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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체계론의 이론적 전개와 정책적 함의에 관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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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경대 경제학부 전임강사

주소:부산시 남구 대연동 부경대학교.

전화:051-620-6657 email:[email protected] 응용경제 제6권 제2호

2004년 9월, 한국응용경제학회

지역혁신체계론의 이론적 전개와 정책적 함의에 관한 비판적 검토

권 오 혁*

논문 초록

이 논문에서는 지역혁신체계론의 이론적 형성과정과 구성체계를 살펴보고, 이 이론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정책상의 문제점을 논의하였다. 특히, 국내 산업정 책의 핵심이 되어 있는 지역혁신체계론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근간으로 한 정책이 보다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이 정책의 실 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역산업정책에서 학습과 혁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지역산업정책의 전부나 핵심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지역혁신 체계는 혁신클러스터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보다는, 궁극적으로 성취 해야 할 클러스터의 최종 단계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지역 내 에서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할 일은 연구개발 기능 확충과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전략산업 분야의 전문 기업 을 유치, 집적시키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JEL 분류번호 : R0 R3

핵심주제어 : 지역혁신체계, 클러스터, 네트워크, 신지역주의, 지역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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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참여정부의 산업경제정책의 화두는 단연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이다. 정부는 광 역자치단체 별로 지역전략산업을 선정하여 혁신적 산업클러스터로 육성하되 혁 신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택하 였다. 이에 따라서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에 각 광역자치단체들은 지역혁신5 개년 계획을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향후 지역 및 국가의 산업경제정책은 이 계 획에 토대를 두고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담당자들이 충분한 이 론적, 정책적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필자가 만나본 관계 공무원 들이나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이 국가 경제 및 지역 경제 의 미래를 위한 전향적인 선택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 수단에 대해서 명확한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간 제시된 정책수단들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지역혁신5개년 계획의 첫 사업이자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적 거 버넌스 기구인 지역혁신협의회가 구성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참여정부가 총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이 국가적 프로젝트의 전도가 밝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역혁신체계론의 이론적 구조와 정책적 함의들을 살펴보고 그 것의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그것은 ‘과연 이 이론이 자체 로 충분히 완결적인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혁신적 클러스터로 가는 정책수단으로서 활용하기에 적실한가’ 하는 의문을 전제로 한다. 그간 중앙정부 의 정책담당자들은 지역혁신체계 구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지역산업 육성전략으로 채택하고 시행할 것을 요구해왔 지만, 이 산업발전모델이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에 적용되어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또 ‘한국의 경우에도 적합한 전략인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구체 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지역혁신체계의 이론적, 실천적 타당성에 대하여는 초기에 국가혁신체계와 비 교하여 비판이 제기된 바가 있고(Gregerson and Johnson, 1997), 지역혁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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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론을 포함한 신지역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을 통해서도 전개되어 왔다 (Lagendijk, 2003; Lovering, 1999; MacKinnon et al, 2002). 국내의 경우 지역균형발전의 수단으로서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용숙(2003)의 문제제기 가 있었다. 이용숙은 지역혁신체계 구축전략이 궁극적으로 지역간 혹은 지역 내 불균형을 가져옴으로써 또 다른 불균등을 초래할 것임을 지적하였다. 그의 지적 은 그간 거의 무비판적으로 추진되어온 지역혁신체계 정책에 던진 최초의 성찰 이요 비판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필자가 이 글에서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용숙의 문제제기와는 구별 되는 관점이다. 필자의 관점은, ‘과연 지역혁신체계 모델이 혁신클러스터를 구축 하는 실제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는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정책 수단으로서 지역혁신체계 모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서, 지역혁신 체계론의 정책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회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Ⅱ. 지역혁신체계론의 전개과정과 이론구성

1. 이론 형성의 배경

지역혁신체계론은 1990년대 초에 영국의 경제지리학자 P. Cooke에 의해 제 안된 이론이다. 이 이론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유사한 현상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이론들이 제출되었고, 사실 지역혁신체계론보다 학문적으로나 정책 영역에서 주 목을 받아온 이론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혁신체계론은 이러한 이론들의 영향 하 에서 지역, 혁신, 체계라는 매력적인 개념들을 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산업체제의 등장과 그 공간적 형태로서 지리적 집적을 분석한 이론들 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이다. 구미 선진국들에 있어서 대량생 산과 중화학공업이 급속히 쇠퇴하고 실리콘밸리나 제3이탈리아 등에서 새로운 생산방식의 산업체계가 성장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오늘날 흔히 유연적 생 산방식이라고 설명되는 새로운 산업체계가 광범하게 확산되고 이에 조응하여 신산업공간이 출현하면서, 학계는 그것이 이전의 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 방식과 산업공간 형태인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였고 논쟁을 벌였다.

새로운 생산방식에 대해 누구보다도 먼저 감지한 것은 이탈리아계 신제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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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경제학자들이었다. 이들은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에 형성된 전문화된 중소기 업 집적지들이 유럽 제조업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 강화해 가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이들은 중북부 이탈리아에서 발전되고 있는 지방적 산업체 계를, 19세기말 A. Marshall(1890)이 제기한 산업지구 현상의 재현으로 파악 하였고, 나아가 이들 중 몇몇 이론가들은 제3이탈리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과 미국의 주요 첨단단지에서 발견되는 현상이 전문 중소기업의 집적과 네트워 크라는 점에서 동일한 성격을 가진 것임을 간파하였다(Piore & Sabel, 1984).

이후 이 새로운 산업현상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크게 두 관점에서 접근되고 있다. 하나는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의 전통을 대체로 따르는 것으로서 생산방 식의 변화와 그에 대응한 신산업공간의 출현에 주목하는 관점이고, 다른 것은 신산업체제에 있어서 기술의 학습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것들을 촉진 하는 요인과 환경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신슘페터주의적 관점이다. 전자의 관 점은 주로 미국의 경제학자, 경제지리학자, 경영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었는데, 캘 리포니아학파의 A. J. Scott, M. Storper, 경영학의 M. Porter, R. Reich, 경 제학의 P. Krugman 등이 대표적인 학자라 할 만하다. 이에 대해 신산업체제 를 ‘기술 학습 및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신슘페터주의적 연구들은, 1980년 대에 성장한 진화경제학(Dosi, 1984; Dosi et al, 1988)과, 진화경제학을 이어 서 국가적 수준의 혁신체계를 분석한 국가혁신체계론(Freeman, 1988;

Lundvall, 1992; Nelson, 1993; Freeman, 1995), 지역적 수준의 혁신환경을 구명한 혁신적 환경론(Camagni, 1991), 학습네트워크에 의한 기술전파와 혁신 을 중시하는 학습경제론과 학습공간론(Florida, 1995; Gregerson and Johnson, 1997; Asheim, 1996), 지역 내에서의 혁신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지역혁신체계론 등으로 전개되었다. 이 이론들은 대체로 유럽 학자들에 의해 선호되고 있는 바, 기업을 넘어서 지역적(혹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학습과 혁신 네트워크를 중시하 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역혁신체계론은 기본적으로 국가혁신체계론과 혁신적 환경론을 조합한 후속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지역혁신체계론은 혁신적 환경의 구성요소를 유형화하고 체계화시킨 모델이라 할 수 있거니와, 국가혁신체계론의 국가적 수준의 혁신역 량과 혁신지원체계를 지역적 차원으로 축소하여 재구성한 이론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습 및 혁신과정에서 대면적 접촉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가 혁신체계에 대해 지역혁신체계의 설득력이 높아지는 추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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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체계론은 이후 학습경제학, 진화경제학, 학습공간론 등의 영향을 받 아 보다 복잡한 이론체계로 발전하였고, 자체적으로도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 를 분류하고 지역혁신체계를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측정지표와 평가기준들을 제시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Cooke et al, 1997; OECD, 1997; Mothe & Paquet, 1998). 나아가 지역혁신체계의 유형을 구분하여 각국 의 첨단산업지역 사례를 분류하는 등의 이론적 성과를 높여가고 있다.

2. 지역혁신체계론의 주요 내용과 구조

지역혁신체계론은 진화론적 혁신론, 상호작용 학습이론의 영향 하에 국가혁신 체계론을 지역 수준에서 재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지역혁신체계론에 보다 많은 영향을 준 것은 GREMI 그룹이 제안한 혁신적 환경론일 것이다. 특정한 지역의 환경요소가 산업적 혁신에 큰 영향을 주며, 특히 이 혁신적 요소들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통해 혁신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혁 신적 환경론의 아이디어는 지역혁신체계론의 골간과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지 역혁신체계론은 국가혁신체계론과 혁신적 환경론의 이론적 조합이라 할 만하다.

지역혁신체계론의 주창자인 P. Cooke에 의하면 ‘지역혁신체계는 지역경제의 혁신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적절한 환경적 조건들, 즉 기업, 연구기관, 대학, 혁신지원기관, 중앙 관련 부서, 은행, 그리고 지방정부 등이 지역에 내재된 제도 적 환경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상호작용적 학습에 참여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Cooke et al., 1997). 즉, 지역혁신체계론은 학습과 혁신을 기업 내부 차원에 서 접근하던 전통적 관점을 넘어서, 다양한 수준의 각종 기관들의 연계로부터 이해하려는 1980년대 새로운 흐름의 한 갈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도 특히 지역을 중시하고 체계를 도입하여 이를 보다 분석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지역혁신체계는 혁신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로 구성된다. P.

Cooke는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를 상부구조(super-structure)와 하부구조 (infra-structure)로 대별한다(Cooke, Uranga & Exebarria, 1998). 여기서 하부구조란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도로, 공항, 통신망과 같은 물리적 하부구조와 함께 대학, 연구소, 금융기관, 교육훈련기관, 지방정부 등과 같은 사회적 하부구조가 포함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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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와 발전된 혁신 체계의 특징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 발전된 혁신체제의 특징

지역혁신 하부구조

지역의 물리적 하부구조 (지방정부, 대학, 금융, 기업지원기관 등)

자주적 조세, 지출/지역에 뿌리를 둔 민간 금융/

자금 조달에 지역적인 파트너십 형성의 역량/지역 적 조정과 활성화 역량/전략적으로 중요한 인프라 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력 보유/지역에 뿌리를 내 린 대학/잘 통합된 R&D 시험소/지역적 직업 훈련 역량/지역적인 혁신 전략의 존재

지역혁신 상부구조

조직 요소(기업의 성격) 신뢰적 노사관계/현장 협력/노동자 복지 지향/모니 터링/외부화/혁신

조직 요소(통치의 성격) 비 배타적/모니터링/분권적/자문, 상담(비권위적)

제도, 문화 요소 협력 분위기, 연합적, 학습경향, 변화 지향, 관/민 consensus

주:낙후된 지역혁신체계의 특징은 발달된 지역혁신체계의 특징을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

자료:Cooke, Uranga & Exebarria(1998), 박경 외(2000) 재인용

적 하부구조들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이들이 지역 내에서 혁신 활동을 위해 얼 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가의 여부이다. 상부구조란 조직과 제도의 문화, 분위 기, 규범 등을 의미한다. 이런 상부구조의 요소들은 기회주의적 행동을 배척하 고 신뢰와 협력의 문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통제와 조정력을 잘 발휘하게 함으 로써 혁신 네트워크 형성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박경 외, 2000). 지역혁신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의 하부 구성요소 자체라기보다는 그들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지역혁신체계론이 하나의 이념형적 구성체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현실상에 있어서 지역혁신체계가 단일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세계에서 지 역혁신체계는 무수히 다양한 모습을 가지며, 제도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발전 경로도 상이하다. 그에 따라, 각국, 각 지역의 지역혁신체계들은 그 존재형 태에 따라서 여러 방식으로 유형화될 수 있다(Cooke, 1998).

지역혁신체계론은 태생에서부터 이중적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 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적 이론이지만 동시에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처 방적 이론이다. 이는 국가혁신체계론의 이중적 성격을 물려받은 것으로서, 지역 혁신체계를 이념형적으로 구성하면서 보다 우월한 상태와 취약한 상태를 구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방적 이론으로서 지역혁신체계론은 지역혁신체계의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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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형성을 통해 지역의 내생적 잠재력을 강화하고 개별 주체의 성과의 합보 다 지역 전체의 그것을 더 크게 만드는 전략을 제안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지역혁신체계의 주요 주체는 지방정부가 되는데, 지방정부 는 지역혁신체계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건과 사회문화적 환경의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은 종전의 국가나 지방정부의 개 입이 물적 투자, 단지조성, 인프라 구축 등 하드웨어 측면에 집중하였던 것과는 달리 사회적 자본을 고양하고 낙후지역의 혁신능력을 증진시키는 네트워크에 중점을 두는 접근이다. 또,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과 지방정부가 핵심주체로 나서는 새로운 거버넌스 방식이다.

Ⅲ. 지역혁신체계론의 이론적 한계와 정책적 적용상의 문제점

1. 이론적 한계

새로운 산업체계의 등장 및 공간적 입지 형태와 관련하여 그간에 상당히 다 양한 이론들이 제출되어 경합하여 왔다고 한다면, 지역혁신체계론이 이들 중에 서 특별히 주목을 받아온 이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Lagendijk, 2003). 오히려 M. Porter의 클러스터 개념이나 A. J. Scott의 신산업공간, Piore & Sabel의 유연적 생산과 산업지구, 학습경제학의 학습네트워크 개념 등이 훨씬 더 학계 내외의 관심을 받아왔고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지역혁신체계 모델이 정책적으로 전면적으로 수용된 사례는 국내를 제외하면 비교적 희소하다고 할 것이지만, 유연적 생산론이나 클러스터론은 전세계 주요 국가의 산업정책에서 광범하게 반영되고 있다. 선진 주요국들 뿐 아니라 대만, 중국, 인도 등에서 발 간된 산업경제정책 보고서에서 유연적 생산과 클러스터 개념이 빠지는 일은 거 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지역혁신체계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 이론의 이론적 정책적 강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혁신체계론의 무엇보다 중요한 강점은, 오늘날 산업경제 연구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모두 포섭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즉, 지역, 혁신, 그리고 체계라는 개념이 그것인데, 이 세 가지는 최근의 산업경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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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화두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이 이론이 향후 상당한 변용이 있을지라도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것임을 함의하는 것이다.

더하여 지역혁신체계론은 여타의 지역산업발전 모델들에 대해 내세울만한 다 양한 강점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지역적 혁신과정을 상당히 체계적인 관점에 서 접근한다는 점은 이 이론의 중요한 장점이다. 혁신적 환경론이나 학습공간론, 학습경제학, 진화경제학 등 대부분의 혁신 관련 이론들이 혁신의 발생과정을 대 면적 접촉을 통한 시너지효과 정도로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반면, 지역혁신체계 론은 훨씬 더 구체적인 구성요소와 그것들 간의 네트워크를 제시하고 있는 것 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적 틀의 상당부분이 국가혁신체계론에서 원용된 것이지 만, 적어도 지역적 수준에서의 혁신과정에 대한 분석모델로서 이만한 체계와 구 체성을 가진 이론은 아직 없다.

지역혁신체계론의 또 다른 이론적 강점은, 이 모델이 세계 각국의 첨단단지 사례 연구에 적용되어 나름의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Meeus et al., 1999; Braczyk, Cooke, Heidenreich, 1998; Simmie, 1996). 특히 각종 첨단 산업단지들을 지역혁신체계론의 분류체계에 대입한 연구가 제출되어 이 이론이 첨단산업단지의 유형화를 위한 유용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하여 지역혁신체계론은, 근래에 발전하고 있는 여러 학습 및 혁신모델들과 접합하거나 그것들을 포섭하는데 있어 거의 무리가 없음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 런 점들은 이 이론이 향후에도 더욱 진화, 발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역혁신체계론은 위에서 제시한 이론적 강점들에도 불구하고 또한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 이론의 일부 약점들은 이 모 델의 근원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나머지 상당부분은 향 후 이론의 발전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혁신체계론의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개념상의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판단된다. 지역혁신체계론은 혁신적 환경론과는 달리 상당히 구 체화된 분석체계를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기실 기본 개념 자체가 명확하 지 않다. 지역, 혁신, 체계 등 기본 개념이 모두 불명확한데, 먼저 지역 개념의 모호성을 살펴보자. 국가혁신체계에서 국가와는 달리 지역혁신체계의 지역은 공 간적 범위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구체화 하기 위한 이론적 경험적 연구도 진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이론적으 로나 정책적 적용에 있어서나 중요한 결점이라 할 것인데, 예를 들어 제3이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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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산업지구에 적용할 경우 개별 산업지구 수준의 혁신체계인지 에밀리아로마 냐주와 같은 주 단위의 혁신체계인지 혹은 그것을 넘어서 중북부 이탈리아 전 체를 통합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또, 혁신의 개념도 불명확하기는 마찬가 지이다. 혁신의 개념이 완전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인지 혹은 외부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인지에 따라 혁신의 의미 와 메카니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체계 개념의 불명확성도 지적되어야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체계란 구성요소 와 작동과정 그리고 외부환경과의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혁신 체계론에서는 체계의 내부와 환경 간의 관계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체계의 작동 메카니즘에 대한 설명이 너무 추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역혁신 체계론은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추출하고 분류하는 작업에 성과를 보였지만 그 것들이 작동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상호적 네트워크와 대면적 접촉에 의한 암묵 지의 교환’ 정도로 환원되고 만다. 그 결과 지역혁신체계론이 궁극적으로 혁신 적 환경론이나 학습공간론과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분 석틀이나 대안을 줄 수 있는지가 불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례연구에 도 반영되고 있는데, 그간에 제출된 국내외 사례연구들 중에서 혁신적 환경론의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인 혁신메카니즘을 밝혀낸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Meeus et al., 1999; Braczyk, Cooke, Heidenreich, 1998; Simmie, 1996;

이철우 외, 2000; 권영섭, 2002).

둘째, ‘지역 내에 지역혁신의 어떤 체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의 논거가 부 족하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 지역이 여타 지역에 비해 기술 수준이 높다거나 혁 신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점 에서 보다 혁신적인 환경(지역)이 존재한다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이 특정 지역에 지역혁신의 체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 다. (체계라는 개념을 아주 느슨하게 사용한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체계라 는 것이 기본적으로 그 내부적 구성요소와 작동방식을 가지며 외적 환경과 상 호작용하는 것이라 한다면, 지역혁신체계의 내부적 구성요소와 작동방식 그리고 외부적 환경간의 구분이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사례연구들로부 터 판단하건대 지역혁신체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물론 실리콘밸리나 루트 128과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산업지역에서는 지역혁신체계론에서 말하는 온갖 구성요소들과 네트워크의 존재를 찾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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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실리콘밸리내에 형성된 학습과 혁신의 네트워크 가 지역 내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또, 세계적인 유연적 생산지역인 제3이탈리아의 주요 클러스터들을 살펴보면 지역 내에서 작동하는 혁신체계를 발견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탈리아 타일의 3/4를 생산하는 사수올로 의 경우 타일전공학과나 타일연구소를 가진 대학이 없을뿐더러, 타일 생산기술 의 혁신은 거의 대부분이 소수의 기업들에서 전개되었다. 그것은 일회용 의료기 기의 세계적 산지로 부상한 미란돌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여타의 많은 산업 지구들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렇다고 제3이탈리아의 산업지구 현상을 에밀리아 로마냐와 같은 광역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지역혁신체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성과는 아직 아무 것도 없다. ‘지역 내에 산․학․연․관의 혁신 구성요소들이 상호 긴밀한 연관체계를 구축하여 기술혁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술혁신 위에서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 다’는 가설은 경험적인 증거에 기초한다기 보다는 선험적인 가정에 가까운 것이 다.

셋째, 지역혁신체계론은 지역혁신체계의 발전과정(혹은 성숙과정)에 대한 구 체적인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 지역혁신체계의 몇 가지 유형이 제시되긴 했지만 그러한 개별 유형들이 어떠한 발전단계를 거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직 없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데, 산업클러스터는 기본적으로 생태계의 천이과정과 같 은 여러 단계의 성숙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지역혁신체계론 자들은 근래에 Capello(1999)의 클러스터 발전단계론을 원용하여 지역혁신체계 의 발전과정을 모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Capello의 클러스터 개념은 지 역혁신체계와 차별적인 것이다. 그는 클러스터 발전의 최종단계에 이르러서야 혁신클러스터가 형성된다고 설명하여, 지역혁신체계의 형성이 클러스터 발전의 최종단계에서나 가능하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넷째, 지역혁신체계 모델을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 연구들의 부족은 이 이론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정한 산업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것들 간의 네트워크 를 밝힌다면 지역혁신체계론은 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지역혁신체계 의 실제적인 존재 양태와 작동방식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 역혁신체계론은 상당히 분석적인 단위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경험적 연구에 이를 적용해 볼만하지만, 아직 이론 체계에 걸 맞는 수준의 경험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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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근래에 국내외에서 관련 연구 성과들이 제출 된 바 있지만, 그것들의 분석내용과 결과는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간의 관계 를 구명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지역혁신체계론을 토대로 산업지역의 유형을 구분한 연구들의 한계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에 P. Cooke(1998) 등이 지역혁신체계의 유형을 구 분하여 각국 사례들에 적용하였지만, 그것들은 지역혁신체계론의 핵심아이디어 와 큰 관계가 없는 분류기준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지역혁신체계 를 구축하는 기업혁신지원제도에 따른 분류는 첨단단지나 산업클러스터 개발지 원제도의 분류와 구분하기 힘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분류가 각 첨단산업단지 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를 두지 않고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한계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역혁신체계론의 보다 결정적인 취약점은 리서치파크 혹은 사이언스 파크와 같은 전형적인 지역혁신체계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경험적 부적합성이다.

지역혁신체계론에 의하면 이공분야 우수 대학과 연구소가 집적되어 있는 곳에 는 첨단적 생산기업이 입지하게 되고, 또 그렇게 되면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츠쿠바학원연구도시, 간사이학술문 화도시, 고베학원연구도시의 경우나 대덕연구단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역혁신 체계론의 기대는 환상이 되고 만다. 츠쿠바학원연구도시는 건설된 지 이미 40년 이 가깝고 여기에는 일본 최고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과 대학이 집적해 있다. 하 지만 이곳에 첨단기업들이 거의 정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소간의 기대심리로 들어왔던 기업도 다시 빠져나가는 양상이다(이동우, 2002; Castels & Hall, 1994). 그 점에서 세계 최대의 연구인력을 가진 대덕연구단지 주변의 상황은 약간 나은 편이지만, 크게 본다면 대동소이한 실정이다. 대전 지역의 경우 대덕 연구단지 내 연구기관이나 대학과 연계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드물 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첨단기업 중에서 대전지역으로 이전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덕연구 단지에서 파생된 벤처업체들이 인근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것들 중에서 해외로 수출을 하거나 국제경쟁력을 갖춘 업체 역시 소수에 불과하다(강병수, 2003).

이철우 등(2000)의 연구에 의하면 대전지역 기업의 혁신성은 공장지대인 창원 지역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역혁신체계 옹호론자들은 츠쿠바, 대덕 등의 사례가 구 성요소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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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혁신체계론이 보다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츠쿠바와 대덕 등의 리서치파크들에서 왜 혁신네트워크가 긴밀히 작동하지 않는지 그 구 체적인 이유와 메카니즘을 밝혀야 할 것이며, 적절한 처방을 통해 상황을 개선 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2. 정책적 적용상의 문제

지역혁신체계론은 그간의 지역산업정책이 주로 하드웨어의 구축에 중점을 두 었던데 대해 지역산업 육성에 있어서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이론은 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서 혁신을 강조하고, 지역을 중시 하며, 대면접촉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전술한 바, 지역혁신체계론은 다른 어떤 유사 이론들 보다 이론 구성과 정책 적 함의가 구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론이 이론적 측면이나 실제 정 책상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은 체계의 구성요소이다. 지역 적 수준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 효율적이고 잘 짜여진 혁신시 스템이 존재해야 하는데, 혁신체계는 그것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과 이 요소들 을 연계하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Lundvall, 1992). 그런데 네트워크에 관한 분석이나 정책수단에 관한 설명이 많지 않은데 대해 체계의 구성요소에 대해서 는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정책적 방안은 주로 구성요소들을 확충․

보완하는데 두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혁신체계론을 세계 각국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 는 한국 참여정부의 시책을 보더라도 이러한 경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여 정부는 국가적 산업경쟁력을 고양하고 지역경제 진흥을 실현하기 위한 우선적 과제로서 각종의 연구센터 설립, 대학의 연구능력 향상, 지역혁신센터 설립, 중 소기업의 혁신역량제고 등을 중점과제로 꼽고 있는 것이다.

여하간 지역혁신체계론이 여타의 지역적 혁신 관련 모델들에 비해 보다 구체 적인 정책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러나 이 이론의 정책화에는 많은 문제점과 한계가 남아있다고 판단된다.

지역혁신체계 모델을 실제 정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당면하는 첫 번째 의문 은 ‘지역적 수준의 혁신역량이 지역산업의 발전에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근본 적인 문제이다. 오늘날 학습과 혁신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말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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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듣지만, 그것이 기업경쟁력에 실제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분명하 지 않다.

이 접근방법이 정책적으로 크게 주목받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그간의 하드웨 어 중심의 첨단산업단지 개발의 실패에 대한 반동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특히 유럽과 한국에 있어서 첨단산업단지 개발이 예상외의 부진을 거듭해온 바, 관련 전문가들과 정책담당자들은 그간의 전략이 하드웨어 개발에 치중한 데 대한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럴 듯한 입지를 찾아서 화려한 청사진을 가 진 단지를 조성하여 첨단연구기관과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계획들이 여기저기서 시도되었지만, 첨단산업단지 작동상의 소프트웨어를 소홀히 한 결과 사업부진과 실패를 반복하였다는 것이다. 즉 지역혁신체계 구축전략은 하드웨어 중심의 첨 단단지 개발에 대한 안티테제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 및 소프트웨어 편향의 접근전략 역시 소기의 성과를 거 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혁신주도적 산업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서 제시되는 것이 Saxenian(1994)의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Route 128 간의 비교 연구인데, 이 연구 결과는 과도한 추론과 논리적 비약에 의지하 고 있다고 사료된다. Saxenian은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 Route 128을 넘어선 원인으로 조직문화의 유연성과 산․학․연의 개방적 연계를 들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Route 128이 197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고의 첨단단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또 Route 128이 여전히 미국내 2위의 자리를 유지하 면서 미국 서부지역의 대부분의 첨단단지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지, 더하여 미국 서부지역에서 실리콘밸리가 유독 최고의 산업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Saxenian이 어떻게 설명할 것 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Fukuyama(1995)는 일본 사회를 고신뢰 사회로, 중국, 대만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평가했는데, 일본의 첨단단지 개발이 대부분 실패한 반면, 베이징의 중관춘이나 대만의 신주과학산업단지가 최단 기 간 내에 극적인 성공을 거둔 사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지역혁신체계론의 핵심 문제는 소프트웨어 편향 적인 접근의 한계와 더불어, 그러한 접근이 실제로 지역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지역혁신체계 개념의 불명확함으로 인한 정책수단 선택의 어려움이다.

전술한 바, 현 수준의 지역혁신체계론을 들여다보면 ‘지역’의 범위가 명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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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고, ‘혁신’의 개념도 불분명하며, ‘체계’의 메카니즘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이론을 정책화하는데는 수많은 장애가 따르게 된다. 지역의 범 위를 어떻게 잡아야 효과적인지, 어떤 수준 어떤 형태의 혁신을 목표로 해야 할 지, 체계의 요소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네트워크를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막 연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지방정부에 대해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라고 하면 막상 그것을 집행해야 하는 정책담당자들은 그저 연구소나 혁신센터를 설립하 거나 공식적인 정책기구나 산학연협의회를 출범하는 시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진부하고 형식적인 시책말고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참신한 시책을 주문하겠지만 중앙정부 자체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 지가 아닌가 한다.

셋째, 지역혁신체계의 구체적인 위상 설정의 불명확성에 관한 문제이다. 아주 전형적인 문제가 지역혁신체계와 클러스터간의 관계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국가와 지역들은 산업정책의 초점을 클러스터의 구축에 두고 있고 지역 혁신체계의 형성은 - 크게 염두에 두지 않거나 - 클러스터 전략의 일부로 취급 하는 경향이 있다. 클러스터 형성에는 관련 기업의 집적, 기업 간 전후방 연계 의 효율성, 산업인프라의 건설, 학습네트워크의 강화 등 여러 차원의 접근이 요 구되는데, 지역혁신체계 구축은 지역적 학습네트워크 형성의 일부 정도로 간주 되곤 한다. 하지만 지역혁신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국내외 일부 국가나 지역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국내 주요 산업정책보고서들에 의하면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은 혁신클러스터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지역혁신체계의 혁신클러스터라는 경쟁력 높은 산업시스템을 창출하는 지름길이요 정도라는 것이다(산업연구원, 2001a; 산업연구원, 2001b;

과학기술정책연구원, 1999; 국토연구원, 2000; 서울시정개발연구원, 1997; 서울 시정개발연구원, 2000; 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04). 그러한 한편으로 몇몇 정부 정책 문건(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03a; 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03b; 박동, 2003) 이나 주요 연구자들의 논문(김선배, 2001; 박삼옥, 2004)에 의하면 지역혁신체 계는 클러스터를 포함하는 거시적인 정책수행체계로서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클러스터는 산업군집이라는 준 하드웨어이고 지역혁신체계는 그것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지역산업 추진체계요 역량으로 설정되어 있다..

심지어 지역혁신체계 개념이 산업․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문화․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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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행정 차원으로 확대 적용되어, 지역 내 온갖 기능을 쇄신하는 정책체제라는 논리로 비약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지역혁신체계의 위상 혼돈은 이론적 토대의 부실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넷째, 지역혁신체계론은 정책적 관점에서 단계적 혹은 과정적 발전전략을 담 고 있지 못하다. 이 이론은 진화론적 관점을 취하면서도, 여러 구성요소의 네트 워크와 피드백을 강조할 뿐 어떤 과정이나 단계를 거쳐 지역혁신체계가 고도화 (성숙)되어 가는 지를 설명하는 바가 없다. 그 결과 지역혁신체계를 정책화하는 데 있어서 시간적인 혹은 단계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못하며, 여러 구성요소 들을 확충하고 협력문화를 진작하여 네트워크를 강화하자는 수준으로 단순화되 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조립식 라디오의 부품을 끼워 맞춘 후 전선을 적절히 연결하는 공학적 접근을 연상하게 한다. 좀더 우수한 부품을 사용하고 좋은 전선을 이어주면 더 좋은 음향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유사하다. 하 지만 산업클러스터든 지역혁신체계든 간에 이 산업생태계는 조립식 메카니즘이 아니요, 조립식으로 창출되기 힘들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 아닌가 한다.

더하여,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지역혁신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 는데 있어서, 어떤 요소가 보다 우선적인가 하는데 대한 전략적 구체성이 부족 하다는 점이다. 이는 발전전략으로서 중요한 약점이라고 할 것인데, 모든 것을 다 잘하자는 정책은 전략적인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허쉬만이 거점개발론을 주창하면서 전후방연쇄효과가 큰 산업을 우선적으로 유치하는 것 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구체적인 정책프로그램을 제시한 것과 비견된다.

다섯째, 지역혁신체계론이 기업의 학습 및 혁신역량을 과소평가 하는데 대해 공공연구기관이나 대학의 혁신역할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지 역혁신체계론이 기업 수준의 혁신 이상으로 지역적 혁신네트워크를 강조하고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태생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의 자체적인 혁신이나 기업들 간의 네트워크에 의한 학습보다는, 지역 내 존재하는 다양한 혁신 요소들간의 연계에 비중을 두는 것이 경험적인 근거를 가진 것인지는 의 문이다.

실제로 지역혁신체계론에 입각한 정책들이, 전문연구소나 연구개발기구를 설 치하고 산학연간의 협력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유럽의 몇몇 사례 를 통해 확인되거니와 국내의 경우를 보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지역혁신 체계 구축을 총괄하고 있는 청와대 지역혁신팀장은 혁신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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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내 두뇌기능의 보강과 산학연의 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현재 국내의 공단들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두뇌기능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기업을 공간적으로 집적한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새로운 기술혁신과 호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혁신클러스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존 공단들에 대 해서는 연구개발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획기적인 재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 고 혁신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기업과 대학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새로운 혁 신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박동, 2003)

그러나 기술혁신을 위한 기업의 기술정보 습득에 관한 그간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기업들이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는 자체 개발과 함께 관련 기업과의 관계가 지목되고 있다(Johnson, 1992;

Meeus et al, 1999).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업들의 기술 획득에 있어서 중요도는 ① 기업내부 개발 ② 공급자(납품기업) ③ 동종기업 혹은 계열기업

④ 고객기업 순이며, 공공연구기관, 대학, 리얼서비스센터, 협회 등을 포함한 공 공부문이 다섯 번째이다(OECD, 1997; Oerlemans, 1998). 그리고 제3이탈리아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리얼서비스센터의 역할이 공공연구 기관이나 대학의 그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Cooke and Morgan, 1998). 즉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있어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의 기여는 매우 작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조사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는데, 과학기 술정책관리연구소(1997)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혁신 원천은 ① 기업내부 ② 고객업체 ③ 경쟁회사 ④ 박람회 및 전시회 ⑤ 납품업체 ⑥ 특허 정보 ⑦ 기계장비 공급자 ⑧ 연구소 순이었다. 또 이철우 등(2000)의 조사에서 도 기업들은 혁신의 원천으로서 관련 기업을 압도적으로 꼽은 반면 대학 및 연 구소는 매우 낮은 비중만을 차지하였다. 나아가, 동 연구에서는 창원지역의 제 조업체들이 대전지역의 업체들보다 혁신역량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관련 기 업 간 연계가 대학이나 연구소와의 연계보다 중요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들은 지역혁신체계 구축전략의 방향이 기존의 접근방식과는 달라야 함을 시사한다. 기업을 혁신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역 내 연구소나 대학 이라기보다는 관련 기업들이며 특히 관련 분야의 전문기술을 가진 선도 업체의 존재는 지역 기업들의 기술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지역혁신체계론이 연구개발 기능의 확충과 산학연 연계에 치중하였다면, 지역혁신체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방안은 전문기술을 가진 선도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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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전략적 유치라 할 것이며, 이를 통한 산업클러스터의 형성이야말로 혁신클러 스터(혹은 지역혁신체계)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여섯째, 지역혁신체계론에 입각한 지역산업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더욱 불안감 을 주는 요소는 세계적으로 이러한 정책의 모범적인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모범적인 성공사례는 정책의 성공가능성 을 담보해주는 비전이 될 뿐 아니라 벤치마킹을 위한 훌륭한 교범이 될 수 있 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역혁신체계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지도 않 거니와 성과적인 사례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다만, 영국의 서미들 랜드 지방이 1996년부터 전형적인 지역혁신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하나, 그 성 과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권영섭, 2002).

물론 여기에는 이러저러한 사정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역혁신체계론이 1990년대 중반에서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근래에서야 정책화가 시도되 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혁신체계론에 입각하지 않더 라도 연구개발 및 혁신역량 제고에 중점을 둔 지역 정책이 적지 않았으나 현저 한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돌아 볼 때 특정 지역에 공공연구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역 대학의 연구개발 기능을 지원하여 지역경제를 부흥시킨 경우가 드물거니와, 기존의 지역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지원정책을 통해 지역산업 고도화를 실현한 사례도 발견하기 힘들다.

더구나 지역내 협력문화를 진작하고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 예는 더욱 찾기 어렵다.

실제로 15,000명 이상의 핵심 연구인력이 집중된 대덕과 츠쿠바에 효율적인 지역혁신체계가 형성되지 않은 사실에 비추어, 지역에 몇몇 연구기관을 유치하 고 지역 대학에 연구개발 기능을 확충한다고 해서 지역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지는 자못 회의적인 것이다.

Ⅳ. 결 론

지역혁신체계론의 이론적 형성과정과 구성체계를 살펴보고, 이 이론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정책상의 문제점을 논의하였다. 이 글에서는 특히 국내 산업정책의 핵심이 되어 있는 지역혁신체계론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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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한 정책이 보다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이 정책의 실효성 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지역혁신체계론은 아직 미성숙한 모델이고 향후 다양한 변형 및 발전 가능성 을 가진 이론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한 측면 도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이 이미 정책의 영역으로 깊숙이 도입되어 있기 때문 에, 이론적,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평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역산업정책에서 학습과 혁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지역산업정책의 전부나 핵심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기업들에게 있어 서 노동비, 인력확보, 물류비, 인프라, 지가 등은 여전히 중요하며, 특히 유연적 생산방식을 갖는 업체들에 있어 관련 기업의 집적은 치명적인 중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경남 사천시의 진사공단의 경우 수년간 국내외 어느 기업도 입주하 지 않다가, 외국인전용단지로 지정되면서 유수의 외국 기업들이 입주해왔다. 그 것은 산학연의 학습네트워크보다는 저렴한 지가와 기업 간 연계가 여전히 중요 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나아가, 지역혁신체계는 혁신클러스터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보다 는 궁극적으로 성취해야 할 클러스터의 최종 단계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지역 내에서 혁신클러스터 혹은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공 부문이 할 일은 연구개발 기능 확충과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산업 분야의 전문 기업을 유치, 집적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 성공적 사례들이 웅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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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al Reconsideration for Building a Regional Innovation System in Korea

O-Hyeok Kwon

Abstract

The aim of this paper is to examine critically the theoretical backgrounds of regional innovation system(RIS) and industrial policy issues concerned with building a RIS in Korea. Since 1990s, RIS has been highlighted as one of the new industrial development strategies in some region including Western Europe and Korea. Recently, Korean government has been driving the policies for building RIS.

In this paper, I review the literature on RIS and criticise the limitation of the RIS theory, including: fuzzy conceptualization, insufficiency of the case studies to show the concrete dynamics of RIS, lack of explanation on development process of RIS, etc. And, based on this critical review, I raise critical question of whether RIS is a useful tool for developing innovative clusters and fostering regional industries.

JEL classification : R0 R3

Keyword:regional innovation system, innovative cluster, network, New regionalism, regional industrial policy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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