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지연산업과 지역사회

가. 지연 및 혈연적 유대

농촌의 공업화는 지역 내에 농가 겸업 방직업자라는 경영체를 창출시키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사실상 농촌 내로부터 임금노동자를 추출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기업행동에서 방직업자 혹은 독점자본이 어느 지역 혹은 어느 농가를 선택하여 하청으로 자본의 논리에 편입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 업이다. 하청을 선택할 즈음 해당 농가의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을 가져 오는 지역이나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연산업과 지역사회 조직 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군마현 이세사키 직물산지는 직기에 의한 생산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방직 인력(여직공)의 확보는 경영유지에 필수조건이었다. 그러나 방직인력의 가공비 등 노동조건은 타 산업과 비교해도 열위에 있었고, 극히 한정된 조건을 갖춘 부녀자 노동력이 대상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재택 노동력이 대상이 되었고, 신 규 확보는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방직인력 획득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하다시마와리’라는 업무를 수행하는 종업원이다. 하다시마와리는 기본적 으로 방직에 대해서 준비공정을 잘 파악하여 씨실을 보내고, 제품 회수와 가공 비 수수를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방직인력의 신규 개척도 중요한 역 할이었다.

방직인력의 확보는 통상의 구인방법으로는 곤란했고, 하다시마와리의 일상 의 생활경험과 인간관계에 의존한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이세사키 직물산지의 H 방직업자는 십수 년 전에 군마현 아카키야마 산기슭의 미야기무라하나게이 시에 몇 채의 방직인력을 획득하였다. 최초의 방직인력이 된 것은 M(60세)이었 다. M은 이전에 다른 방직업에 있었지만, 농협부인회에서 함께하던 A로부터 H방직업자의 하다시마와리를 소개받아 H방직업자를 만나게 되었다. M은 H방 직업자를 만나기에 앞서 마을 친목회의 I나 농협부인회에서 낯익은 사이였던

F 등 몇 사람에게 권유하여 가내방적의 견학회를 조직하였다. 결과적으로 방직 인력이 될 수 있는 노동력을 소개하게 되어 H방직업자는 이 시점에서 다섯 채 의 방직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M는 마을에서 ‘보살펴 주는 사람’이라고 불 리고 지역사회에 있어서의 소집단 조직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H방직 업자의 하다시마와리에 있어서 M과 같은 지역사회의 ‘보살펴 주는 사람’을 장 악하는 것이 방직인력 확보의 길이며, 일상생활 경험 속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다시마와리는 지역사회의 내부구 조를 통찰하는 힘과 교제가 경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세사키 산지 의 H방직업자는 지역사회의 조직과 잘 결합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것에 의하여 방직인력의 확보를 도모한 것이다.

지역의 조직을 보다 조직적·전략적으로 이용했던 것이 오쿠노도 지역에 있 어서의 독점적인 원사 제조사이며, 니시진 방직업자의 탄고지역 진출이다. 특 히 전자는 지역경제의 진흥을 배경으로 자치체 및 농협조직이 방직업 창업의 창구가 될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보조금과 자금융자라는 형태로 농촌의 공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직물 산지와 같이 제도적 및 조직적으로 지연산업을 도입한 사례로는 반슈 소면업산지가 있다. 반슈 소면업산지는 고도 성장기에 태평양 벨트지역에 포함 되고, 소면의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력을 필요로 하여 히메지 및 타츠 노 이북의 농촌 및 산촌지역에 진출하였다. 이러한 지역에서 자치체 및 농협은 지역의 인구 감소나 농림업의 정체에 의한 지역경제의 쇠퇴를 보완하기 위해 서 산간지역의 농가에 소면업 도입을 권유하고 소개를 시도하였다. 지자체는 농가의 소면업 도입에 즈음하여 과소 대책사업 혹은 농업 근대화 등에서의 자 금을 융자하고, 또 농협도 창업 시에 농지를 담보로 설비자금의 일부를 융자하 여 농가의 소면업 창업의 기반을 제공했다.

소면업 도입률이 높았던 효고현 이치노미야쵸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975년까지 창업한 농가는 46호였지만, 확실히 자치체 및 농협으로부터의 소 개에 의한 창업은 17호로 37.8%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이때 소개되어 창업한 농가를 제외하면, 과반수 이상이 농협·자치체로부터의 소개가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975년 이후는 이러한 소면농가를 핵심으로 농촌 내에서의 지연·혈 연관계를 축으로 한 소면업이 신규 창업하였다. 그것은 친척으로부터 친척에게 소개한다는 혈연적 결합, 혹은 근린 농가 및 이러한 종업원의 분파 및 독립이라 는 지연적 매개에 의한 창업형태였다. 이러한 농가군은 공동작업을 실시하는 이른바 친목회의 구성원이기도 하고, 혈연 및 지연적 집단에 의해 형성되어 소 면 제조기계의 보수나 기술지도, 생산의 호조, 관혼상제의 상호협조에 미치는 등 사회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복잡하게 서로 겹치는 지역적 집단이 되었다.

이리하여 반슈 지역에 있어서 소면업 지역의 형성은 북부 산간지역에 있어 서의 임업부진이나 농업기반의 취약성이라는 경제적 요인을 기반으로 하고, 그 구체적 도입은 농촌의 사회구조를 이용하면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즉 소면업이 농·산촌지역에 침투하는 과정에 대하여 마을의 지연 및 혈연적 관계 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은 극히 특징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소면업이라는 지연산 업의 농촌적 성격을 현저하게 반영하고 있다. 또 소면업을 도입한 농가에 있어 친목회 등 마을의 지연 및 혈연적 관계는 소면업 경영 혹은 생산기술 등의 다 양한 정보를 원활하게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한편, 이치노미야마치에서 소면업의 확대는 반슈 북부지역의 농가에 설비나 창업 운용자금을 부담하고, 한층 더 소면 생산 노동력을 지연 및 혈연적 관계를 통해 재생산하여 성공한 것을 의미한다. 즉 소면조합은 소면 생산을 위한 자금 을 농가 경제로부터 염출하고, 그리고 노동력을 농촌으로부터 분리시키지 않고 조직화하여 종전의 소면 생산체계와 생산력을 유지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농 촌의 자금과 노동력을 농촌 내의 지연 및 혈연적 관계에 의해 조직화하고, 그것 을 소면생산을 위해서 체계화했다는 반슈 소면업지역의 형성 과정은 확실히 농촌형지연산업의 전형이다.

나. 새로운 시대의 지역(사회) 네트워크

‘중소기업 백서(2000)’는 지리적으로 “접근한 특정의 지역 내에 다수의 기업 이 입지함과 동시에 각 기업이 수·발주 거래나 정보교류, 제휴 등의 기업 간 관계를 발생시키고 있는 상태를 산업집적이라고 부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산지형 산업집적은 “지역 내의 원재료나 축적된 기술을 서로 활용하는 것으로 성장해 왔다”라고 언급한다. 즉, 산업집적은 지역 내의 다양한 경영자 원을 산지의 공유 기반으로 하고, 그것을 서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성장의 원천이라는 논리를 전개한다. 환언하면, 그것들은 지연산업 산지가 공 유하는 사회자본이라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고도 성장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지연산업 산지는 양산체제의 정 비를 추구하고, 그 경우 사회자본이 완수한 역할은 거래 비용의 삭감, 혹은 양 산체제에 대응하는 생산수단과 생산공정의 근대화 과정이었다. 그것은 지연산 업이 지역 내의 자원을 일방적으로 이용, 수탈하는 형태이며 사회자본 이용의 전제인 상호의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1990년대에 들어와 가속 화된 국제화와 수요 구조의 변화는 과거의 산업집적 결점을 노출시켜서 산지 의 축소를 초래하였다. 그래서 양산기와는 다른 부가가치를 가진 제품과 시장 개발이 필요하고, 지연산업 산지에 있어서의 사회자본이라는 가치의 재검토가 요구되었다. 지연산업 산지는 원재료 기반이나 지연 및 혈연조직, 자치체 및 농 협 등의 행정경제 조직과의 관계를 다시 보고, 새로운 시대에 대응한 산지기반 의 재편성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대의 지연산업 산지에 있어 남겨진 지역자원은 역사적으로 혁신을 계속해 온 전통기술과 그것을 지지해 온 인재이다. 산지 내의 전통기술과 인재라는 소 프트한 사회자본을 얼마나 활용할지가 지연산업 산지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 때문에 지연산업의 산지 내에 디자인 개발 전통기술 및 혁신적인 경영능력도 기업과 사람의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과 그 것을 지원하는 조직의 편성이 추구되고 있다.

즉 최근에는 과거의 지연 및 혈연조직과 행정지원은 기능하지 않고, 새롭게

전문화된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유연하게 조합한 네트워크와 거기에 참가하는 인재육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조직편성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각각의 능력을 평 가하고 사회적 신뢰 관계에 근거하는 지연산업 산지가 탄생하고 있다. 이 새로

전문화된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유연하게 조합한 네트워크와 거기에 참가하는 인재육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조직편성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각각의 능력을 평 가하고 사회적 신뢰 관계에 근거하는 지연산업 산지가 탄생하고 있다. 이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