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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대안의 징후들

사회 변화와 농업·농촌의 미래

4. 절망에서 희망으로: 대안의 징후들

4.1. 위기에서 희망을 찾다

이제까지 우리는 절망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산업과 도시 중심의 발전 모델은 한국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더 많이 벌고, 더 큰 아파트에 살면 행복하리라고 믿고 달려왔지만, 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는 한계가 들어나고 있 다. 끝없는 고도성장과 소득 증대라는 기존 발전주의의 전제들이 점차 해체되 고 있다. 기존의 성장 모델에서 농촌과 농업은 희생의 자원이었다. 농업은 쇠 퇴했으며, 농촌의 인구는 급속하게 고령화되어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에 직면 하게 되었다. 또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라 식량수급의 위기와 먹거리 안전성의 위험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러한 절망의 증상들은 2030년, 2050년과 관련해서 결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없게 한다. 여기서 미래라는 것은 사회적 행위자들이 주어진 환경 혹은 기회 구조 속에서 선택하고 행동함으로써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 현재의 조건들 가운데 발견되는 희망의 징후들을 포착하 고, 그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이 장의 목표이다.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에 대해 검토하겠다.

첫째는 농촌의 다문화 가족이다. 농촌의 국제결혼의 증가는 절박했던 농민 들의 선택이다. 그럼 의미에서 다문화 가족의 증가는 한국 농촌사회 재생산 위

기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를 전향적으로 평가하고, 어떻게 하면 다문화 가족을 농촌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자원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는 한국 농촌의 미래를 여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이론적인 수준에서, 그동안의 세계화가 경제 중심, 자본 중심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한다면, 국제결혼에 의해 진행된 다문화 가족의 증가는 사회문화적 세계화로 이해할 수 있다. 단일민족주의의 신화를 해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역동적인 미래를 기획하기 위해서 농촌 사회가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활성화와 새로운 다문화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 의 적극적 노력과 협치가 필요하다.

둘째, 귀농·귀촌의 증가라고 하는 새로운 현상이다. 최근의 귀농·귀촌은 도 시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개인적 선택이 아니다. 많은 경우 도시적 삶이나 경쟁적 사회에 대한 자기성찰과 다른 방식의 사회경제적 삶에 대한 욕구가 발견된다. 이것은 사회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화적 변화 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했던 메가트렌드로서의 대안문화의 등장이라는 맥락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으로서 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다. 이는 기존 발전 모델이 전제로 하고 있던 도시와 농촌의 극단적인 이분법 을 극복하고, 공생적인 도농사회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없어서 쇠퇴하고 있는 농촌에 다양한 새 사람들이 이주해서, 지역사회를 활성 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큰 자원이 될 수 있다.

셋째, 대안 먹거리 운동이다. 먹거리 위기라고 하는 우리 사회 및 농촌의 위 기 증상은 다양한 형태의 대안들을 등장시켰다. 기존의 산업형 농업과 (초국 적) 농식품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식량체계에 의존하는 먹거리는 시간의 맥락 을 탈각시킨 패스트푸드요, 공간의 맥락을 해체한 글로벌 푸드라고 할 수 있 다. 이에 따라 식품이 가지는 시공간적 맥락을 복원하기 위한 슬로푸드, 로컬 푸드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생활협동조합이 가장 눈에 띄 는 대안 먹거리 운동이고, 그 외에 농민장터, 친환경급식운동, 지역사회지원농 업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 먹거리 운동은 한국사회의 먹거리

위기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농촌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산업주의, 도시중심주의, 경제개발지 상주의 등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된다.

4.2. 다문화 가족: 저출산 농촌을 넘어 사회문화적 세계화로

단일민족 신화를 견지해왔던 한국사회도 19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의 증가와 외국인 근로자에 의해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한 추정에 따르면 2020년에는 다문화 자녀 총수가 167만 명에 달할 것이며, 신생아 중 32%는 다 문화 가정에서 출생할 것이라고 한다(임형백, 2007).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인 종과 민족 개념에 있어서의 전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농촌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새 로운 농가 형성은 상당부분 외국 여성과의 혼인에 의한 것이다. 2005년을 기 준으로 할 때, 남성 농림어업 종사자 결혼 8,027건 중 국제결혼이 2,885건으로 35.9%를 차지했다. 농촌의 국제결혼 건수는 2006년에 3,525건으로 최고에 달 한 뒤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표 3-8 참조). 하지만 여전히 전체 농 촌결혼 건수의 40% 정도가 국제결혼이다. 이제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족 은 농촌사회의 중요한 가족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표 3-8> 농촌의 국제결혼 건수와 비율: 2004~2008

연도 농촌 결혼 건수 외국 여성과

결혼 농민수 농촌 국제 결혼율

2004 6,629 1,814 27.4%

2005 8,027 2,885 35.9%

2006 8,596 3,525 41.0%

2007 7,667 3,171 41.4%

2008 6,458 2,472 38.3%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장기적인 사회적 결과를 낳는다. 가장 중 요한 것은 자녀의 출산이다. 다문화 자녀가 지역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등 장해서, 한국사회의 사회화 경로(가족, 학교, 종교기관, 직장 등)를 거쳐 가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구성원들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 이민자가족이 농촌 지역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이후부터이 다. 따라서 현재 적지 않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표 3-9>를 보면, 2005년을 기준으로 할 때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자녀는 총 6,121명에 달하며, 이중에서 읍면지역이 40.9%를 차지한다. 87.1%는 초등학교 에 재학 중이며, 아직 고등학교는 3.4%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제결혼 건수가 많았던 것이 2000년대 중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15년을 전후해서 중고생 의 수자가 급증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많은 농촌의 학교들이 이미 폐교 되거나 폐교의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충원은 학교를 살리고, 지역사회 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표 3-9> 결혼이민자가족의 자녀 취학 현황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555 203 133 243 117 82 10 1,259 288 253 312 475 550 411 394 47 5,332 108 36 15 25 8 14 0 176 14 19 24 29 28 30 56 1 583

25 11 9 19 2 17 0 45 2 7 9 13 9 27 7 4 206

합계 688 250 157 287 127 113 10 1,480 304 279 345 517 587 468 457 52 6,121 자료: 교육인적자원부, 2006,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 실태조사 보고서󰡕.

농촌지역의 결혼 이민자가족은 가족주기 상 형성기에 있기 때문에 다른 가 족유형에 비하여 구조적 건전성을 지니고 있다(김흥주, 2007). 동시에 이질적 인 문화와 언어가 가족 내에 상존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족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심각한 것이 자녀의 교육문제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은 우리말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 한계를 느낀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의 여성과 그 자녀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제도를 도입해

야 한다. 예컨대 멘토제의 도입과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특별 교육프로그램

<그림 3-4> 귀농자 연령대별 분포

<그림 3-4>는 귀농인구의 연령대 분포를 보여준다. 그림에 따르면, 귀농자의 44%는 40대 이하이다. 20대와 30대의 비율도 적지 않아, 귀농이 개인 인생의 주요 대안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어서부터 귀농에 대 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생들 사이에도 귀농 이나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들도 귀농 지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 대 귀농인 선행학습교육지원 정책, 농촌정착지원 정책, 귀농인 지원정책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정책들 가운데는 귀농의 탈물질주의·생태 주의적 이념을 간과하고, 경영학적 마인드가 강조되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귀농이 진정한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에서도 패러다임 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전체 농촌의 입장에서 보면 귀농자의 수는 아직 적지만 이는 커다란 변화의 시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절망의 2050년을 희망의 시작으로 바꿀 수 있는 씨 앗이 바로 귀농인 것이다. 이는 몇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귀농자들은 일단 연령적으로 기존의 농민들에 비해 훨씬 젊고, 따라서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답보와 쇠락의 공간을 새로운 대안의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많은 귀농자들이 도시, 경쟁, 물질지상주의, 속도 등 기존 가치에 대해 회의를 가지 고 귀농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귀농자들과 그들이 만드는 공동 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셋째, 귀농자들은 교육이나 문화적 자원을 많이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귀농자들과 그들이 만드는 공동 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셋째, 귀농자들은 교육이나 문화적 자원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