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폐허가 되어버린 인류 최고(最古)의 도시, 알레포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폐허가 되어버린 인류 최고(最古)의 도시, 알레포"

Copied!
7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영화 ‘알레포에서의 하루’ 외

폐허가 되어버린

인류 최고(最古)의 도시, 알레포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mail protected])

영화와 도시 • 82

(2)

도시, 인류문명의 정점이자 고향

인류의 조상들은 야생의 세계에서 무척 약한 동물이었다고 한 다. 그들은 경쟁에서 떠밀려 먹을 게 풍부한 숲에서 쫓겨나 초 원을 떠돌다, 구석진 동굴에서 야수의 먹잇감을 겨우 면하던 가련한 존재였다. 생존을 위해 도구를 발명하고, 불의 활용법 을 익히고, 초보적인 사회를 이루면서 안정된 생산력 확보를 위한 초기 농업이 시작된다. 농업의 발전 과정에서 노동력이 집중되고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면서부터 초보적인 물물교환 은 교역으로 확장된다. 그중 사람과 재화가 집중되던 주요한 몇 곳은 점차 마을을 넘어선 ‘도시’로 변한다.

고고학의 발전과 함께 ‘최초’의 도시가 어디인가 하는 논쟁 은 현재진행형이다. 성경에 ‘예리고(여리고)’로 기록된 예리코 (Jericho,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도시)는 B.C. 94세기에 최초 로 그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도시로 건재하다. 도 시의 기원으로 거론되는 여러 유적들은 대부분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해 석된다. 생산과 소비, 그 둘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로서 분업이 일상화되고, 내·외의 공격에서 인명과 재화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수단(성벽, 해자)과 치안인력(군대, 경찰)을 갖추게 된다.

인구밀집지역인 만큼 화재에 대한 대비와 전염병 관련 보건의 료대책의 수립, 농업과 생명유지에 직결된 물의 공급, 쓰레기 와 하수 처리, 분쟁 등 복잡한 업무 처리를 위한 행정과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사법 및 조세체계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속 속 탄생했음은 역사를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제한된 공간에 과밀한 인구가 밀집하는 특성상 한정된 땅을 최대한 기능적으 로 활용해야 하기에, 건축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재료를 마련 하기 위해 토목·금속 가공기술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도시’

가 인류문명의 정수이자 ‘고향’이라 불리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초기에 수천 명이 살던 도시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점점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 행정, 종교, 시장구역과 주거 및 보조기능 담당구역이 구분되던 초기의 도시는 도시의 중핵과 그보다 인 구밀도가 낮은 지역이 인프라를 공유하며 통합된 백만 인구 단위의 ‘메트로폴리스’를 탄생시켰고, 점차 그보다 광역 차원 에서 ‘메트로폴리스’와 ‘메트로폴리스’들이 기능적으로 융합되 는 천만 단위의 ‘메갈로폴리스’로 확장되고 있다. 현대 한국의 알레포 시가지

(전쟁 전)

제468호 2020 OctOber

(3)

영화와 도시 • 82

‘광역시’급 대도시들은 메트로폴리스, ‘수도권’은 메갈로폴리스 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은 인류 탄생부터 크게 바뀌지 않은 것처럼, 도시의 입지조건 또한 그러할 테다. 그 기원이 고대나 중세부터 출발하는 ‘역사 도시’들은 현재도 대부분 그 자리를 지키며 인근 지역의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인근의 풍부한 생산력이나 교통의 편리함, 지정학적 이점 등이 받쳐주기 때문 이다. 초기 4대 문명 중 수메르문명과 이집트문명이 교차하던 현재의 시리아 일대는 예리코를 비롯한 ‘역사 도시’의 요람이며, 그 대표적 ‘역사 도시’ 중 알레포를 빠트릴 수 없다.

알레포에 대하여

알레포[아랍어: (할랍), 영어: Aleppo, 프랑스어: Alep].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86년 지정)이지만 시리아 내전 이후 여행 금지도시로 지정되어 우리는 현재 이곳에 갈 수 없다. 도 시의 흔적이 최소한 B.C. 50세기부터 확인되고 최초로 문서 에 언급된 게 B.C. 25세기인 이 고도(古都)는 현재까지도 도 시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중동 유수의 대도시이다(2004년 인 구 213만 명, 2020년 192만 명 추계). 수도인 다마스쿠스와 함 께 시리아의 양대 도시이며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초기엔

소왕국으로 성립되어 중동의 패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었 다. ‘할랍’은 히타이트, 아시리아, 신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제국 의 지배를 연이어 받았고, 알렉산더 대왕의 후계자(디아도코 이) 중 하나인 셀레우코스 왕조와, 이를 정복한 로마 제국 시 리아 경영의 중심이 되었으며, 당대의 무슬림 제국들-우마이 야(Umayyad) 왕조, 아바스(Abbasids) 왕조, 파티마(Fātimah) 왕조, 아이유브(Ayyubids) 왕조, 맘루크(Mamluk) 왕조,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패자의 지배하에 들어갔지만, 이 대도시는 때론 독립왕국을 이루기도 하면서 상당한 자치권과 함께 교역의 중심으로 명성과 지위를 이어나간다. 알레포 성 채 시타델(Citadel)은 B.C. 16세기에 히타이트 왕국에 의해 최 초로 건설되어 개축을 거듭한 끝에, 십자군에 맞서던 아이유 브 왕조의 위대한 지도자인 술탄 살라딘 치세하(12세기)에서 완성된 건축물이다. 현재도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 으며, 격동의 역사를 표상하는 건축물이라 말할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동맹으로 참 전한 오스만 제국의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의 아랍 민족주의를 자극한다. 고전 반열에 오른 <아라비 아의 로렌스>의 주 배경이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알레포를 포함한 시리아와 레바논은 프랑스의 식민지배하에 들어간다. 당시 프랑스는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내전으로 인해 폐허가 된 알레포

(4)

를 분할통치하면서 알레포를 우대해 두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감정을 촉발시킨다. 시리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이집트 와의 중개교역으로 번성한 다마스쿠스와 이라크나 터키와의 관계가 보다 깊은 알레포는 역사적으로도 어느 한쪽이 번성하 면 다른 한쪽은 쇠퇴하는 경우가 잦았고, 프랑스의 식민지배 는 그런 갈등을 부추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맞지 만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의 반목은 계속된다. 두 도시는 지지 정당도 달랐고 외교 관계 우선순위도 극도로 차별화된 길을 걸었다. 이집트와 시리아가 추진했던 통일 아랍 공화국에 대

해서도 두 도시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은 입장이 상이했다.

서구식 이념-계급정당 체제와는 달리 시리아의 정치세력은 주요 도시별 지역주의에 가까운 양태를 보였고 쿠데타도 특정 지역 출신별로 발생하곤 했다.

현재까지 집권 중인 바트당의 아사드 정권은 종교적으론 무슬림 소수파인 시아파와 기독교 계열, 지역 관련해선 다마 스쿠스 우대정책을 일관되게 펴 왔다.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 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가 집권한 1971년부터 반세기 동안 다마스쿠스의 우위가 이어져 온 셈이다. 또한 아랍 사회 주의를 표방한 아사드 정권은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는 토지개 혁을 단행했는데, 상대적으로 농업 기반에 의지하던 알레포지 역 유지들의 재산권 침해가 컸다. 이를 입안한 다마스쿠스 기 반 정권에 대한 반감이 노골화된 계기가 된 것이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도시국가연합에 가깝고 국가 정체성은 미약한 현재 의 시리아 체제는 작금의 내전 이전에도 불씨를 잔뜩 잠재한 상태였다. 그 결과가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 이며, 현재는 정부군의 다마스쿠스, 반군의 알레포로 불릴 정 도로 극도의 분열된 모습이다.

하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알레포 내의 사정은 그리 간 단치 않았다. 알레포의 인구 80%는 정부에 반감이 큰 수니 파 무슬림(시리아 정부 집권세력은 시아파 계열의 알라위파) 이지만 중동 기독교 계열도 12%에 달한다. 이 때문에 반군의

제468호 2020 OctOber

전쟁 전의 시가지 모습 알레포 성채 시타델(전쟁 전)

(5)

글로벌정보 영화와 도시 • 82

사실상 수도 역할을 하는 알레포에서도 시가지 서부는 정부 군을 지지했고, 4년간 이 지역은 과거 동서독 분할 시절의 서 베를린처럼 포위된 상태를 겪는다(비슷하게 다마스쿠스의 동 부 구타 지역도 반군 우세 지역으로 오랜 시간 유지된다). 다 른 중동 국가처럼 ‘아랍의 봄’을 맞는 데 실패하고 장기 내전 상태에 이른 시리아는 어느새 정부군 vs 반군 vs ISIS vs 쿠 르드로 사분오열되어 중세적인 지역 할거시대로 돌아가 버렸 다. 강대국 간의 세력균형 눈치작전과 석유 같은 천연자원의 빈약함은 그저 난민 사태 외엔 서방 국가의 개입과 관심에서 방치되어 장기화를 초래했고, 이런 교착은 2015년 시리아 정부 군에 대한 러시아와 이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뒤엎어지기 시작 한다. 다마스쿠스 vs 알레포의 상징성 때문에 정부군은 1년 가 깝게 알레포를 포위해 공식적으로 2016년 12월 13일, 알레포 전 역이 정부군 지배하에 들어간다. 시리아 내전의 판도를 바꾼 알레포 포위전에 대한 과정은 여러 편의 영화로 기록되었다.

알레포 포위전을 다룬 영화들

# <알레포 함락>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알레포 함락>(2017)이다. 하페즈 알 아사드 정권 시절 정치 난민으로 노르웨이에 정착했던 니잠 니자르 감독은 내전의 한복판인 알레포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 가 반군, 속칭 ‘자유 시리아군(Free Syrian Army: FSA)’을 수소 문해 취재하기 시작한다.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이미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렸으나 민주정부를 수립할 희망은 사라지고, 그 가 접한 반군들은 단결하지 못하고 자원분배나 정치적 반목으 로 사분오열한 상태였다. 오직 자기 근거지를 지키기 위한 소

규모 국지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군의 공세는 나날이 압박 을 더해간다. 감독은 젊고 총명한 반군 지도자를 만나면서 희 망을 되살리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 희망은 어처구니없이 사 라지고, 좌절 끝에 함락 직전인 알레포에서 지하터널로 탈출 하고 만다.

<알레포 함락>에는 통합되지 못하고 군벌로 변해가는 반군 의 실상과 격렬해지는 정부군의 포위 공격 아래 고통받던 주 민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 <알레포의 마지막 사람들>, <사마에게>

전쟁은 필연적으로 죄 없는 시민의 희생을 강요한다. 현대전 쟁은 인권 개념을 도입한 반면, ‘총력전’ 개념도 동시에 받아 들여 비전투원이라도 적군의 전쟁 수행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공격 대상화시켜버렸다. 알레포 포위전 내내 도시의 인구밀집지역에 공격이 이어졌다. 악명 높은 ‘통 폭탄’(드럼통 이나 가스통에 화약과 파편이 될 쓰레기를 채워 만든다)으로 대표되는 무차별 공습과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은 정밀폭격이 병행되면서 유서 깊은 도시는 폐허가 되고 무수한 민간인 희 생자가 발생했다.

시리아 내전 내내 반군 친화적인 민간인 구호활동으로 세 계적 관심의 대상이던 알레포 내 ‘화이트 헬멧’ 구조대 활동 을 다룬 영화가 <알레포의 마지막 사람들>(2017)이다. 포위전 과 함락까지 5년간의 내전 기간 동안 정부체계가 붕괴된 알레 포 내에서 도시 내 민간인들이 자치적으로 구호체계를 형성하 고 활약하게 된 배경과, 대도시의 인구밀집환경에서 응급구조 와 보건의료체계 유지가 얼마나 힘들고 위태로운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자료다.

<알레포의 마지막 사람들>(2017)

<알레포 함락>(2017)

(6)

제468호 2020 OctOber

<사마에게>(2019)는 시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아 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화일 것이다. 민주화 운동에 참 여하던 중 만나 결혼한 젊은 부부가 내전 한복판에서 딸 ‘사마’

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풍경을 기록한 작품이다. 잔혹한 전 쟁의 참상과 함께 어떻게든 어린 딸을 염려하는 가족애가 어우 러져 세계적으로 적잖은 반향을 불러왔다. 사마의 아버지는 의 사다. 날로 긴박해지는 포위전 상황에서 이 가족은 어린 딸의 안전을 돌봄과 동시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로 알레 포 시민들의 건강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쉴 틈 없이 헌신적으로 부상자들을 돌보지만 아무리 수술을 거듭해도 희 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인력과 물자는 부족하기 짝 이 없다. 인도적으로 공급되는 의료품은 턱없이 부족하고 정 부군은 반입을 가로막으며, 반군의 일부는 자기 세력 중심으로 쓰이길 꾀한다. 병원에도 폭격과 포격은 피해가질 않고 가족은 생명의 위협 속에서 지옥 같은 하루하루

를 반복한다.

영화에서는 주로 공습 등으로 인한 참 상을 보여주지만 전쟁 상황에서 거대 도 시의 보건의료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 장 도시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상수도원이 정부군과 반군 사이 공방의 한복판에 놓 인다. 일상 활동이 원활하지 않으니 오·폐 수와 쓰레기 수거가 제때 이뤄질 수도 없 다(명절 후반 쓰레기 수거가 며칠만 지연 되어도 산을 이루는 걸 생각한다면!). 물자 가 있더라도 공습과 폭발로 붕괴된 건물 과 도로망 때문에 제때 운송되기 어렵고,

심지어 시체 처리조차 제대로 못해 전염병의 위협에 처하기에 십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게 얼마나 상상 을 초월하는 괴로움과 공포인지 <사마에게>는 관객에게 스크 린 너머로 그 두려움을 전파한다.

# <알레포에서의 하루>

<알레포에서의 하루>(2017)는 24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장편 다큐멘터리들보다 어쩌면 더 견디 기 힘든 시간일 수 있다. 전쟁의 참상이야 무엇이든 끔찍하지 만 이 단편영화는 내전 기간부터 함락 전까지 알레포의 일상 을 집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러 각도에서 시민들 이 전쟁으로 고통받고 희생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인간적인 삶,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려 애쓰는 순간들을 카메라로 잡아 낸다. 공습으로 폭삭 무너진 건물에서 이웃들이 힘을 합해 부 상자를 구조하고, 놀 데가 없는 아이들은 폐허가 된 담벼락을 물감으로 채색하며 즐거워한다. 절정은 ‘알레포의 캣맨’ 무함 마드 알라 알자릴(Mohammad Alaa Aljaleel)이 등장하는 순 간이다. 온라인에서 이미 세계적 유명세를 탄 전기기술자 출 신의 평범한 아저씨는 포화가 격해지던 알레포를 탈출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100여 마리의 길고양이와 떠돌이 개들을 돌보고 밥을 주던 미담의 주인공이다. <알레포에서의 하루>에 그 생생한 현장이 수록되어 있다. 도시공간은 고도로 짜여진 인간 위주 생태계일 수밖에 없고, 인간의 편의로 공원이나 동 물원, 수족관 같은 공공시설에 수용된 동물은 물론, ‘애완’동물

제468호 2020 OctOber

<사마에게>(2019)

<알레포에서의 하루>(2017)

(7)

이나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인간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동물 들 또한 전쟁의 피해에 그대로 노출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의 일부는 이들에게도 정당한 몫이 아닐까 하는 성찰을 문득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훈훈한 인류애를 확인하는 순간이 적지 않지만 시리아 내 전 속 알레포 포위전의 현실을 옮긴 다큐멘터리 영화의 결말 은 잔인한 신의 장난처럼 보는 이를 괴롭힌다. 위험을 각오하 고 시작한 촬영이지만 전투가 격화되면서 공습과 포탄은 점점 제작진 주변으로 다가온다. 급기야 촬영하던 취재진과 촬영되 던 주민들까지 공격에 희생 당하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지옥 도처럼 펼쳐진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은 내일 하루를 또 준비해야 한다. 대도시에서의 삶이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 얼마나 위태로운지, 고립된 도시의 빈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참상을 이 영화에서 우리는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 다. 우리가 익숙하게 누려온 도시의 편의가 무너지는 순간 어 떤 재난이 닥쳐오는지, 도시라는 인류문명의 정수(精髓)가 얼 마나 다양한 요소의 결합과 수많은 이들의 노고로 유지·관리 되는지 확인하게 된다. <알레포에서의 하루>는 제목 그대로 그 곳에서의 1일, 24시간을 1/60 분량으로 압축해 생생하게 전하 는 전령 같은 영화다.

알레포에서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원하며

2016년 말, 정부군에 함락된 후에도 알레포의 치안은 일부 지역에 고립된 반군과의 산발적 전투로 상당 기간 불안한 상 태였다. 그러나 (정치적 판단을 논외로 한다면) 4년이 흐른 현재는 도시 내 철도 운행이 재개되고 프로축구 리그가 부활 했으며, 공항도 운항을 개시했다. 도시 유지의 생명인 교통 의 제약이 대부분 사라졌고 유통과 문화 활동도 가능해진 셈 이다. 유서 깊고 가치가 큰 고대-중세 유적이 많아 관광지로 도 이름 높았던 알레포이기에 시리아 정부는 관광을 장려 중 이라 한다.

유튜브에서 요즘 심심찮게 알레포를 홍보하는 브이로그 영 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알레포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고난을 딛고 부흥하기를 기원하며, 영화 속 참상을 통해 도시가 유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우리가 간과하던 것들에 대한 가치 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와 도시 • 82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알레포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