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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이상적 인간상을 추구한 한자배열

다산은 유학의 이념 위에 세워진 조선의 지배체제에서 누적된 모순으로 백성의 고통 이 극심해지고 홍경래의 난으로 사회적 동요가 표출하기 시작하던 시기를 살아갔다.

이에 따라 그의 학문적 관심은 당시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여 전개되었 다. 여기에서 그는 경전의 연구를 바탕으로 유학의 통치 원리를 재인식하고 사람이라 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서 인간의 가치와 가능성이 사회질서 안에서 실현 될 수 있다고 보았다.96)

다산이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인식하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고 있었던 만큼 『아 학편』은 기존의 한자 학습서와 달리 사람에 관한 한자들을 가장 먼저 배열하였다. 그 리고 사람에 관련된 한자를 160자나 수록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다산이 얼마나 사람 을 중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수록된 한자들은 가족, 친척, 타인의 순서 로 배열되어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더 넓은 사회적인 구조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 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게 한 이 후 천문과 자연과 같은 더 넓은 영역에서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공간적 배경을 확대해 나가면서 한자를 배열하였다. 그리고 다시 사람의 구체적인 삶으로 눈을 돌려 실생활과 관련된 횃불, 숯, 부싯돌, 솥, 냄비, 절구, 눈썹먹 등의 생활도구에서부터 세 금, 소송, 법, 숫자와 수치 등의 생활과 관련된 제도와 농사, 숫자의 쓰임 등의 한자를 배열하여 백성의 삶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가족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 아가 실생활이라는 삶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한자를 배열한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덕목을 실천해감으로써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인지하게 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의 가치를 중시했 던 때의 사상과 교육의 부활이 요청되었다. 이같은 관점에 따라 다산은 옛날의 학교에 서는 마땅히 예와 음악을 가르쳤으나 지금은 책을 읽기만 한다고 하여 당시의 학교교 96) 금장태, 『다산실학탐구』, 소학사, 2001, 213∼214쪽 참조.

육을 비판하였다.97) 또한 『樂書孤存』98)의 서문에서 음악은 마음을 화평하게 하며 반드시 교육되어야 한다고 하였다.99) 이처럼 다산에게는 음악교육의 회복이 사람이 사 람으로서 지켜야할 덕목의 가치를 인지하는데 필요한 선결조건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아학편』 상권의 마지막 부분에 ‘악기’에 해당하는 종, 북, 경쇠, 피리 등의 한자를 수록하여 ‘음악’에 대하여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 한자 학습서도 악기를 수록 하고 있지만 다산의 저술인 『아학편』에 수록된 악기는 人道로 배움의 단계를 넓혀가 예로써 행동을 절제하기 전에 마음을 화평케 하는 음악의 도구로써 의미하는 바가 다 른 것이다. 또한 유형자를 수록하고 있는 상권 마지막에 ‘악기’ 항목의 한자를 배열한 것은 유형의 악기를 통해 무형의 음악을 연상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유형자에서 하권의 무형자로 전환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처럼 악기에서 음악으로의 연상학습 후에 하권의 ‘인도’ 항목이 이어진다. ‘인도’의 항목은 ‘仁’으로 시작된다. 다산은 ‘仁’을 유교의 모든 규범을 포괄하는 최고의 규범이 라고 보았다. 그리고 ‘仁’의 실천덕목으로 孝, 弟, 慈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항 목에는 孝, 弟 , 慈가 수록되어 있다. ‘仁’을 인지하고 배우는데서 나아가 실천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같은 덕목을 학습한 후 하권의 마지막에는 사람이 자신을 ‘수양’

해가는 방법과 유학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자배열 을 다음의 표를 통하여 확인해 본다.

97) “古之所謂學校者, 習禮焉, 習樂焉. 今禮壞樂崩, 學校之敎, 讀書而已” (「목민심서」, 『정본 여유당전서 28』, 다산학술문화재단, 2012, 249쪽.)

“옛날의 학교는 예와 음악을 익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예와 음악이 무너지고 학교의 교육은 책만 읽 을 뿐이다.”

98) 이 책은 다산이 분서갱유 이후 소실된 『樂書』의 회복을 목적으로 저술한 책으로 음악이론, 음률, 악 기 등을 내용으로 한다.

99) “禮以節外, 樂用和衷. 節乃制行, 和則養德, 二者不可偏廢.(...) 則樂之於以敎人所先務也” (정약용, 「악서 고존 서」, 『정본 여유당전서2』, 다산학술문화재단, 2012, 395쪽.)

“예로 행동을 절제하고 음악으로 마음을 화평한다. 절제는 행동을 바르게 하고 화평은 덕을 기리는 것이니 두 가지 중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폐해서는 안 된다. (...) 음악으로 사람을 교화시키는데 먼저 힘써야 한다.”

<표 28> 유학의 이상적 인간상을 추구하는 한자배열

항목 해당한자

인륜 天地父母 君臣夫婦 兄弟男女 姉妹娣嫂 祖宗子孫 姪姑甥舅 姨婭婿媳 妻妾嬸姆 伯仲叔季 族戚朋友 賓師主客 翁媼童叟

악기 鐘鼓磬管 簫笛琴瑟

인도 仁義禮智 孝悌忠信 慈良敦睦 寬和恭愼

수양 吾我爾汝 勤孜奮發 沿泝源流 揣揆本末 保養德質 修飾才能 楷型範 規 矩準繩

수양 堯舜禹湯 孔孟顔曾

다산은 <표 28>과 같이 인간관계 → 음악 → 유학의 최고규범인 仁과 실천덕목 → 수양방법→ 이상적 인간상(수양목표)에 해당하는 한자를 배열하고 있다. 수양이라는 항목에는 ‘나’와 ‘너’라는 주체가 성실하고, 분발하고, 本末을 헤아리고, 德과質을 기르 고, 재능을 닦고, 모범과 준칙삼고 등의 한자를 순차적으로 배열하여 수양의 방법내지 과정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 즉 인간관계 안에서 나를 인식하고 음악을 숭상하고 인의 덕목을 실천하되 성실하고 끊임없이 수양해나가서 요 임금, 순임금, 우임금, 탕임금, 공자, 맹자, 안자, 증자와 같은 성인의 삶을 목표로 삼 도록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아학편』이라고 하는 아동들이 배워야 할 한자 학습서에 수록된 한자의 내용과 배열순서에 속에 담겨 있는 다산의 소망이자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아학편』의 내용상 구성원리 속에 담긴 다산의 『아학편』 저술목적 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산은 당시 조선이 아동들의 효율적인 한자 학습을 위해 「천문 평」에 언급한 체계에 따라 『아학편』의 한자를 구분하고 배열하였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작업 가운데 아동의 인지단계와 이해수준을 우선 고려하여 한자를 배열하였 다. 또한 아동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인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을

중시한 한자배열과 실생활에 관련된 한자를 배열하였다. 그는 또한 악기에 해당하는 한자를 수록하여 음악교육을 부활하고자 하였고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가치를 지닌 덕목과 그를 실천하는 법을 알게 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살아가야할 마음가짐을 나타낸 한자들을 배열하였다. 마지막으로 유학의 이상적인 인 간상을 제시하여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배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다산은 조선의 아이들의 이해위주의 효율적인 한자 학습을 위 하여 기존의 한자 학습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고찰하여『아학편』을 저술하였고 이 책 안에는 「천문평」에서 언급한 한자 분류체계와 다산의 교육관이 고스란히 담겨있 다.

Ⅳ. 결론

다산은 한자 학습서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목적이 한자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대표적인 한자 학습서였던 『천자문』

은 서체를 익히고 문장을 익히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되었기 때문에 한자 학습서의 자 격이 없으며 심지어 불태워버려도 좋다고까지 하였다. 또한 「천문평」이라는 글을 통 해서 문자의 발생 원리와 小學의 교육내용을 근거로 삼아 자신만의 분류체계를 내세웠 다. 이 체계는 『천자문』을 비롯하여 기존 한자 학습서였던 『유합』, 『훈몽자회』,

『신증유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루어진 것으로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유형자와 무형자의 명확한 구분이다. 『천자문』은 문장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한자를 학습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의 한자 학습서인 『유합』,

『훈몽자회』, 『신증유합』도 문장형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고 유형자와 무형자 의 구분을 시도하였으나 완전하게 실현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다산은

『아학편』에서 유 · 무형자를 명확히 구분하여 한자를 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유형자를 상권에, 무형자를 하권에 수록함으로써 한자 학습에 순서를 두었다. 즉 구체적인 형상 이 있는 한자를 배운 뒤 간접적으로 유추하여 체득할 수 있는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다산은 문장의 학습보다 문자의 학습이 우선시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어조사에 해당하는 虛字를 완전히 배제하였다.

둘째, 形 · 情 · 事의 구분이다. 이는 먼저 유형자와 무형자를 구분한 뒤, 무형자를 다 시 情과 事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한자 학습서에서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다 산만의 인지단계를 고려한 삼분법적 구분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연구 에서 『아학편』은 形 · 情 · 事 구분이 명확히 되어 있지 않다고 한 것과는 달리 본 연 구는 다산이 形 · 情 · 事의 분명한 구분 하에 한자를 배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셋째, 유족별 분류체계이다. 한자의 유족별 분류는 다산 분류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유·무형자의 구분, 形 · 情 · 事의 구분과 연계될 때 완성이 되는 체계이 며 그에 따른 한자 학습방법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다산은 『아학편』의 총 2,000 자를 모두 의미에 따라 분류하였다. 기존 한자 학습서 중 『천자문』은 의미별로 한자 를 분류하지 않은 반면, 『유합』, 『훈몽자회』, 『신증유합』은 유형자에 한하여 의 미별로 한자를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무형자의 경우 세목으로 분류하지 않고 수록한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하여『아학편』은 항목분류표가 제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수록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