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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을 향한 인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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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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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Horizon

들어가며 : 포스트휴먼, 그 의문의 존재자

포스트휴먼은 누구인가

포스트휴먼, 그것은 첨단 기술들이 2050년 쯤 성공적으로 융합하여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하면 탄생할 존재이다. 즉 인간의 생물학적 몸은 도태되고, 첨단 기술에 의해 완전히 성능이 증강된 인간 이후의 존재자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 오면 진화의 방향은 기술에 의 해 조정된다. 그리고 이 미래는 자연적 진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 로운 진화의 국면으로서 기존의 과학 혹은 철학의 틀로는 이해할 수 없 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호세 코르데이라는 미래학자는 포스트휴먼의 도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언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상 최초로 진화와 한계의 의식 을 가진 종이며, 인간은 종국적으로 이들 제한을 넘어서 진화된 인 간, 즉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 과정은 영 장류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과정과는 달리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듯 빠른 과정이 될 것이다. 지능을 가진 미래의 생명체는 인간을 전혀 닮지 않을 것이며, 탄소기반 유기체는 기타 과잉 유기체와 혼합될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휴먼은 탄소기반 시스템뿐만 아니라 우주여 행과 같은 상이한 환경에 보다 유리한 실리콘 및 기타 플랫폼에 의 존할 것이다”1)

포스트휴먼을 향한 인간의 미래?

글 이종관(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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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출현 가능성?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 SF영화 소재로나 적합할 포스트휴먼이라는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하이테크 철 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우리는 SF소설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 로 이미 SF를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19세 기 인간들에게 조차 그 시대의 SF보다 훨씬 공상적이다. 그리고 현 재 진행중인 정보화와 그에 따른 컴퓨터의 발전을 조금만 성찰해보 면, 포스트휴먼의 도래는 충분히 거론될 근거가 있다. 인간 삶을 급 속히 사이버스페이스로 이주시키는 정보화과정은 컴퓨터가 자율지 능을 갖추고 언제 어디서든지 인간과 함께 하며 사용되기를 요구하 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인간의 신체와 통합됨으로써 항시 도처에서 사용되는 편재성(ubiquity)을 실현시킬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미 컴퓨터는 모든 곳에 존재하 며 급기야 플라스틱 통을 탈출하여 인간의 몸으로 침투하고 있는 중 이다. 최근에는 손쉽게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시 도가 한창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아예 우리의 몸에 이식되는 컴퓨터 가 등장할 전망이다. 미래의 컴퓨터는 이렇게 이식이란 과정을 통해 인간의 몸과 하나가 되면서 인간 내부에 침투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 은 인간보다 지능적인 컴퓨터가 오히려 인간을 그 컴퓨터의 일부로 흡수하고, 결국 그 인간을 포스트휴먼으로 변신시키는 결과가 될 것 이다.

포스트휴먼은 어떻게 사는가 : 장식물화하는 몸, 죽지 않는 포스트휴먼 그러면 이러한 포스트휴먼이 사는 방식은 어떠한 모습일까? 인간은 선택의 여지없이 이미 현실에 숙명적으로 몸과 함께 처해있지만, 포 스트휴먼은 사이버스페이스 상에서 자기가 처할 여러 가상현실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복수의 가상현실 속에 사는 포스트 휴먼은 마치 현재의 개인용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바꾸어도 기능 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과 같은 생체적 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포 스트휴먼은 여러 가지 물리적 기반을 바꾸어가며 삶을 지속할 수 있 다. 지능은 반드시 자연인과 같이 살을 지닌 생체적 몸을 기반으로 할 필요도 없으며 또 초기의 컴퓨터처럼 진공관일 필요도 없고 또 현 재처럼 반드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할 필요도 없다. 지능은 물리적으 로 다양하게 실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최절정인 포스 트휴먼은 자신의 지적능력을 여러 가지 상이한 물리적 기반의 컴퓨 터에 업로드시켜 지속시킬 수 있다. 지능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작 업은 두뇌의 신경생리학적 작동원리가 정보공학적 패턴으로 모방 (emulation)되고 이 모방 프로그램을 최적으로 구현하는 물리적 기

반이 NBIC 융합기술에 의해 제작됨으로써 실현가능하다. 그리고 이 렇게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두뇌의 활동과 기억이 자신의 운명적으 로 지니고 태어난 생체를 떠나 다른 물리적 기반의 컴퓨터로 옮겨질 수 있다면, 설령 그 몸이 생물학적 수명을 다해 소멸한다 해도, 인간 은 다른 컴퓨터로 자신의 삶을 업로드하여 영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작 년에 상영된 영화 “Transcendence”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업로드되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결국 포스트휴먼에게 몸은 삶의 근거가 아니라 장식물에 불과하다. 지 능은 잠시 인간의 몸을 빌렸을 뿐이다. 이미 지능이 실리콘이란 물질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로 실행되기 시작한 그 초기에, 미국의 인공지능 학 자들은 인간의 자존심을 접고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인간은 이 세 계에서 다만 일시적으로 지능을 이끌어 간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는 진 화의 지평에서 우리의 후계자를 이미 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리콘 지능, 바로 컴퓨터이다.”2)

포스트휴먼의 도래 : 트랜스휴머니즘과 융합기술

트랜스휴머니즘 : 포스트휴먼의 견인차

21세기 2050년이 지난 어느 시점에 포스트휴먼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 측과 기대는 20세기 후반부터 괄목할 만한 이념을 형성하며 스스로를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호명하였다. 그리고 1999년 옥스퍼드의 철학 자 닉보스트롬의 주도아래 트랜스휴머니즘 세계연합이 결성됨으로써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그리고 이때 트랜스휴머니즘의 핵심내용은 다 음과 같이 선언되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응용이성, 특히 기술을 사용하여 노화를 제거하고 인간의 지적, 육체적 심리적 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인간의 조건을 근 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의 바람직한 가능성을 긍정하는 지적 문화적 운동이다.”3)

트랜스휴머니즘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그 지배력이 확대되 고 있다. 특히 최첨단 기업 등 사회적 명성과 영향력을 갖춘 인사들이 트랜스휴머니즘을 주도하는 집단에 가세함으로써 괄목할 만한 경제 적 문화적 나아가 정치적 권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 의 빌 조이(B. Joy),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싱귤 래리티 대학의 총장인 레이 커즈와일(R. Kurzweil), 나노물리학의 개 척자 드렉슬러(K. E. Drexler), 한때 미국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깅그 리치, 옥스퍼드대학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N. Bostrom)등 주로 영미 권의 과학기술자와 철학자 정치가들이 트랜스휴머니즘의 주축을 이 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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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Horizon

트랜스휴머니즘과 융합기술

포스트휴먼의 미래를 열망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21세기를 기점으 로 세계화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 게 그러나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 확산의 기점은 2002년부 터라고 해도 지나친 단언이 아니다. 2002년은 미국 과학재단에서 우리 나라에서 거의 국시에 가깝게 추진되고 있는 NBIC 융합기술 관련 보 고서가 출간된 해이다. 2002년 발간된 이 보고서의 정확한 제목은 “인 간 성능 증강을 위한 융합기술”이다. 이미 이 제목에서 노출되듯 2002 년의 보고서는 1999년 닉 보스트롬이 트랜스휴머니즘 세계 조직을 결 성하면서 선언한 내용과 동일하다고 할 만큼 같은 어휘를 반복하고 있 다. 그리고 또 여기서 소위 융합기술은 트랜스휴머니즘을 모태로 출현 했다는 점이 시사된다. 트랜스휴머니즘과 융합기술의 등장과의 관계는 이미 보고서의 제목에도 노출되지만 이 보고서의 두 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윌리엄 베인브리지(W. S. Bainbridge)가 트랜스휴머니스트라 는 사실에서 더욱 더 확실시된다.4)

트랜스휴머니즘의 현황

트랜스휴머니즘은 다양한 방면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렇게 확산되는 가운데 때로는 종교적으로 번안되어 새로운 영생과 구원의 도래라는 외피를 갖기도 하고 또 때에 따라서 정치적으로 번안되어 인간의 자유 를 극대화하는 정치이념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갈래의 추진 세력 중 가장 강력한 흡인력과 동시에 확산 력을 갖는 입장은 특이점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첨단과학 기술의 현장에서 선도적인 과학기술자로서 명성을 구가하며 동시에

그 기술을 상용화에 성공한 집단을 형성한다. 나아가 이들은 이미 첨 단기업의 경영진 내지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입장 은 미래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경험과 이론 측면에서 상당한 설득 력을 과시하게 되어 트랜스휴머니즘의 다양한 계파에서도 선도적 위 치를 점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인간 삶의 전영역이 세계화라는 기치 아래 전면적으로 시장화됨으로써 트랜스휴머니즘은 교육영역의 시 장화를 매개로 교육을 변혁하고 있으며, 정부의 시장 편입과정을 매 개로 정부정책에 깊이 스며드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대한 상 징적 증거는 현재 최고의 기업으로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구글 의 지원 아래 트랜스휴먼의 미래비전을 선도하며 교육의 미래지향 적 대변혁을 외치는 싱귤레리티 대학이다. 이 대학의 총장은 바로 앞 서 언급된 트랜스휴머니즘의 구루 레이 커즈와일이다. 그는 동시에 Futurist라는 국제단체를 중심으로 방대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 며 미래지향적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차례 방문하여 정부의 미래정책을 자문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아예 구글의 기술담당 고위임원으로 취임하여 구글의 미래를 지휘하고 있다.

포스트휴먼의 도래에 대한 도전 : 네오휴머니즘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비판

그러나 과연 진정 미래는 포스트휴먼이 주체가 되는 역사의 새로운 단 계로 열릴 것인가. 인간은 미래는 이 포스트휴먼을 향해가는 트랜스휴 머니즘에 맡길 수 있는가. 인간의 삶 그리고 그 삶의 미래와 관련된 이 러한 문제는 실로 철학적 성찰을 절실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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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미 철학적 차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 다. 특히 의사인 로저 펜로스(R. Penrose) 그리고 철학자 허버트 드레 이퓨즈(H. Dreyfus)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들의 비판은 트랜스휴머 니즘이 근거하고 있는 첨단 기술 IT, 그중에서 인간의 인지능력을 인공 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인공지능이론에 조준되어 있다. 특히 드레이 퓨스는 과거 인공지능연구의 합리적·논리적 모델의 한계를 비판하며 인간의 앎은 결코 알고리듬화 할 수 없는 암묵적 차원의 바탕위에서 성 립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암묵적 인지는 인식주체에 의해서는 결 코 투명화될 수 없는 비대상적 지평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인간의 지능은 컴퓨터와 같은 규칙기반 기호처리 인식 모델로는 구현할 수 없 다. 컴퓨터와 같은 인공지능은 오직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인간의 지능 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의 지능은 인공지능에서 능가될 수도 또 시뮬레이션될 수 도 없다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의 이론적 기초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지능의 체화 (embodiment) 문제와 관련하여 제기된다. 현재 트랜스휴머니즘은 데 카르트적 정신 물질 이원론의 또 다른 버전으로서, 정신을 육체에서 분 리가능한 정보패턴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된 인지과학자 마 빈 민스키, 레이 커즈와일, 한스 모라빅은 사실상 이러한 입장에서 인 간을 능가하는 영생의 트랜스휴먼의 출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으 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프란스시코 발레라, 안토니오 다시모, 그리 고 이들의 입장에서 뇌와 뉴론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들은 인지활동이 뉴런의 연결관계망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체적 몸이라는 물리적 기반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네오휴머니즘의 태동

포스트휴먼 미래에 대한 도전은 네오휴머니즘의 태동으로 이어진다.

네오휴머니즘은 포스트휴먼의 도래를 향해가는 첨단기술의 거침없 는 발전과정에서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실존적-존재론적 허무를 극복 하고 인간존재의 의미를 회복시키려는 철학적 움직임을 일컫는다. 네 오휴머니즘은 근대휴머니즘의 변종이다. 그러나 네오휴머니즘은 인 간의 계산적 도구적 합리성을 중심으로 한 근대 휴머니즘이 과학기술 과 공모관계를 형성하며 결국 인간 스스로를 포스트휴먼이라는 이름 아래 도태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네오휴머니즘 은 근대 휴머니즘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 지능이 시뮬레이션 할 수 없는 인간적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철학적 작업을 네오휴머니즘은 수행한다. 물론 이러한 철학적 반성은 2011년까지 이름을 얻지 못하였다.5) 그러나 2011년 부산에서 개최 된 세계 유네스코 제 1회 세계인문학 포럼은 네오휴머니즘을 선언

하며 인문적 미래주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6)

결국 네오휴머니즘은 인간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영생의 포스트휴먼 미 래로 향하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반하여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몸, 예술 적 몰입, 나아가서 죽음 등에서 발견한다. 이점에서 디지털 문화의 구 루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 는 기술을 통해 죽지 않는 포스트휴먼을 발명하려는 트랜스휴머니스 트들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죽었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니까. 죽음을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나가 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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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Horizon

인간적인 미래를 향하여 : 인간, 기술, 몸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정립

일없는 인간의 미래 없는 미래 : 중독 사회의 위험

사실 포스트휴먼의 도래를 향한 역사의 행로에 적극 동참을 유혹하는 것은 경제적 기대 때문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을 통해 도래할 포스트휴먼의 미래는 생산성을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강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포함한다. 생산성의 증 강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곧 경제성장 동력의 엄청난 증강을 시사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트랜스휴머니즘은 역사가 첨단과학기술의 수렴시 점인 특이점을 지나 포스트휴먼으로 진행하면 할수록 경제발전은 그에 비례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시장의 이 익과 부합한다. 때문에 트랜스휴머니즘은 거대자본과 첨단기업 그리고 첨단산업의 육성을 목표로 하는 각국 정부들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 으며 압도적인 메인스트림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새로운 노동력을 양성하고 교육하고 또 재교육 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훨씬 절약하고 나아가 아예 이러한 인간 노 동력의 양성을 대체하는 지능적 기계들이 이미 개발되고 있다. 한편 인

간의 노동력은 진화의 속도가 지능적 기계에 비해 거의 정체되어 있음 에도 임금상승 요구로 고비용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자본주의는 고 비용의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생산하기 위한 첨단 기 술을 꿈꾸며 인간보다 더 정확한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급속 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식으로 기술자본주의가 자연인을 퇴직시키는 포스 트휴먼 경제로 발전한다면, 일하는 극소수와 일을 잃은 대다수로 양극 화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현재에도 이미 일자리가 줄어드는 급격 한 추세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이 없는 자들은 물론 자본 주의에서 빈곤을 면할 수 없다.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미래의 포스트휴 먼 경제에서는 일없는 자들에게도 기본임금을 주는 정책을 도입하자는 제안을 하며 인간을 일자리로부터 추방하는 포스트휴먼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과 일의 관계에 대한 지극히 단세포적인 사고이다. 일 이 없는 자들에게 경제적 궁핍보다 더 심각한 사태는 그들이 미래가 없 는 권태상태에 빠져 결국 중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독은 단 순한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바이러스나 물질적 궁핍이 원인인 병 이 아니다. 중독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발생하는 인간에게만 독특한

Now The Singularity

transhumanity posthumanity

Progress of Convergence

Contribution to economy

〔그림 1〕 트랜스 휴머니즘의 발전 도식

자료 : Roco and Bainbridge(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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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질병이다. 중독은 할 일이 없는 상태에서 미래라는 시간과 관계 가 절연된 상황, 즉 절망적 상황에서 생겨난다. 미래와의 관계가 단절 된 상황에 있는 인간은 현재의 시간이 미래로 흐르지 않는 권태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시간을 죽이는 수단을 찾게 되는데 이는 술, 마약, 도박 등이 있고 최근에는 이러한 것들을 디지털화한 게임 등 이 있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영양학적으로 좋은 조건 이 제공된다고 해 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기획하고 일을 통해 그 기획을 적극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면, 사람은 절망에 빠지고 권태에 찌 들며 결국 중독이란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

중독은 그것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망가지고 개인이 인격적으로 황폐 화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이러한 치명적인 병에 대다수의 사람이 감염 되는 사회, 이러한 사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맹목적 기 술적 효율성에 집착하여 인간을 일자리에서 몰아내는 미래의 포스트휴 먼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은 기술이 라 할지라도 그것이 인간에게 일을 박탈하는 기술이라면, 결국 사회는 중독의 늪으로 침몰하여 붕괴위험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포스트휴먼을 미래비전에 대 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포스트휴먼은 성능증강을 위해 최적화된 물질적 토대로 인간의 몸을 대체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심지어는 영생 을 얻는다. 포스트휴먼에게 몸 자체는 더 이상 존재의 기반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미래의 포스트휴먼에게 몸은 인공생명의 외부를 둘 러싸는 껍질이나 표피 나아가 장식물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 그것은 여러 가지 다른 물질로 또 다른 모습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트랜스휴머니즘이 사회의 발전 방향을 장악한다면, 포 스트휴먼이 도래하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일을 잃은 인간들을 미래와 단절시킨 채 중독으로 몰아가 결국 사회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역설에 빠질 것이다.

글을 마치며 : 기술에 요구되는 방향 전환 - 인간, 기술, 몸의 상호창조를 향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인간에게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기술은 무엇인 가. 인간과 기술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러한 물음을 던질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인간만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기계는 작 동할 뿐 일하지 않는다. 인간이 일하기 때문에 기계가 필요한 것이다.

또 인간의 일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먹이를 구하는 동물의 행동과는 다 른 차원의 처신이다. 일은 인간이 몸으로 살아나가며 자신에게 의미 있 는 미래를 성취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몸은 맨몸으 로 살 수 없다. 인간의 몸은 기술과 함께 일을 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생

동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살로 된 삶의 주인공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 를로 퐁티가 밝혔듯이 인간의 몸은 그냥 물체이거나 고깃덩이리가 아 니라 살로 살아나는 활동적 주체이다. 삶의 의지를 잃은 몸, 행동하지 않는 몸 그래서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몸은 도구와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몸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갈 때 도구와 기술을 필요로 한 다. 그러나 이 도구와 기술이 포스트휴먼처럼 몸을 장식물로 전락시켜 무력화함으로써 몸을 삶으로부터 배척하면 그 몸은 죽어가며 결국 삶 도 죽어간다.

따라서 미래적인 기술은 인간과 삶, 그리고 몸과 함께 협력하며 몸의 생동적 참여를 통해 미래를 향한 인간 삶의 성취가 가능하도록 설계되 어야 한다. 미래를 향한 기술 발전의 최우선 목표는 인간에게 몸과 함 께 삶의 성취를 제공하는 일을 만들어내는 기술의 개발이 되어야 할 것 이다. 그래서 현재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과학기술자들은 인간, 몸, 기술, 그리고 일에 대해 좀 더 깊은 성찰을 해야만 한다. 최고 성능의 기술로 인간을 개조하려는 첨단기술의 발전 방향을 기술과 몸 사이의 상호작용과 상호창조 과정이 최대한 존중되는 방향으로 전환해 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면 몸의 활동력을 북돋으며 몸으로 사는 인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미래의 길이 열릴 것이다. 몸으로 세상을 살아온 한 인간으로서 기술, 인간, 그리고 몸이 서로를 창조하는 “Sympoiesis ”, 즉 융합(converging)이 아닌 융화(harmonizing)의 미래를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1) 호세 코르데이로, 인간의 경계 : 휴머니즘에서 포스트휴머니즘까지, 제1회 세계인문학 포럼 발 표자료집 325-334, 333

2) J. Weizenbaum, “Denken ohne Seele”, In : Joffe, J(Hg) : Zeit-Dossier 2. Muenchen 1981. 136-140 3) N. Bostrom, The Transhumanist FAQ, v. 2.1. Oxford : World Transhumanist Association. 2003 4) 트랜스휴머니즘과 융합기술의 관계에 대해서는 필자의 졸저 『공간의 현상학, 풍경, 그리고 건 축』, 성균관대 출판부 2012, 23-36에서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5) 필자는 이미 2011년 이전도 여러 차례 기회를 통해 예를 들면, 2007년 철학연구회 춘계 학술 대회 등에서 인문적 미래주의의 출현을 예고한바 있다.

6) 제1회 세계인문학 포럼 발표 자료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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