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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빈곤을 감소시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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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경제 2013 April

OECD issue

세 계 는 지 금

경쟁이 빈곤을

감소시켜줄 수 있을까

OECD ‘글로벌 경쟁포럼’ 논의 동향

빈곤구제는 전 세계 모든 나라 정부의 오랜 숙원이다. 빈 곤의 기준을 하루 2달러 수입으로 잡는다면 세계 인구의 약 45%가 빈곤한 것으로 나타난다. 빈곤층에 관한 문제 는 후진국에서 더 절실하긴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역시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인데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 후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경쟁정책을 포 함한 여러 정책 분야에서 빈곤층 감소를 위한 방안을 찾 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지난 2월 OECD 경쟁위원회가 개최한 ‘글로벌 경쟁포럼 (Global Competition Forum)’에서는 ‘경쟁과 빈곤감소 (competition and poverty reduction)’라는 주제로 회원 국과 비회원국들이 함께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시장 경제하에서 기업 간 경쟁이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킨다 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특히 가난한 계층의 빈 곤감소를 위해 경쟁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본 논의의 핵심이었다.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 빈곤층에겐 양날의 검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에 비해 필수재(essential goods and services, 식료품이나 소액대부 등)에 대한 소 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마련이다. 필 수재 가격이 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면 이로 인해 빈곤층이 겪는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필수재의 가격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높게 형성

될 수 있는데, 경제학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나 공급부 족 등이 일반적 원인이다. 그러나 가격상승이 필수재 공 급자와 그 경쟁자 간의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점형성, 경 쟁기업 간 가격카르텔 등에 의한 경우에는 경쟁당국이 나서서 이러한 행위를 제재하고 시장경쟁을 보호하는 것 이 결과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지나치게 제한적이거나 편향적인 규제 가 불필요하게 시장의 경쟁수준을 낮추고 필수재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빈곤층 을 보호하려는 정부정책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빈곤층이 더욱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 따라서 경쟁당국은 서민을 위한 정부의 정책수 립과정에 경쟁정책적 관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일부 정 부정책의 실패영역을 찾아내 경쟁친화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이 빈곤한 소비자들의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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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혜택을 준 사례를 보기로 하자. 놀랍게도 지구상에는 모바일폰을 사용하면서도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못한 사 람들이 10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주로 아프리카나 아시 아 등 뱅킹인프라가 구비되지 못한 지역의 주민들인데 이들을 상대로 한 통신사업자 간 경쟁이 이들에게 필요 한 새로운 서비스, 즉 모바일폰을 활용한 뱅킹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M-PESA’는 사파리콤이라는 통신회사 가 2007년 도입한 서비스로, 이동통신을 통해 국가 간 송 금과 소액 대출업무 등을 가능케 함으로써 금융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빈 곤개선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선 진국에서 일하고 있는 자녀들이 자신의 소득을 아프리 카에 있는 부모에게 쉽고 편하게 송금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케냐에서는 M-PESA 서비스가 개시된 지 2년 만에 가입자 수가 10만명에서 700만명으로 증가했고 현재 약 1,700만명이 가입돼 있다고 한다. 이 나라에는 오직 750

개의 은행지점에 300만개의 계좌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또는 영세기 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본 경우는 없을까? 국제연합 (UN)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볼리비아의 소액대출 (microcredit) 시장에서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났 다. 1980년대 초인플레이션 위기를 겪으면서 볼리비아 정부가 구조조정을 실시하자 전통적 광산 및 국영기업들 이 줄고 소규모 기업들이 늘어났는데, 이들에 대한 소액 대출 분야가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하면서 경쟁이 증대됐 다. 문제는 1990년대 말 볼리비아 서민금융기관들까지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생겨났다. 이들은 고객의 상환능 력을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없어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줬고, 신용이 부족한 영세기업들이 기존 채무를 갚기 위 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사태가 일어났으며, 마침 경기불 황과 시기가 겹치면서 급기야 대부자들이 연합회를 구성 해 위협적으로 채무감면을 요구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 게 됐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오로지 경쟁확대의 결과로 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은행들이 대부받는 기업들 의 신용평가를 게을리했다거나 정부의 금융규제가 불충 분했던 것들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경쟁은 영세사업자, 근로자, 직업탐색자 등을 위해서 도 도움이 된다. 경쟁적인 시장은 기업들이 사회의 자원 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도 나오지만 생존한 기업들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경쟁함으로써 거시적 성장률을 증가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이 경쟁적인 상품시장은 경제 성장, 고용 및 임금상승을 촉진시킨다. 경쟁은 또한 혁신 을 장려하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시장과 기업의 창립을 지원하고 이는 빈곤층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 회를 제공한다.

반경쟁적 기업결합 차단, 카르텔 적발, 독점적 지위남 용 금지 등 경쟁당국의 경쟁법 집행행위 역시 가난한 사 람들이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자본이 부족한 기업가가 매우 효율적인 새로 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존의 거대기업과 경쟁하는 사업 을 하려 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기존 사업자가 시장지 배적 지위를 가지고 새로운 중소기업의 시장진입을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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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은 OECD·WTO 등 국제기구나 세계 각국에서 최근 다뤄지는 정책이슈와 동향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코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경제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필수재 가격이 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면 이로 인해 빈곤층이 겪는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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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면, 이러한 경우 경쟁법의 적절한 집행이 새로 운 기업의 진입을 쉽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영세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 또한 지나치게 제한적 인 정부규제가 새로운 기업의 경쟁기회를 어렵게 하고 그들이 일해서 소득을 얻을 기회를 빼앗는 경우가 있는 데, 이렇게 불합리하거나 부적절한 규제를 올바로 개선 해 해당 시장의 경쟁을 강화시킴으로써 그들이 잃은 기 회를 다시 회복해줄 필요가 있다.

분배를 고려한 경쟁법ㆍ경쟁정책 필요…‘포괄적 성장’

이끌어야

한편 경쟁의 확대가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 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노동 시장에서의 지나친 경쟁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리게 되고, 생산물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고용주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도록 만 든다. 경쟁지향적 혁신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난한 기업가나 근로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데, 새로운 기술개 발로 인해 기존 기술이 쓸모없는 것이 되면서 해고를 유 발하고 중소기업과 구기술에 기반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번 회의에 패널로 참석한 저명한 경쟁법학자 엘레 나 폭스(Eleanor Fox) 미 뉴욕대 교수는 우리가 효율성 을 논의할 때는 항상 분배 문제를 고려한 효율성 개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하면서, 경쟁법과 경쟁정책은 기본 적으로 빈곤층을 위한(pro-poorer, pro-outsider) 것으 로서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인위적 제약들을 제거하면 취 약계층이 힘을 얻게 되고 이동성(mobility)이 증진되며 포괄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제고된다고 했다. 폭 스 교수는 특히 가난한 국가의 경쟁당국들이 필수적 재 화의 시장접근을 막는 요소들을 제거해 빈곤층이 더 낮 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 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케냐는 국민 의 43%가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국가인데, 케냐 경쟁당 국은 농민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살충제 원료를 생산 하는 국영기업에 독점을 허용함으로써 수백만 영세농민 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법률을 인지하고 이를 폐지하기

이용수

주OECD대표부 참사관 ysyee1@daum.net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주OECD대표부 및 외교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위해 힘을 모으는 활동을 했다.

탄자니아에서는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시멘트 제조회사가 자국민의 고용과 경제를 위해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시멘트에 35%의 관세를 부과하자는 언론 캠페 인을 벌였고, 이로 인해 파키스탄과 인도로부터의 값싸 고 질 좋은 시멘트 수입이 좌절될 위기가 있었다. 이에 탄 자니아 경쟁당국이 이러한 관세부과가 도로와 주택건설 분야에서 탄자니아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가격인상, 고용감소 및 경제적 기회상실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가를 적절히 설명하면서 이를 저지시켰다고 소개했다.

폭스 교수는 빈곤감소를 위해서는 경쟁정책뿐만 아 니라 음식, 보건, 주택, 인프라 및 자본접근성 등 다른 정책들도 함께 구비돼야 하며, 이들은 국가의 지배구조 (governance)와 법치주의(rule of law)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원활히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정책이 거시적 경제성장을 가져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크게 이론(異論)이 없지만 이 러한 성장이 반드시 저소득층을 포용하는 것인지에 관 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필요하 다. 이는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일자리 그리고 더 많은 소득을 가져다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경쟁 정책을 통해 진정으로 빈곤을 감소시키고자 한다면, 빈 곤층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장(생활필수품 및 서비스), 영세기업들의 사업성공을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시장 (은행 및 통신서비스) 그리고 빈곤층을 많이 고용하는 노 동집약적인 영역에서 경쟁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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