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토이슈와 대응 방향 30
지난 몇 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되었다. 생소한 ‘사회 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이 ‘불금’을 대체하고 ‘무관중 공연과 스포츠경기’, ‘집에서 만드 는 달고나 커피’뿐 아니라 요원하다고 여겼던 화상 회의와 화상 세미나가 실제로 행 해졌다. 재택근무로도 업무가 공백 없이 진행되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 대한 자책감이 오히려 안도의 순간으로 바뀌었으며, 우리나라의 의료수준과 국민의식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경험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다시 돌 아온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덕에 인간이 오히려 지구의 바이러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우스개도 돈다.
지금은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에서 상대적인 안도감을 뒤로하고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 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례 없는 위기에서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우 리의 생활방식 변화에 대응하는 주거와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적 시행으로 소비 위축, 무급휴가 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산한 거리, 문 닫힌 가게, 손님이 없는 텅 빈 상점, 고용인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고용주, 해고 와 실직, 파산 등으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경제악화, 소득감소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외생적 충격에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국민은 사회적으로도 가장 어려운 계층 에 있는 분들일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 등의 일용근로자, 알바와 인턴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청년, 가사도우미, 청소직과 판매직 등의 서비스 종사자들이 고용 악화 및 소득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월세가구가 월세를 체납하게 되면 주거불안이 가중된다. 아이들을 키우 는 가정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따른 전산장비 구비 및 아동돌봄까지 감당해야 한다. 게다 가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거나 알려줄 어른이 없는 경우 이 아동은 심각하게 학습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취약계층은 고용-주거-
교육에서 다중중첩의 어려움 경험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기를 준비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 건강한 집, 건강한 이웃
강미나 |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mail protected]) 이후빈 |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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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호 2020 June
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코로나는 특정 가구에 중첩되는 어려움을 안길 우려가 크 다.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반 가구의 약 11.3%가 일용직에 종 사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대략 225만 가구이다. 이 중 약 100만 가구가 월세가구이다. 영 세 자영업가구의 경우에도 월세가구가 약 47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일용 직가구의 약 52%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고(월세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일용직 가 구는 약 56만 가구) 10만의 영세 자영업가구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일용직 월세가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다중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구라는 점 이외 에도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 도시방역의 우선 대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들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에 속하는 비율이 21.3%이고 면적과 시설 미달이 각각 16%, 15%에 이르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협소한 공간에서 환기와 채광이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 에 가족 간 · 이웃 간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세 자영업자 역시도 월 세거주 가구의 15%가 최저주거기준 미달에 속한다.
그 외에도 기존의 주거취약계층인 노숙인, 고시원 · 쪽방 등의 비주택거주가구(37만 가 구) 등은 감염병에 너무나 취약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도 머물 집이 없는 사 람들,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의 고시원과 쪽방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건강한 주거지원과 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긴급한 상황이다. 채광과 환기가 열악한 지하 · 반지하 거주가구(26만 가구)에 대해서도 실제 정책의 대상으로 확대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코로나19 발병이 급속도로 늘
자가 일용직가구
전체 전세 월세 자가
영세 자영업가구
전체 전세 월세
<표 1> 일용직과 영세 자영업 가구의 점유 형태별 규모 구분
자료: 2019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비율 11.3 4.2 1.4 5.1 15.6 11.3 1.5 2.4
가구수 2,249 842 286 1,015 3,118 2,252 305 471
아동이 있는 가구수 235 76 42 103 686 457 105 92
(단위: %, 1천 가구)
자료: https://news.naver.com/main/read.
nhn?oid=029&aid=0002514805 (2020년 6월 3일 검색).
자료: https://news.naver.com/main/read.
nhn?oid=029&aid=0002514805 (2020년 6월 3일 검색).
자료: https://www.nocutnews.co.kr/
news/5212768 (2020년 6월 3일 검색).
자료: http://h21.hani.co.kr/arti/cover/
cover_general/39429.html (2020년 6월 3일 검색).
<그림 1> 고시원과 쪽방의 열악한 주거환경
특집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토이슈와 대응 방향 32
어나서 자국민들에 대한 방역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기숙사, 요 양원 등을 포함하는 집단거주시설에 대한 방역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대상을 자국민뿐 만 아니라 국내의 모든 주거로 확대하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방안이 될 것이다.
취약계층의 주거안정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해결의 시작점이다. 먼저 긴급 주거지 원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을 우선 활용하여 월세 미납으로 인한 주 거상실에서 긴급하게 안전선을 제공해주는 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린 리모 델링, 건강한 건축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건축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환기, 채광 등의 기준을 포함하여 건강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건축기준과 관리체계를 만들고 비주택거주가구를 우선 건강한 건축물로 이주시키도록 하자. 또한 그 린건축물을 위한 재개발 및 리모델링 시장을 육성해서 건강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 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가장 취약한 가구에서 시작하여 점차 일반 가구가 거주하 는 주택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출발은 ‘집에 머물자’라는 것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집이 단순히 쉬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뿐 아니라 사무공 간, 학업공간, 가사 및 여가, 문화의 공간으로 다기능이 요구된다. 또한 가족 내 개인 감 염을 방지하고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에 대한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지면서 가족 간 화목함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다 툼, 갈등도 많아지는 예를 접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현재의 최저주거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집에서 오순도순이 아니라 각자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집을 활용하고 공동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규모와 구조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한편 방음과 환기, 채광 등에 대한 요구 기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다. 현재 주 택에서 층간소음이 가장 낮은 주거만족도(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데 층간소음뿐 아니라 방과 방 사이의 방음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시공에 대한 요구도 높 아질 것이다. 또한 중앙에서 조정하는 공동 공조시스템 형태에서 단독 환기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대한 요구도 있을 것이다. 공기 중에 있는 여러 바이러스와 전염 가능성에 대한 대처, 공동 배수와 하수, 이를 위한 배관에 대한 기준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도 아래층 담배연기와 벌레가 하수관을 통해서 위아래층으로 옮겨 다니는데 하물며 더 미세한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옮겨 다닐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결국 현재의 고층 고밀의 공동주거 양식과 함께 저층 저밀의 단독주거 양식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대규모 단지에서 소규모 단지의 주거, 주택과 주택 사이에 이격거리가 있는 주거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거 형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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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언 제 다시 확산될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처하여 일상생활이 지속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생활방식과 이에 대한 공간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다중시설의 밀도 낮추기 및 생활방역을 위한 공간계획과 운영계획이 필요하다.
학교, 군대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곳의 밀도 낮추기, 요양병원 및 병상의 밀집도 점검, 기숙 사 및 협소한 기숙시설, 외국인 근로자들의 거주시설 및 거주지역의 밀도 점검 및 방역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요양 · 양로시설, 노숙인시설, 각종 쉼터 등 복지영역에서 중요 한 역할을 하는 시설도 밀도 낮추기 측면에서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복지 시설에서는 물리적인 공간배치뿐 아니라 시설의 운영, 대면 서비스에서도 인공지능과 문 명의 이기를 도입해볼 만하다. 대표적인 대면면접 서비스인 돌봄에서 원격건강 도우미 및 안부확인 서비스, 비대면 생활 서비스 등이 각광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참에 기계와 로봇이 대면 서비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시대로 빠르게 올라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하에서 모든 것이 대규모화되는 현상에 대한 반작용, 작은 식당, 작은 학교, 소규모 유통시설 등 국토의 저밀 활용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동일한 밀도에서 도 환기를 통하여 감염병 확산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건물에 대한 환기 규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사회 적 밀도에 대한 공간적 규제를 감염병에 대응하여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별적인 ‘자연으로의 회귀’ 현상을 낳게 된다. 자연녹지에 대 하여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수요가 예상된다. 밀폐된 체육관 대신 수변 산책과 등산, 자전 거 타기 등의 야외 활동이 늘었다. 국민 누구나 녹지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밀도와 동선을 감안한 공간설계를 검토해볼 때이다.
경향신문. 2019. [오! 평범한 나의 셋방] 친구 초대는 2평, 요리는 3평부터…1평은 잠만 자는 방이죠, 11월 5일. https://
news.naver.com/main/read.nhn?oid=029&aid=0002514805 (2020년 6월 3일 검색).
국토교통부. 2020. 2019 주거실태조사.
노컷뉴스. 2019. 0.9평 쪽방서 홀로 맞는 추석…“가족 생각나 더 쓸쓸”, 9월 14일. https://www.nocutnews.co.kr/
news/5212768 (2020년 6월 3일 검색).
디지털타임스. 2019. 제2의 국일 고시원 사태 막는다…서울 고시원 모든 방 창문 설치, 3월 18일. https://news.naver.
com/main/read.nhn?oid=029&aid=0002514805 (2020년 6월 3일 검색).
한겨레21. 2014. 사람 사는 쪽방마다 죽겠다·죽는다·죽었다, 4월 29일.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
general/39429.html (2020년 6월 3일 검색).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