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 경쟁력 있는 연구환경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21, No. 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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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은 자료를 보면, 금년 도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은 전년보다 7.5%가 증가 된 5조 2,130억원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규모는 정 부 전체 예산의 약 4.7%를 차지하는데, 이러한 수치는 해외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정말 우리의 연구여건이 많이 발전되었고 계속 나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자연과학 을 연구하는 모두에게는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와 아울러, 이같은 양적 팽창이 내실있는 질적 성장과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 이다. 필자처럼 연구소의 최일선 연구현장에서 직 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늘 접하고 있는 분들이라 면 이같은 의문을 한번쯤 가져보지 않을까 한다.

점점 대형화하는 연구과제

90년대 후반이후로 대형 연구과제들이 등장하 기 시작하여 갈수록 과제 대형화의 정도가 심해지 고 마치 유행처럼 되어가고 있다. 경쟁력 있는 분 야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전적 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집중투자를 할 필요 가 있는 연구개발 분야가 물론 있다. 하지만, 가시 적인 목표를 쉽게 정해놓는 행정편의주의나 목표

에 일차원적으로 매진하자는 단순 개발시대적인 측면은 다분히 배제되어야 옳다. 또한, 선진외국 추세의 외형적 모방이나 세련되지 못한 정책수렴 과정으로 선택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집중육성 에 따른 왜곡된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의 NT, IT 등의 초대형 연구과제들은, 사 업단장-중과제-세부과제 구조를 갖는 일종의 연 구집단을 형성해서 신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아직은 중견에 이르지 못 한 대다수의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이런 초대형 과 제의 사업단장이나 그 주변인사들과의 관계가 가 장 소중한 일처럼 인식되게 하고 있다. 모름지기 연구자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少壯 연구층에게 연구그룹짜기와 같은 본질이 아닌 곳 에 신경을 쓰게 유도하는 현상은, 과제의 대형화 를 지향하는 시스템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제가 대형화되면 이에 대한 평가체계는 더욱 복잡해지는데 과연 우리에 게 이를 잘 소화해낼 수 있는 평가시스템이 구축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정부예산지원 연구사업 방향의 결정에 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계신 분들의 의견이 크게 작용하므로 결국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중 요한 요소이다. 남들이 다들 하는 분야라면 나도 거기에 따라해야 하는 것이 뒤처지지 않는 것이란 사고가 우리의 연구환경에도 나타나고 있다. 과제 전 명 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과학연구부, mschun@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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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의 대형화 바람 역시 획일화에 익숙한 우리의 자 세가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를 살펴보면, 자연과학에서의 의미있는 발 견은 의외적 상황에서 탄생된 것이 의외로 많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연구과제의 대형화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개인기반적 연구과제가 경 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책임소 재가 분명한 개인기반 연구과제를 통해, 창의성은 계속 발굴되고 개개인의 연구 저력은 뿌리가 잘 내릴 것이다.

연구논문의 양적 추구

우수한 연구결과를 얻어서 해당분야 전문연구 자들에게 알리고자 해외 SCI 저널에 투고하는 것 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탁월성 있는 연구결과의 추구보다는 연구실적 평가의 부담으 로 인한 투고를 강요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비록 SCI 저널에의 게재라는 투고자의 목 표는 이룬다고 해도, 투고자 자신이나 소속팀 이 외에는 아무도 읽어 보지 않는 논문이 양산될 것

이다. 그리고 이는, 그렇지 않아도 기초연구가 튼 튼치 못한 우리에게 質이 따르지 못하는 논문을 양산하는 국가란 인상을 하나 더 추가하도록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분위기의 확산 은 크게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연구논문은 기 계적으로 찍어내는 공산품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 에, 역시 연구자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 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 한가지는, 해외 SCI 저널만 강조하다 보니 국내 저널에의 투고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앞서 말한 수준의 연구투자를 확보했다고 하면, 매년 노벨상을 학수고대하기 보다 긴 안목 에서 world-wide한 학술지를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우리는 아직 자연과학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적 으로 경쟁력 있는 학술지가 한 권도 없는 것으로 안다. 비록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겠지만, 화 학공학 분야에서 이같은 학술지가 나오도록 우리 의 지혜와 열의를 모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 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