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자연으로부터 재료를 채취하고 때로는 훼손을 통해 축조된다. 건축의 숙명적 이미지는 ‘자연과 대척하는 인공’ 그 자체였다. 그에 비해 생명을 상징하는 자연은 늘 동경의 대상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대자연과의 조화는 인류에게도 화두였기에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건축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닮고자 하였다.
자연의 형태를 패턴화하여 건물의 구성요소를 장식하 는 것은 고대부터 내려온 가장 일반적인 방밥이었다. 지금 으로부터 수천년전인 고대 이집트 건축물의 기둥에도 파 피루스를 닮은 형상이 쓰였으며, 그리스에서 시작된 코린
트 주두는 로마를 대표하는 양식이 되기도 하였다.
1)동아 시아에서는 건축물의 대부분을 나무로 짓고 지붕과 기둥 을 잇는 특유의 두공(공포)방식
2)을 구성함으로써, 건물 자 체가 식물의 ‘가지 구조’를 형상화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형태적적인 모사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
1) 로마시대의 건축가이자 건축역사가이며 토목공학자였던 비트루 비우스(Vitruvius : BC 81~ BC 15)는 그리스 시대 건축가이자 조 각가인 칼리마쿠스(Callimachus)가 신께 봉헌한 바구니 주변에 무성히 자란 아칸서스 잎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코린트 주두를 제 작하였다고 기술하였다.
2) U자형으로 상부의 하중을 받치는 부재를 ‘공(拱)[첨차나 살미]’ 이 라 하고, 공과 공사이를 이어주는 장방형의 부재를 ‘두(斗)[소로 나 주두]’ 라고 부른다. 이 둘을 합쳐 두공[한국에서는 공포(栱包 )]이라고 한다. 두공은 캔틸레버 형태를 반복함으로서, 하부의 구 조체보다 뻗어나간 처마와 기둥을 이어주는 하나의 거대한 까치 발 구조이며 후설할 ‘가지 구조’(Branch Structure)와 유사성을 가 진다.
그림 1. 코린트 주두와 유래를 설명한 그림.
(출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2. 두(斗)와 공(拱)의 초기 개념도.
(출처 : https://kknews.cc)
로 자연의 풍광을 건물로 들여오기도 한다. 차경(借景)이 라는 기법은 주변의 자연 경관을 끌어다 건물의 풍경으로 쓰는 방식이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이나 이와 흡 사한 조경을 건물 주변에 집중 배치시켜, 자연이라는 배경 으로 건물의 인공성을 지워내곤 했다.
3)현대의 일부 빌딩 들은 아예 생명력 넘치는 식생들로 건물을 덮어버림으로 서, 인공물과 자연의 일체화를 꾀하기도 한다.
4)3) 중국 명대의 조원가 계성(計成 : 1582~1642)은 ‘원야(園冶)’라는 저 서를 통해 지형 선택하는 법, 난간 및 문창 뚫는 법, 담벽 세우는 법, 장식 및 돌산 쌓는 법, 풍경을 빌려오는 법(차경) 등을 서술하 였다.
4) 건축가 에밀리오 암바스(Emilio Ambasz : 1943~)가 설계한 일본
과학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형태에 대한 단순 모사 나 차용이 아닌, 자연의 내재된 원리를 탐구하여 건축물 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건축가 가우디는(Antoni Gaudi : 1852~1926) 그 중에서도 자연의 기하학을 탐구하여 건물 의 형태로 구현한 이로 유명하다. 그는 자연으로부터 현수
후쿠오카의 ACROS 빌딩은 자연 그대로의 녹음을 건물의 경사면 테라스와 입면에 고스란히 입혔다.
그림 3. 한옥의 차경 사례.
(출처 : https://www.cha.go.kr)
그림 4. 그린 빌딩 사례.
(출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5. 자연으로부터 영향받은 성가족성당의 디자인 요소 소개 [National Geographic, Dec, 2010].
(출처 : https://www.thepolisblog.org)
아치
5)(Catenary Arch)외에도 현수면(Catenoid), 포물선 (Parabola), 쌍곡선(Hyperbola), 쌍곡면(Hyperboloid), 쌍 곡포물면(Hyperbolic Paraboloid), 나선곡면(Helicoid), 선 직면(Rule Surface) 등의 다양한 기하학을 도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도입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성가족 대성당에는 이러한 자연의 원리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나무는 오랜 기간 동안 중력에 저항하면서 풍성한 잎과 가지를 키운다. 몸통은 여러 가지들로 나뉘고, 개별 가지 들은 제각각 갈라지면서 또다른 가지들과 잎사귀들로 끊 임없이 이어진다. 부분의 패턴이 전체적으로도 무한히 반 복되는 프택탈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 하면, 수많은 가지와 잎들이 지닌 무게의 총합을 하나의 몸통이 지탱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건축가 프라이 오 토(Frei Otto : 1925~2015)는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거대한
5) ‘가우디가 설계한 밀라주택(Casa Mila)의 다락에는 부벽없이 270 여개의 벽돌 현수아치가 구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지붕의 하중 을 경감하면서도 다양한 경사로와 산책로가 함께 있는 독특한 옥상 공원을 실현할 수 있었다. 가우디는 100여년전 공학적 계산 과 시뮬레이션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에 수많은 모래주머니가 매 달린 현수선을 일일이 조정해가며 모형으로 형태를 구현한 후 이를 뒤집어 건축물의 형상을 설계하였다.’, 건축잡상4_자연의 곡선인 현수선과 건축물, 이양재, NICE, Vol 37, No. 6, 2019
한 그루의 나무처럼 하나의 몸통에서 여러 가지들로 뻗어 나가는 가지들을 연속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건물을 지탱 하는 단일 구조체를 고안하였다.
6)자연이 지닌 가변성에 주목한 이들도 있다.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암모나이트와 같 은 나선형 구조에 영감을 받아 ‘무한 확장이 가능한 미술 관(Museum for Unlimited Growth)'을 계획하였다. 건물의 중심점에서부터 관람이 시작되면 나선형태를 따라 동선이 이어지고 언제든지 건물 또한 계속 덧붙여질 수 있도록 구 성하였다. 건축물이 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늘 확장 가능하 고 외부의 형태가 자라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최근 의 키네틱(Kinetic) 빌딩들이 동력장치나 조명장치를 이용 하여 건물의 입면과 형상 등이 늘 변하면서 가변성을 띄도 록 시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연의 가장 큰 특성은 강인한 생명력일 것이다. 생명 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성 유지’이다. 외부 환경 이 급변하더라도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앞서 소개한 다양한 방식들은 자연 을 닮고자 함에도 여전히 간극을 좁히기에 어려움이 있다 고 생각한다. ‘항상성 유지’라는 명제에 도달하기에는 물리 적·재료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눈부신
6) 그는 이를 ‘자연적 구조(Nature Structure)’로 명하였다. ‘가지 구 조(Branch Structure)’로 불리기도 한다. 컴퓨터가 고도화되지 못 한 시대인 1960~1970년대에 나무를 뒤집은 개념을 바탕으로, 프 아이 오토 또한 가우디처럼 다양한 각도의 여러 추를 실제의 모 형에 매달아 보면서 관련 모델을 연구하였다.
그림 7. 르 꼬르뷔지에의 무한 확장 가능한 박물관 계획안[Le Corbusier, Oeuvre Complète 1938-46].
(출처 : http://www.kamit.jp)
그림 8. 아가미처럼 여닫히는 여수 엑스포 건물 입면.
(https://www.modlar.com)
기술 개발을 통해 등장하는 신재료들은 건축물의 항상성 을 대폭 높이고 있다.
콘크리트의 가장 큰 적은 균열이다. 현대의 철근콘크 리트는 인장력에 강한 철근은 압축강도가 높은 콘크리트 가 감싸고 있는 형태로써 강도를 확보한다. 문제는 콘크리 트는 재료적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미세하게 균열이 지속 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균열은 점차 커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복을 뚫고 철근에 녹을 발생시켜 내구 성을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최근에 개발된 ‘자가치료 콘크 리트
7)’는 균열이 발생하여 산소와 물이 유입되게 되면, 콘 크리트에 미리 배합되어 있던 박테리아들이 활동을 개시 하면서 탄산칼슘류의 라임스톤을 형성하여 균열을 메우게 한다. 즉,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콘크리트 스스로가 치료하 면서 높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고대 로마 시 대 콘크리트중 일부가 지금까지도 높은 강도를 유지하는 이유와도 유사하다.
8)그동안 지어진 대다수의 건물과 토목구조물들은 지진 발생시 파괴를 전제로 피해가 덜한 방향으로 설계 및 시공
7) Self-Healing Concrete 라고도 한다.
8) ‘현대의 콘크리트가 구조체의 균열과 팽창을 막기 위해 내부 혼 화재들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침식 과정을 겪는 반면, 로만 콘 크리트는 경화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화산재와 바닷물이 반응 하면서, Al-Tobermorite 와 Phillipsite 등의 새로운 광물들을 자 라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콘크리트의 구성 재료들 을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여 내구성을 비약적으로 증진 시킨다.’, 건축 잡상6_콘크리트의 변신과 건축의 발전, 이양재, NICE, Vol 38, No. 2, 2020
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피해가 덜하더라도 복구까지 막대 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곤 했다. 기존의 재료들로서는 일 정 수준 이상의 외력이 가해지면, 형태나 성능 파괴로 이 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7년 완공된 시애틀의 ‘99 다리’공사에서는 형상기억합금(바Shape-Memory Alloy, SMA)를 중앙에 세우고 섬유 조직을 넣은 유동성 높은 콘 크리트를 타설하여 주각을 건설함으로서, 지진이 발생해 도 곧바로 다리가 원위치로 복구되도록 하였다.
9)이 또한 외부의 위력(지진)이 발생해도 스스로 항상성 유지가 가능
9) 형상기억합금은 흔히 속옷 프레임이나 안경테 등에서 마주할 수 있으며, 안경테에 위력이 가해져도 힘이 제거되면 원상태로 복 구되듯이, 지진이 끝나면 교각 또한 곧바로 원위치에 돌아올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그림 9. ‘자가치료 콘크리트’의 균열 발생에 따른 치료 과정 소개 : 1.콘크리트 균열 / 2.누수 및 부식/ 3.자동보수 / 4.균열메움.
(출처 : https://www.basiliskconcrete.com)
그림 10. 형상기억합금바가 수직으로 설치된 사례.
(출처 : https://www.bloomberg.com)
그림 11. 형상기업합금바가 들어간 주각 모습.
(https://www.seattletimes.com)
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항상성 유지’는 물론, ‘신진 대사’까지, ‘살아 있는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어’ 건축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독일의 플라타너스 나무 큐브 프로젝트는
10)20년에 걸쳐 나무를 키우고 생장시켜 건물의 구조체로서 기능하게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초기에는 일 반적인 구조체를 세운 후 주변에 6단높이로 나무를 심는
10) Platanenkubus 라고 부른다.
다. 다음단계에서는 조금씩 수평하중 구조체 조인트를 생 육중인 나무들에 삽입하고 접붙이기를 시도하여 바구니형 태로 교차시킨다. 최종적으로 나무가 자라 충분한 두께의 지지력이 확보되면 구조체의 수직 기둥을 제거하고 살아 있는 자연으로 지지하는 건축물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건축은 자연을 닮고자 노력해왔다. 눈 부신 기술 발전 등을 토대로, 보다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 져 언젠가는 ‘자연 = 건축’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림 12. 프로젝트의 초기 식재 모습.
(출처 : https://www.archdaily.com)
그림 14. 나무 구조가 완성되기전 초기 상상도.
(출처 : https://www.archdaily.com)
그림 13. 5년에 걸쳐 테스트한 나무구조지지 사례.
(출처 : https://www.archdaily.com)
그림 15. 건물의 수직구조체가 제거되고 나무 구조가 기능하는 모습 상상도. (출처 : https://www.arch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