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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저 짙은 회색빛을 하고 있어 주변이 온통 회 색 빛 도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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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공간-도시 | 희망칼럼 2005/12/21 08:59 http://blog.hani.co.kr/randf/432

어제 저녁 뉴스에 오늘 아침 눈이 내릴 거란 예보를 들었는데, 정말로 오늘 아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덕분에 난 오랜 만에 눈을 맞으면서 출근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리 낭만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백설로 뒤덮인 설원을 음미하면서 걷는 길도 아 니었고, 더구나 구두를 신은 탓에 예상보다 많이 미끄러웠다.

눈이 덮은 도심은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거리는 흰 눈과 대비되는 도심의 찌든 먼지 때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군데군 데 염화칼슘을 뿌려놓은 도로는 시커먼 공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하늘마저 짙은 회색빛을 하고 있어 주변이 온통 회 색 빛 도시가 되어 버렸다.

갑자기 어디서 익숙한 경험을 했던 적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에서였다. 물론 겨울이 아닌 여름철이 었지만 스코틀랜드의 북동부에 위치한 애버딘은 북해유전의 발굴로 일약 스코틀랜드에서 몇 번째에 드는 도시로 발전한 곳 이다. 그 지역은 특별히 화강암이 많이 나는 곳이어서 도시에는 온통 화강암으로 지어진 빌딩들이 즐비하다.

사실 화강암 빌딩들은 애버딘의 자랑이요, 멋이다. 그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화강암의 도시에 빠져 애버딘을 사랑하게 된단다. 그러나 애버딘에서 난 그 매력에 빠져보지 못했다. 내 눈에 비친 애버딘은 회색 빛 도시 그 자체였다. 마침 오늘처 럼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던 때 난 애버딘에 도착했다. 화강암 도시와 짙은 먹구름, 거기에 동쪽 해안선으로 보이 는 검푸른 바다 빛. 애버딘은 SF 영화에 등장하는 세트장과 같았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에 있는 미래의 도시 들...

우린 몇몇 영화를 통해 코스모스와 카오스가 공존하고 있는 왠지 모르는 막막함이 느껴지는 그런 도시의 모습을 보곤 한 다. 애버딘은 내게 그런 도시의 이미지를 주었다. 금방이라도 도로 중간에 모노레일이 깔리고, 그 위로 초음속 자기부상 열 차가 달리며, 주변 공간에서는 날아다니는 택시들이 즐비할 것 같은 도시...애버딘을 관광하면서 난 내내 그런 공상의 세계 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 애버딘의 공상이 오늘 나의 출근길을 장식했다. 머리 속에서는 온통 잿빛 도시의 영상이 맴돌았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서울의 길 위에서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공존하고 있다. 도시의 체계, 그건 분명 유토피아의 영역일 것이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시스템화 되어 움직여지는 도시, 신호와 약속에 따라서 일정하게 돌아가는 법칙의 세계. 도시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매우 익숙해진 규범은 분명 유토피아를 꿈꾼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이 도시이다.

그러나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창출된 물질문명의 세계, 거기엔 디스토피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도심의 먼지와 공 해들, 약속과 규범의 파괴 현상들, 우주의 정화 능력을 가리고 점점 쌓여져만 가는 문명의 장벽들. 그 많은 요소들의 증가 로 우주적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되고 결국엔 카오스의 도래를 막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서 우린 분명히 디스 토피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낙원(유토피아)에 인간은 도시(디스토피아)를 건축했다. 그래서 인간은 점점 에덴동산으로부터 멀어졌 다. 가인이 에덴을 떠나 성을 쌓고 도시를 세울 때부터 이미 인간 세계는 디스토피아를 구축하기 시작했던 건 아닐까? 시 날 땅에 세워진 바벨탑이 그렇고, 사해 근처에 세워진 소돔과 고모라가 그렇고, 아드마와 스보임과 바벨론, 그리고 폼페이 까지... 인간의 도시는 디스토피아의 악몽을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21세기에 뉴욕이나 런던, 파리와 시드니 등지에서 테러와 폭동이 난무하고 있다. 이 모두가 인간의 걸작(?) 도시가 품고 있는 SF 영상들이다. 서울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출근 길 내내 마음에 맴돈 의문이었다.

몇몇 상가 앞은 부지런한 주인들이 말끔하게 눈을 치워낸 덕분에 미끄럽지 않게 걸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길은 쌓이고 밟힌 눈이 그대로 얼음판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또 많은 사람들이 이 눈길 때문에 고생을 할 것이다. ‘내 집 앞 눈치우기’(지난 8월 개정된 자연재해대책법에 의해서 입법화된 내용) 조례 제정이 아직은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워지는 질서들과 파괴되는 규범들 속에서 도시는 그렇게 야누스와 같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양면성 을 하고 오늘도 거대하게 존재하고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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