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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산업과 지역경제

고도 성장기의 지연산업은 수요 확대에 대응하여 산지 규모의 확대를 지향 하였다. 한편, 농산어촌 지역은 과소화와 농어업 생산의 부진에 고민하며, 지역 진흥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 시기, 지역의 값싼 노동력 획득을 의도하는 방직업자 및 원사 제조사·섬유상사와 소득·취업기회를 증가시키고 싶은 지역 의 기대가 일치하여 농촌 공업화가 진척되었다.

여기에서는 전통적 직물 산지인 니시진(西陣) 직물 산지인 탄고(丹後) 지역 에의 확대, 독점적인 원사 제조사의 계열화가 진행된 호쿠리쿠(北陸) 산지, 수 출용 선염 면직물의 반슈(播州) 산지 등의 선행연구를 소재로 지연산업과 지역 경제의 관계를 살펴본다.

니시진 직물산지에 있어서 1960년대부터의 탄고지역에의 진출은 현저하고, 니시진 방직기 대수의 70% 이상이 탄고지역에 배치되어 있다. 현재는 니시진 직물산지 전체의 방직기 대수의 감소에 의해서 탄고지역의 방직기 대수도 정 점기의 3분의 1이하가 되었지만, 하청에서 차지하는 탄고지역의 비율은 매우

크고 니시진 직물산지의 탄고지역 의존의 구도는 변화하지 않고 있다.

탄고지역에의 니시진 직물 산지의 진출은 지역경제의 피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촌에 대하여 살펴보면 근해어업의 붕괴는 일자리가 없어져 일의 기회 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데도 이 원격지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영세한 연안어업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생활은 매우 곤궁했고 그들에게 주어 진 방직업도 없었다. 아오노 도시히코도 ‘쇼와 33(1958)년도 농산어촌 진흥 특 별조성 사업계획(융자 계획) 변경승인 신청서’를 인용하여 매년 농가경제는 악 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방직업 도입에 의해 가내공업으로써 부녀자를 전업자로 한 선염직물 생산을 하여 그 공임수입에 의해 농가경제의 유지를 도모하기 위 하여’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탄고 지역에 있어서의 니시진 직물하청의 확대는 196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 있어서 타산업과의 노동력 경쟁에서 뒤진 니시진 방직기 제조사의 저렴한 노동력의 획득 전략이며, 그것은 성장에 뒤처진 농산 어촌 경제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또 아오노 도시히코는 탄고 지역에서 보여 지는 것 같은 농촌 공업지역의 형성을 ‘자본이 한층 더 저공임에 견딜 수 있는 영세기업을 요구하고, 농촌으로까지 직접적으로 지배의 그물망을 펼쳐간 현상 의 지역적 투영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농촌공업화는 양산체제를 지향한 화학섬유직물 산지에 있어서 더 한 층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시카와현에 있어서의 직조업은 원사 제조사 및 섬유상사에 의한 계열적인 양산체제 확립을 위해서 지금까지 직조업의 공백지역이었던 노도반도의 나카 노도, 구치노도 지방에 진출하였고, 더구나 오쿠노도 지역으로 확대를 기도하 였다. 그 결과, 1960년대 중반 이후 오쿠노도 지역은 다수의 새로운 영세 규모 의 농가 겸업 방직업자가 생겨났다. 그것들은 ‘하치다이바다야’라고 불렸다. 오 쿠노도 지역의 방직업자 수는 1964년에 16호였지만, 1967년에 67호, 1970년 265호로 약간의 폐업을 보이면서도 증가하였다. 이들은 독점적인 원사 제조사 및 섬유상사와 그 대행 업무를 실시하는 산원상사(직물도매)에 의해 계열화 되 어 원사 소비부문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아오노 도시히코 등은 오쿠노도 지역 에 있어서 직조업 창설의 지역경제적 배경으로는 ‘과소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

였다. 오쿠노도 지역은 1960년대 이후 농업 부진과 보조 수입원인 임업(제탄업 등), 어업의 쇠퇴가 청년 노동력뿐만 아니라 기간 노동력의 유출을 낳아 과소화 를 현저하게 진행시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오쿠노도 지역에 있어서 직조업 의 신규 창설은 자본에 의한 저임금 노동력의 수탈기구에 말려드는 한편, 절박 한 지역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지역측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농가의 직조업 참가사례는 효고현 니시와키시를 중심으로 한 반슈 직물산지에 있어도 나타난다. 반슈 직물산지는 고도 성장기에 수출용 직물산지 로 성장하고, 철저한 사회적 분업체제에 의한 양산체제를 확립하였다. 그 직접 적인 요인은 태평양벨트 지대의 공업화에 의한 노동력 경합에 의하는 것이고, 많은 방직업자는 관련 공정 및 직조 공정의 노동력을 주변 산간 농촌지역에서 찾았다. 한편, 주변 산간 농촌은 원래 평균 경지면적이 매우 작아서 농업수입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였으며, 이전부터 반슈 직물업은 겸업형태를 띠고 있었고 농업 외 수입의 원천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니시와키시 및 주변의 방직업자에게 농가의 기간 노동력이 기계 보전공, 중년여성 노동력은 직포공으로 취업되고 있었다. 1970년대가 되어 산지의 사회적 분업체제가 더 한층 진전되면서 이러 한 농가는 스스로 공장을 설치하여 방직기를 도입하고, 농가 겸업 방직업자로 산원상사(직물도매)의 하청이 되었다. 반슈 직물산지에 있어서 농가 겸업 방직 업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니시와키시 주변지역에 있어서 그 비율이 40%를 넘 는 지역이 대부분으로 그 중에는 80%를 넘는 지역도 있었는데, 이는 직물업이 농촌지역에 어느 정도 침투했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탄고 지역, 오쿠노도 지역, 반슈 지역에 있어서의 농촌 공업화의 사례는 경제 학적으로 보면, 자본에 의한 농업 노동력의 임금노동화, 노동수탈이라는 독점 자본에 지역이 이용되는 메커니즘이 기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농 업 및 어업 부진에 빠진 지역경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형태이었다고 해도 소득 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의 확보가 중요하고, 직물업의 농어촌 진출은 지역경제의 유지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