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으로 정리한 요즘 아이들 학년별 특징 -6학년
‘아이’라는 껍질을 깨는 6학년 아이들
도움·김한민(서울 안암초), 박소래(대구 욱수초), 박진환(경남 김해 어방초), 배향순(충남 천안 봉서초), 신명기(서울 영훈초), 조성실(서울 누원초) 교사
6학년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사들에게
청소년도 아이도 아닌 중간 지대가 존재한다면 그게 아마 초등학교 6학년일 것이 다.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으며 최고 학년의 지위를 누리다 보면 아이들은 스스 로 “다 컸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린 아이의 수준은 벗어났지만 청소년처럼 깊이 있는 사고를 하기엔 아직 부족한 나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더 힘들고 복잡한 것이 6학년이다.
6학년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어린애 취급하지 말자’
라는 것과 ‘어른으로 착각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연애하고 성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정작 성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고 성을 대하는 태도도 미숙한 부분이 많다. 인터넷과 대중매체에는 성과 관 련한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학교에서는 성을 제대로 교육한 적이 드물다.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성장 수준과 기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최고 학년을 상대한다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길들여 진 아이들을 상대한다는 뜻이다. 이 아이들은 새로운 학습 방법이나 시도에 낯설어 하며 관습적인 학습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일깨우는 것도 교사의 몫 이다.
6학년에게는 어린 아이의 마음과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게 하는 자발성을 길러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신의 행동에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교사의 판결에 의존하기보다 친구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교사는 아이들 스스로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아이들의 활동을 이끌어 주다가도 적당한 때가 되면 살짝 비켜나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마음 특징
◆ 성(性)에 관심이 많아진다
- 성에 대한 관심과 표현이 늘어난다.
“아이는 어떻게 생겨요?” “선생님은 야한 비디오 봤어요? 언제 봤어요?”라고 교사에게 물어 온다. 포르노 동영상을 접하고 난 뒤 거기에 나오는 행동이나 소리 를 쉬는 시간마다 흉내 내며 우쭐해하는 아이도 있다. 장난처럼 남자 아이의 신체 를 만지거나 남자 아이들 앞에서 콘돔이나 섹스 등의 표현을 쓰는 여자 아이도 있 다. 감정이 성숙한 아이들이 놀이의 사회를 맡으면 풍선 터뜨리기, 빼빼로 먹기, 사 랑해 말하기 등 신체 접촉 기회가 많은 놀이나 성인 분위기를 풍기는 놀이를 하려 고 한다.
- ‘변태’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성교육을 하기 전에 ‘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물으면 아이들은 백퍼센트‘변태’라는 말을 한다. 결국 성을 영화나 TV에서 보던 느낌대 로 이해해서 남녀 관계나 성관계로 생각하고 무조건 변태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 인공들이 단순히 목욕하는 장면이었는데 아이들은 “어휴~”라며 야유를 보낸다.
요즘 아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성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몇 번의 성교육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다.
- 연애에 진지하게 응한다.
아이들의 연애하는 모습도 어른들의 연애 모습과 비슷하다. 배신한다, 찬다, 바람둥 이 등 어른들이 연애할 때 쓰는 말을 그대로 쓴다. 사랑을 고백했는데 상대방이 반 응을 보이지 않거나 거절 당하면 슬퍼하는 감정이 오래 간다. 100일 선물로 키스를 해 달라는 아이도 있다. 남자 친구가 있는 여학생은 주목을 받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남자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남자 친구로 인해 속상했던 일과 좋았던 일은 무 엇이었는지가 수다의 중심이 된다.
- 교사를 이성으로 보는 아이가 나타난다.
젊은 남자 교사를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적인 접촉을 시도하여 교사를 당황스럽 게 만드는 여자 아이도 종종 나타난다.
이렇게 해 보세요 요즘 아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왜곡된 성을 접하는 경우가 많 다. 한두 번의 성교육만으로는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기 힘들다. 성에 대해 꾸준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일상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 동요를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신체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일수록 행동은 어른을 닮으려고 한다. 특히 또래보다 키가 큰 아이들 중에서는 수업 시간에 동요를 배우자고 하면 유치하다고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록이나 힙합 정도는 돼야 자기 수준에 맞다고 생각한다.
- 젊은 선생님과 친구가 되려 한다.
선생님과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되면 반말과 유머를 섞어 가며 친구처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젊은 교사의 경우 6학년 담임을 하다 보면 학생들과 얘기가 잘 통 해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2학기로 넘어가면 아이 들은 교사를 편한 존재로만 생각하고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으려는 상황이 나타 나기도 한다.
◆ 차별과 편애에 민감하다
6학년 아이들은 교사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매우 예민한 반응이 나온 다. 다른 친구가 교사로부터 인정받으면 그것을 ‘편애’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반항 심리를 거침 없이 쏟아 낸다.
이렇게 해 보세요 공개적인 설명이 가장 중요하다. 교사는 왜 그 아이가 칭찬 받을 만한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고 칭찬한다. 그리고 편애가 정당한 칭찬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을 평소에 이야기해 준다.
◆ 외모에 신경 쓰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6학년은 특히 여름방학이 지나면 몸과 마음이 많이 변한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 귀
고리 크기가 커지고 모양이 다양해진다. 몸에 딱 붙는 윗옷을 즐겨 입고 배꼽이 드 러나는 짧은 티셔츠를 입으려는 아이들도 늘어난다.
이렇게 해 보세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서 입을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하 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10대로 보이는지, 20대로 보이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나이에 맞게, 예쁘게 옷 입는 법을 알려 준다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지적 특징
◆ 글쓰기를 매우 싫어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컴퓨터 사용이 늘어나 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짙어진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복사해서 내는 숙제에 익숙 한 아이들은 컴퓨터로 모든 숙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어 시간에 쓰기 활동을 시키면 일부러 글자를 큼지막하게 써서 대충 공간만 채워서 빨리 끝내 려는 아이들이 많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받아 적으라는 내용도 대충 생략하고 쓰 거나 쓰지 않고 딴짓하는 경향이 늘어난다.
이렇게 해 보세요 쓰기 활동은 교과서에 하지 말고 줄공책을 따로 준비해서 하게 한다. 교과서는 실제로 글을 쓸 수 있는 공란이 작게 잡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충 써서 공간만 채우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줄공책을 따로 마련해 글 쓰기의 좋은 점과 가치를 설명하고, 좋은 글을 읽어 주면서 글쓰기를 시킨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그대로 복사하면 해결할 수 있는 숙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을 고를 수 있는 과제를 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 공부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다
6학년은 학원과 과외때문에 밤 12시가 넘어 자는 아이들이 많다. 사교육에 많이 의 존하는 아이들일수록 학원에서 나눈 우수반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고, 그날 그날 학원에서 치는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아이 들은 평가 결과가 낮게 나왔을 때, “난 이제 집에 가면 죽었다”라는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는다. 평가 결과에 두려움이 높고 학습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 을 보인다.
이렇게 해 보세요 아이들에게 평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 결과가 나쁜 아이들에게는 재시험의 기회를 여러 번 주고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 평가를 하는 목적은 아이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 준다.
◆ 학력 차이가 뚜렷해진다
고학년이 되면 교과 내용이 어려워 학력 차가 많이 벌어진다. 특히 수학과 영어 과 목은 아예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6학년 정도 되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열심히 하지만 중하위권 아이들 은 수업 중에도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이렇게 해 보세요 수업 시간에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중하 위권의 아이들은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수업 참여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이럴 때는 모둠 활동을 겸하는 것이 좋다. 모둠 내에서 아이들의 학력에 따라 사회 진행, 보고서 작성, 자료 조사 등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 좋아하는 관심 분야가 있다
6학년쯤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장래 꿈을 물 어보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대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 해서는 교사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6학년쯤 되면 아이들 은 교사가 권하는 추천도서도 잘 읽지 않는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있기 때문에 그 와 관련된 책을 읽으려 한다. 아이들은 뭐든지 잘하는 만능 인간보다 운동, 노래, 춤, 공부, 그림 등 어느 한 분야에서 자기가 제일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렇게 해 보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도록 분위기를 만들 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같은 분야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그룹으로 묶어 보고서 형식의 조사 학습을 내 주는 것도 좋다.
생활 특징
◆ 서열을 매기며 상하 관계를 중요시한다
남자 아이들은 한 반에서도 싸움 실력, 덩치, 말발 등을 기준으로 서열을 매긴다.
모든 음식을 고루 나누어 먹자고 정한 급식 시간에 짱인 아이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그 아이의 편의를 봐 주느라 맛없는 음식은 알아서 적당히 덜어내 준다.
이렇게 서열을 매기고 의식하는 태도는 저학년을 대할 때 고압적인 태도로 드러난 다. 저학년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도 기분 나빠하며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저학년 아이들이 6학년에게 반말을 하면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 또래 문화에 속하지 않는 아이가 등장한다
왕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말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혼자 지내는 아이들도 나 온다. 그런 아이들은 누가 특별히 왕따를 시켜서가 아니라 그저 “혼자 지내는 것 이 좋아서”라고 말한다. 6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어른의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또래집단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시기는 ‘나는 나다’라는 개 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른의 보호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 는 비슷하지만 그 심리가 어떤 행동을 끌어내느냐는 아이들마다 다를 수 있다. 어 느 또래 집단에 꼭 속해야 하거나 친구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들 과는 반대 지점에 있는 아이들이다.
◆ 주변 친구들을 의식하고 발표에 소극적이다
학기초에 발표를 시키면 2, 3명이 고작이다. 아이들에게 왜 발표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80% 이상이 ‘틀린 내용을 발표하면 아이들이 비웃을까 봐’라고 말한다.
이 아이들은 교사의 관심보다는 친구들의 관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해 보세요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말부터 하게 한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은 무엇이며 내가 좋아하는 색은 무엇이며,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이러하다 등의 내용 으로 반 아이들 모두 차례대로 발표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발표의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목적이므로 단순한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 발표하는 아이에게 는 자신감을 주기 위해 많이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정리·박효정 기자
출처 : <초등 우리교육 2005년 5월호>
특집 | 체험으로 정리한 요즘 아이들 학년별 특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