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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군사력 건설에 주는 함의

Ⅵ. 전략적 함의

2. 한국의 군사력 건설에 주는 함의

미국의 국방비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군사력 조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되 고 있는지에 대해 한국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국방력 변화 가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 수준과 범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 히, 미국의 국방력 감축은 한미 동맹을 통한 전쟁 및 우발상황 대응에도 큰 영향 을 줄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국방력 감축이 한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 고 이에 대해 정책적 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국방력 변화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불확실성’이 다. 한국은 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전략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분명 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14 QDR은 비교적 명확하게 미국의 향후 국방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나 국방예산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불투명하다.

다시 말해서, 전략과 예산 간의 괴리가 매우 크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전략 은 ‘건축으로 착수될 수 없는 조감도’에 불과하다. 2015 회계연도 국방예산안 그리고 미래연도 국방프로그램에 대해 미 의회는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Alexander, 2014). 미 의회가 국방부의 예산안에 대해 상당 수준의 예산삭 감을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목되고 있는 것은 2016 회계연도 국방예 산이다. 의회가 2016년부터 시퀘스터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주문한다면 2015 회계연도 국방예산안 그리고 미래연도 국방프로그램에서 제시된 군사력 조정은 거의 전면 재검토 및 조정되고 미국의 국방력은 더 큰 폭으로 감축될 것이다.

미국의 국방예산과 군사력 조정을 둘러싼 이 ‘불확실성’이 미국의 미래 전략수 립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예산과 군사력 조정에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 실이나 이에 대한 분석이 한국의 안보에 주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한국은 이를 고려하여 미래 군사력 건설의 방향성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은 미 지상군 감축이 주는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스캐로퍼티 주한 미군사령관 그리고 오디오노 미 육군참모총장의 최근 발언은 국방예산의 지속 적 감축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잘 드러내고 있다(이제교, 2014).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2014년 4월 2일에 열린 미 하원 국방위원회 청문 회에서 국방예산 감축으로 인해 한반도 유사시 후속병력 증파에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작전계획의 이행은 대규모 후속 병력의 증파에 기반하고 있다. 만약 후속전력 전개 속도와 규모에 큰 변화가 생 길 경우 작전계획의 이행 자체가 어렵게 된다. 오디오노 미 육군참모총장 또한 만약 2016년부터 시퀘스터가 재적용된다면 현역 여단전투단을 46% 가량 감축 시켜야 할 것이라고 증언하였다(Ferdinando, 2014).

이에 대비하여 한국은 지상전력 운용 개념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지 상군 감축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시 뿐만 아니라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미 증원전력의 부족을 어떻게 상쇄할 것인가 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사태에 대한 해법 에 있어 미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의 투입을 배제하고 무인기 등 다른 수단으로 이라크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병역자원의 감소로 인해 지상 전력의 규모를 증가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다. 2014년 3월 발표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에 따르면 한국군 상비 병력은 2022년까지 52.2만 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다. 주된 감축 대상은 지상군 특 히 육군이다.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미 육군 상비군은 52만에서 41만까지 감축될 전망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해군과 공군이 지상군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교훈을 잘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 모두 지상군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대규모 지상 전력이 소요되는 상황이 발생 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해법은 예비 전력의 정예화이다. 상비군의 규모를 증가시키 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군이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예비전력인 것이다. 한국 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루면서 상비전력의 부족을 예비전력의 정예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미 육군의 경험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어 야 한다. 한국군은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예비전력의 조기 정예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군은 기존의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타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미군 의 군사력 감축을 고려하여 계획을 현실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간에는 전 면전, 국지도발뿐만 아니라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연합작전계획이 존재한다. 미 군의 군사력 감축 규모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이는 곧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자산의 규모가 유동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근거하여 미군의 지 원 규모를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군사력 감축으로 인해 미 군의 지상군, 해군 및 공군 운용에 큰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은 미군이 실질적으로 지원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면밀히 판단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계획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미군의 군사력 감축이 미국의 근본적 쇠퇴를 의미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군의 군사력 축소는 분명 한미 동맹 기제의 작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재평가와 조정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되었다.

셋째, 한국은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미 공군이 보 유한 장거리 전략정보 탐지수단인 U-2기가 퇴역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글로 벌 호크의 구매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 만약 미국이 보유한 전략정보 탐지수단 의 운용시간과 대수가 현재보다 감소하게 될 경우 대북한 조기경보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평도 인근의 북한군 활동, DMZ 인근에 배치한 장사정포 350여 문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 에서 미국의 전략정보 수집능력이 약화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한국 은 이에 대비하여 정보・감시・정찰 수단의 자체 확보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4대 구입키로 한 정부의 최근 결정은 한국 의 전략정보 수집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략정보 수집 수단 운용상 문제점을 면밀히 고려하여 이에 대한 한국의 보완전략 및 수단을 수립 및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한국은 공군력의 수준을 재검토하고 추가 확충해 나가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향후 350대의 항공기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시퀘스터가 재적용된다면 추가적으로 80대의 항공기를 삭감해야 한 다. 미 공군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미 의회의 결정에 따라 현재의 계획보다 더 큰 폭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자체 항공 전력을 증강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14년 3월 24일 차기전투기로 F-35A를 구매하기로 최종 확정한 바 있 다. 총 40대를 우선 도입하는 총사업비는 7조 4천억 원이다. 한국 정부는 최초 8조 3천억 원으로 60대를 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예산상 압박으로 구매 대수를 줄인 것이다. 정부의 금번 결정이 한국의 공군력 증강에 큰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나 한국의 항공력 확충은 여전히 갈길이 먼 상황이다. 특히, 1999년 이후 14년 동안 표류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의 지연으로 인해 항공 전력이 점차 노후화되고 있어 항공력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항공력 확충 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의지와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다섯째, 한국은 사이버전 수행능력 증강을 위한 예산을 증액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국방비 감축기조 속에서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사이버 분야이다. 미국은 사이버전이 미래의 안보 환경과 전장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국 또한 사이버전에 대한 관심과 예산을 할당하고 있으나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사이버전 수행능력 확충의 방향성을 분석하여 적용해 나가야 한다. 사이버 전략의 수립, 인원・시설・체제의 확충을 위한 필수 예산의 할당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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