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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역사환경에 내재된 문제들은 무엇인가?

앞에서 살펴 본 갈등 사례들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는 근대역사환경이 오늘날 새로이 요구되어지는 도시생활의 모든 요구를 고려할 때 반드시 보전되 고 활용되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가와,. 만약에 그래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었다. 이는 이 연구에서 연구자가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생각해보 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근대역사환경에 대한 보전의 당위성이 확보되지 않고 서는 근대역사환경을 대치하는 대상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무리이고, 또 사 회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근대역사환경의 당위성이 확고히 확립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회성원들 간에 문화적 동의를 이루어 낸 다 면 근대역사환경의 보전 쪽으로의 방향 정립은 매우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척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전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근대역사환경 을 파괴하거나 소멸시키는 행위는 결국 우리의 도시공간에서 역사적 흔적을 지 우는 것이고 시간적 깊이를 좁히는 것이다. 역사적 흔적은 사람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결국 흔적을 지우는 일은 사람들의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일이고, 현

대화의 삶 속에서 우리가 최근 겪고 있는 자아상실과 주체성 결여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작은 일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부작용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도시개발 전반에 걸쳐 진행되어 온 역사⋅문화적인 면이 결여된 접근방법들은 큰 역사적인 죄를 범하는 것과 다름없다. 땅이 비었다고 해서, 낡아버렸다고 해 서 우리세대에서 우리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서는 안된다.37) 이러한 기본 인식 속에서 근대역사환경과 연관된 구체적인 문제들을 정리해 본다.

(1) 이념적 문제

많은 진보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지금도 근대역사환경 보전의 문제를 모 든 국민이 같은 마음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즉, 기 본 의식의 부재 문제로서 국가의 정책 방향을 수정⋅조정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여론화 작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상황이다 보 니 시민들도 근대역사환경의 보전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재 공식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근대역사환경들은 사적, 유형문화재, 기념물, 등록문화재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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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제도가 도입되면서 많은 부분에 있어 변화가 있고 또 그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보호대상의 유형이 건축물에 집중되고 또 단일 대상에 그치고 있는 한계는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고유 한 정체성을 대변하고는 있으나, 문화재적 가치가 부족한 대상들은 관심대상에 서 제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근대역사환경의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것이라는 점이 다. 이는 언젠가는 극복되어야 하지만, 근대역사환경에 내재되거나 가려져 있는 선조들의 희생이 부각되지 못하고 희석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2) 정책적 문제

37) 이상해, 1992(8), “건축가의 역사‧문화의식,” 플러스.: pp. 48-49.

정책적 문제로는 등록문화재제도가 도입된 후 많은 부분에 있어 개선의 여지 를 보이고는 있지만, 현재의 법⋅제도 하에서는 문화재의 원형 보존 차원에만 의 존함으로써 근대역사환경이 가지는 독특한 속성들이 고려되지 못하고, ‘활용’에 대한 다각도의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근대역사환경을 위한 정책이 개체 단위의 대상에만 머물고 있어 다양한 유형의 근대역사환경들이 면(面)의 형태로 형성하고 표출하고 있는 고유한 지역 의 정체성을 지켜갈 수 있는 틀이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면의 형태로 잔존하 는 근대역사환경은 개발 잠재력 또한 매우 강한 곳에 대부분 입지하고 있어 현재 의 도시재개발을 뛰어 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면 법으로 보 호받고 있는 근대역사환경 이외에는 머지않아 대부분 파괴될 것이며, 보호될 근 대역사환경들도 전체적인 지역 구조의 파괴와 왜곡으로 인해 본래의 기능 수행 이 불가능해 질 것이며 가치 또한 반감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 책으로 문화재보호 및 도시계획 관련법들 간의 연동체계를 구축하자는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 왔다. 서울의 인사동과 전주의 한옥지구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성 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3) 경제적 문제

경제적 문제는 근대역사환경의 보전 문제와 가장 민감하게 관련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결과들은 근대역사환경의 입지적인 조건에 따라 두 가지 경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대도시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입지 하는 근대역사환경들은 개발지향적인 도시개발 패턴으로 인해 토지의 경제성만 이 부각되어 전반적인 지역성에 대한 몰이해로 연계되고, 결국 근대역사환경의 존립 가치를 상실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지방도시의 원도심에서 주 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문화재 위주의 차별적인 보호 정책으로 인해 점차 지역 환경과 분리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방법의 활용이 어려워지며 결국에는 무관심 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이의 보완책으로 도입된 등록문화재제도는 인식 범위에서 벗어나 있던 근대역 사환경들의 가치를 부각시키는데 기여하고는 있지만,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 역사환경이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논리 개발과 실증 단계에는 이르 지 못하고 있다.

집합형의 근대역사환경 활용에 관점을 두고 있는 이 연구의 입장에서 볼 때, 근대역사환경과 경제성과의 관계규명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개발 이익 보다 보전 후 활용의 가치가 대등하거나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 는 근대역사환경을 지켜가기 위한 핵심적인 사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주의사회에서 경제권 포기를 강요하는 비자본주의적인 근대역사환경의 보전 정 책은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가 불균등, 불공평으로 나 타나는 모순을 흡수해서 공정한 자본주의원리로 해결하든, 창의적 방안을 통해 새로운 근대역사환경의 활용을 창출하든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38).

(4) 실용적 문제

실용적 문제는 기술적 문제와 계획⋅설계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건축복원과 리모델링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근대역사환경의 (재)활용을 위한 접근이 매우 다양 해지고는 있으나, 근대역사환경의 진정성 차원에서의 논의와 이에 따르는 기술 들의 연구와 개발(리노베이션 기준, 인센티브 제공 방법 등)은 활성화되어 있지 는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2002년 들어서면서 (재)아름지기, (재)예올,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 의 민간단체들과 특수법인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7년에 설립되면서 근대역

38) 서울 북촌 한옥지구의 예를 보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북촌한옥지구에서 표출되던 비관적 양상(국가의 일방적 주장과 지역주민들의 희생)은 15 여년이 지난 현재 180도로 변화되어 있다. 당시 전문가들의 주장도 국가의 책임론과 주민들의 경제 권 확보에 논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우리의 문화적 수준과 한옥 선호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북촌 한옥지구의 문제는 도시한옥들이 ‘전통성’을 위한 논의의 대상이기 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된 전통형 주택으로 바라보는 민간시장의 원리에 따라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되게 된 것이다.

사환경들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 은 매우 고무적이며 이러한 시금석을 토대로 꾸준한 투자와 더 큰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