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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라경제 2012 August공공조달(public procurement)은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공공사업(public works)을 발주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국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 만 공공조달 규모는 국민총생산(GDP)의 10~15% 정도 이며, 유럽연합(EU)의 경우 GDP의 약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기준 EU의 회원국 정부, 공공 부문, 유틸리티 서비스 공급자의 공공건설 발주, 상품 및 서비스 구매 지 출규모는 2조4천억유로에 이른다. 개별 회원국의 공공 조달 지출규모는 독일이 4,790억유로로 가장 크며, 그 다음으로 영국(3,900억유로), 프랑스(3,640억유로), 이 탈리아(2,520억유로), 네덜란드(1,800억유로) 순이다.
EU는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8th WTO Ministerial)를 계기로 타결된 정부조달협정 (GPA; 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의 개정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제3국 조 달시장의 EU 기업에 대한 개방 여부와 해당 제3국 기업 의 EU 조달시장 참여의 연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
운 규정안을 발표하는 등 역외조달시장 진출에 큰 관심 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EU의 움직임은 향후 중국의 GPA 가입협상은 물론이고 EU-일본 및 EU-미국 간 FTA 협상 논의에서 공공조달시장 개방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임을 보 여줌과 동시에, 우리 기업의 EU 조달시장 진출에도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EU, ‘상호주의’ 입각해 조달시장 개방
EU는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조달시장은 제3국에 개방 돼 있는 반면, 교역 상대국들은 여러 가지 제한조치들을 유지하고 있어 EU 기업의 제3국 조달시장 진출에 어려 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EU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건축, 교통, 의료기기, 발전소 건설, 의약품 분야 등 의 제3국 조달시장 참여에 많은 제약을 받는 것으로 평 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EU의 역내시장 통합과 공공조달을 관장하는 EU 집행위 역내시장총국(DG MARKT)은 지
세계는 지금 <세계는 지금>은 OECD·WTO 등 국제기구나 세계 각국에서 최근 다뤄지는 정책이슈나 동향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서 한국경제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달라진 EU 공공조달정책 , 새로운 시장개척 의 기회로!
지난 3월 EU 집행위는 EU 기업에 조달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제3국 기업의 EU 조달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안을 발표하고 제3국이 EU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그에 상응하게 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또 4월에는 전자조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015년 중반까지 EU 집행위가 발주하는 조달을 전자화하고 회원국이 발주하는 조달 은 2016년 중반까지 전자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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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관세장벽 철폐를 통해 교역 자유화를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달시장을 통합해 회원국 간 경제통합을 한 층 더 심화하려는 통합정책의 일환인 것이다.EU 차원의 전자조달 확산 노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진 행돼 왔다. 지난 2005년 회원국 정부의 전자조달 담당 장 관들이 영국 맨체스터에 모여 2010년까지 모든 회원국 이 전자조달 능력을 구비하고 전자조달 활용도를 전체 공공조달의 5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EU의 전자조달 활용도는 회원국별로 차 이가 있으나 5% 미만에 머무르고 있어 새로운 이니셔티 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지난 4월 ‘전자조달을 위한 전 난 3월 EU 기업에 조달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제3국 소속
기업의 EU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안을 발표하 고, 2013년 적용을 목표로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절 차를 진행하고 있다. 즉 제3국이 EU 조달시장에 진출하 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자국 시장을 EU 기업들에게 개방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상호주의 원칙(reciprocity) 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새로운 규정은 총계약금액 500만유로(약 72억원) 이 상의 조달계약 가운데 ①WTO GPA 가입이나 양자협정 등을 통해 EU와 공공조달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상품 및 서비스 ②EU와 공공조달 협정을 체결한 국가라 할지라도 해당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액이 총계약금액의 50%를 초과하는 계약의 경우 일정 한 조건하에 EU 집행위의 승인을 얻어 제3국 기업의 입 찰참여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EU가 국제협 정상 시장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한 상품 및 서비스가 조달대상이 되거나, 입찰참여 기업의 소속국 이 EU 기업의 조달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 해당 제3국 기업을 입찰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규 정한 것이다.
아울러 제3국이 EU 기업의 자국 조달시장 참여를 반 복적이고 심각하게 차별하고 이의 시정을 위한 협상에 참 여하지 않는 경우에도 해당 제3국 기업의 입찰참여를 제 한하거나 제3국 기업이 납품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을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논의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으나, 규정안 작성과정에서 이미 회원국, 유럽의회 및 기업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거친 만 큼 큰 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중반까지 EU 조달 전자화 추진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EU 차원의 전자조달 [e-procurement;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물품과 서비스 구 매,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의사소통 및 절차를 사용하는 것] 확산 움직임이다. 전자조달 확산은 조달절차의 단순화, 낭비요소의 제거, 경쟁 촉진 등을 통 해 조달의 효율성 제고를 일차적인 목표로 추진하되, 궁 극적으로는 회원국 간 조달시장 통합 촉진을 정책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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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라경제 2012 August략’(a strategy for e-procurement)을 발표해 2015년 중 반까지 EU 집행위가 발주하는 조달을 전자화하고 회원 국이 발주하는 조달은 2016년 중반까지 전자화를 추진한 다는 목표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 시작된 미국 발 금융위기와 200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유로존 위기 로 비용절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활용 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공공조달의 전자화를 적극 추진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U의 제3국 공공조달시장 접 근 강화 움직임과 조달절차의 전자화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므로, 향후 EU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이러한 EU의 움직임을 우리 기업의 EU 조달시장 진출 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EU FTA 이점 살려 EU 시장 적극 공략을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로 우리 기업들은 여타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여건에서 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럽경제가 침체 를 겪고 있고 위기에 따른 경기침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일부 관세감축 효과가 큰 품목을 제 외한 우리 상품의 유럽진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우리 기업의 유럽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EU 전체 GDP의 16~18%를 차지하는 공공조달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달청 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EU 조달시장 진출은 미미한 실 정으로, EU는 그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GPA 가입국으로 EU가 추진 중인 EU 조 달시장 참여 제한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 으며, 한-EU FTA를 통해 우리나라와 EU는 계약금액 1,500만SDR(229억원 상당) 이상의 민자사업 시장을 상 호 개방하고, 입찰참가 및 낙찰 시 과거 조달실적을 요구 하지 않기로 합의해 중국·일본 등 여타 경쟁국에 비해 서는 유리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판단된 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진출 노력을 기울 인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EU가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6월 정상회 의(6월 28~29일)에서 성장전략(Compact for Growth
and Jobs)의 실현을 위한 EU 기관 간 협력을 주문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 차원의 성장전략 실현 을 위해 EU의 구조기금(Structural Fund)과 결속기금 (Cohesion Fund)을 활용한 인프라구축 사업의 발주 증 가를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경기회복 추진이라는 사업 취지상 EU 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EU 기업과 공동 사업자로 참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EU의 전자조달 확대 노력과 관련해 우리의 앞 선 경험을 EU와 공유해 전자조달 제도에의 상호 접근성 과 범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를 통해 우리 기업의 EU 조달시장 진출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봐 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 된 전자조달 관련 회의에 우리 조달청이 참가해 경험을 공유한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태원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참사관 twlee95@mofat.go.kr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주유럽연합대사관 및 외교통상부의 공식견 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전자조달 컨퍼런스’에서 강호인 조달청장이 정부 전자 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