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예수 는 인간에게 자유란 고통을 주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자 유를 위해 빵과 권력과 기적을 거부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심문관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배고픔을 참 지 못해 먼저 먹을 것을 달라. 그리고 나서 선행을 요구하 라!"고 외칠 것이다. 이것은 권력과 기적에 대해서도 마찬 가지이다. 인간은 권력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권력에 복 종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은 자유를 좋아 하지만, 자유를 스스로 지킨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고, 때문에 누군가에게 복종하고 지배 받을 때

(19)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심문관은 말한다.

"인간은 자유의 짐을 이기지 못해 복종할 권력을 달라고 할 것이다."

예수는 인간에게 자유로운 삶을 요구함으로써,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7.4 대심문관의 카톨릭 옹호:

- 예수는 인간을 불행에 빠트렸지만, 대심문관을 비롯한 카 톨릭 교회는 인간의 자유를 담보로 빵 제공

- 권력을 잡음으로서 인간에게 숭배할 대상을 제공 - 신의 기적을 독점함으로서 스스로 신앙의 대상이 됨

(20)

- 이런 행복을 얻은 대가로 인간은 카톨릭 교회에 자신들 의 자유를 바침

- 인간은 자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노예가 됨 - 대가로 인간은 배부르게 살고, 복종하고 믿는 행복을 얻

음

7.5 도스토옙스키의 유토피아 비판

- 도스토옙스키는 체르니셰프스키 등이 주장하는 공리적 이기주의, 사회주의 등이 서유럽의 카톨릭적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

- 카톨릭이 유신론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공리적 이기주의,

(21)

- 사회주의는 서유럽의 무신론적 합리주의에 기초한 것이 라 생각

- 도스또예프스끼는 카톨릭 교회, 공리적 이기주의, 사회주 의 모두가 빵과 평등의 이름으로 자유를 억압할 것이란 사실을 간파

-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고, 사회적 평등을 유지할 수 있다 는 논리 속에 숨겨진 함정을 간파

- 도스또예프스끼의 생각은 20세기 소련사회주의의 문제 를 정확하게 통찰한 것으로 평가됨

(22)

7.6 요약

- 체르니셰프스키: 공리적 이기주의(유토피아) 옹호 - 도스토옙스키: 반유토피아, 즉 디스토피아

- 둘의 입장은 러시아와 소련역사의 유토피아 논쟁에서 중 요한 두 흐름

- 두 사상은 서로 대립하면서 러시아 역사를 이끌어 왔음 - 1917년의 러시아혁명부터 페레스트로이카(1985년)까지

는 체르니셰프스키의 공리적 이기주의에 기초한 세계관 이 승리

- 1985년 이후는 도스토옙스키의 자유로운 개인의 이념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