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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던 서정주 님의 시가 떠오르는 아침.
우리 반 학생에게 휴대폰 문자가 왔다.
‘선생님! 오늘 하늘이 너무 예뻐요. 한번 보세요! 지금요!’
그렇지 않아도 수능을 70여 일 앞두고 가슴 조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말을 떠올리며 나 또한 문자를 보내려던 참이었다. 언제나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35명의 아이들. 내일 있을 수업시간에는 짤막한 민담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리라 마음먹었다.
옛날에 한 여인이 시집을 가서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그만 문둥병에 걸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살아야 했다. 여인은 남편을 위해 약이란 약을 다 써봐도 효험이 없자, 남편의 병을 낫 게 해달라고 정성스럽게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이 찾아와서는 정성이 지극하니 남편을 살릴 방도를 가 르쳐 주겠다 하고는, “오봉산에 불을 놓고 남편을 찾아가면 병이 나을 것이오. 그런데 반드시 100일 안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인은 밤낮으로 전국을 헤매 다니며 오봉산을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 고 중이 말한 100일이 다가오게 되었다. 낙심한 여인은 남편 곁에서 죽으려고 남편을 찾아가다가 도중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보고 제발 남편에게 찾아갈 때까지만 넘어가지 말라고 손 을 휘젓던 여인은 문득 자기 손이 오봉산이라는 걸 깨달았다. 여인은 황급히 다섯손가락에 불을 붙이고 남 편을 찾아갔고, 결국 남편의 병이 다 나아서 두 사람은 마을로 다시 내려와 행복하게 살았다.
이 이야기에는 삶의 진실한 가치는 먼 데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특히 여인이 100일 동안 찾아다녔던 오봉산이 다름 아닌 자신의 손이었다는 사실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나 진리가 아주 가까운 곳, 또는 자기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문자를 보냈던 그 녀석은 지난 1학기 대입수시전형에 여러 번 도전했으나 떨어졌다는 실망을 안고 있 다. ‘오봉산의 불’에 나오는 여인처럼 낙심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해결의 묘책이 나온다는 것을 알려줘 야 되겠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포기하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도전의식과 희망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에게 맞닥뜨린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 되뇌는 말이다. “객관적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관적 의지로 극복하라.”가끔은 언제나 머리 위에 있는 푸르른 가을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마음을 가다듬으 며 살고 싶다.
정현숙|교사, 자유기고가
푸른 가을 하늘
짧 은 글 긴 생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