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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 팔로워로서의 교사

(1) 과중한 업무로 인해 지쳐가는 교사들

연구참여자들은 수업이외에 나날이 늘어만 가는 학교현장의 가중되는 업무로 인해 지쳐가고 있었다. 행정업무, 학교폭력 관리 등의 생활지도, 학교행사 진행, 교육복지, 돌봄 등의 늘어나는 업무들로 인해 수업연구를 하고 준비를 할 수 있 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그들은 결과나 실적이 바로 드러나는 행정업무들 을 우선 처리할 수밖에 없고 행정업무나 학교행사는 끝내고 난 후의 보람도 없 이 그들을 지치게 한다고 하였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재연구도 하고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이 확보되면서 준비가 되는데.. 행정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준비가 안된 상 황에서 교단에 서게 되고 준비가 안된 채로 교단에 서게되면 그 영향은 아 이들에게 가고 그러고 하루 이틀 일년이 지나면 이 아이들은 대체 나에게 무얼 배우게 된걸까라는 생각이 들고... 죄책감도 생기고.. 결론적으로 따지 면 그 원인이 멀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교사들이 교재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뜻인데 ...부족함의 원인은 행정업무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난립하는 행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A-27

제가 했던 업무는 학습부진아 멘토링 그리고 두드림이라는 업무를 함께 했었죠. 두드림 업무는 교육복지 대상 아이들을 위해 행사를 추진하는 업무 인데 예산이 너무 많아서 다 쓰기도 벅차죠. 우리반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 력이 전혀 없어요. 공문 보고하고 기안 쓰고 행사추진을 반드시 해야 하고 하니까 우리반 애들이 조금만 사고 쳐도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지죠. 제 가 여유가 없다보니까. 교사가 쏟을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1년 동안 업무가 내내 끊이지 않으니까 우리 반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 게 되죠. 그러니까 아이들은 문제행동을 계속 일으키고 그 아이들을 수업시 간에 제지할 수도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드 는 거죠. 아~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차라리 일 못하는 교사로 찍히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죠. T-14

(2) 교사도 학생도 관심 없는 무기력한 수업 시간

연구참여자인 교사들이 교육과정재구성 실행공동체에 참여하게 된 계기로 자주 언급했던 분야가 수업이었다. 수업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직무이지만 현실적으 로 이에 집중할 수 없는 여건과 수업진행의 고충을 혼자만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는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참여자들의 경력이나 능력과는 관계 없이 그들 모두의 공감하는 문제였으며 교과서 중심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수업 에 한계를 인식하지만 이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 망하기도 하고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하였다.

수업시간 45분 중 30분 이상 설명했던 것 같아요. 30분 이상 설명하고 쓰면 서 아이들의 반응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죠. 교과서 내용을 전부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참여하지 않 는 학생들 야단만 치고 그랬죠. 그런데 내가 교과서 한 시간 열심히 떠들어 도 애들은 다음 시간 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거에요. 그런 것들을 봐오 면서 ‘이건 아닌데...’ 하며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죠. R-57

교과서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교사에게 가장 큰 한계로 다가오는 것은

학생들의 무기력하고 관심 없어하는 반응이다.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용은 학원에 서 대부분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배운 것들이라 새로울 것도 없고 선생님은 그 저 교과서 전달자 역할만 하는 사람들로 인식된다.

일단은 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에요. 교과서 수업이 선생님 것이 아 니고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선생님을 통해 내 머릿속에 주입하려고 한다 라는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이미 아이들 마음 속에 학원을 어릴적부터 다 니며 뿌리박혀 있는 거죠. 아이들도 그걸 충분히 느끼고 있는거죠. I-61

연구참여자들 중 특히 초등 교사들은 너무 많은 교과와 지도량을 버거워하고 있었다. 10개가 넘는 교과 모두를 매일 새롭게 진행되는 차시별로 준비를 해야한 다는 부담감과 이에 안전이나 환경 등 새로 추가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교재들 을 충분히 연구할 시간이 부족했다. 나날이 가중되는 행정업무와 행사로 인해 그 들의 본질적 업무인 수업 연구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교 과와 지도량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괴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할 때는 너무 많은 교과를 모두 차시별로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시간이 부족하게 되면 실제 수업은 지도서를 즉석 에서 보고 대충 가르친 적도 많았어요. 그래서 사실은 가르치면서 내용을 파악하다 보니까 가르치고 나서야 이렇게 가르치면 안되었던 내용이었는데 하고 후회를 하게 되죠. 내가 애들에게 가르칠 내용을 놓쳤구나 하는 생각 이 들 때가 있었죠. 그럴 때는 안타깝지만 저 혼자서 어떻게 해낼 수 없잖 아요. 각 교과별로 수업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실 각기 다른 교과지만 반복되는 내용을 또 가르치게 되기도 하고요. 많은 과목에 따른 많은 차시 를 준비해야한다는 부담과 압박감이 크죠. C-13

(3) 명령을 무조건 듣고 따라야하는 무기력한 교사의 모습

교육정책과 학교조직의 실질적 업무 추진자이자 교육활동 실행자로서 그들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인 교사들은 그들이 주체적 실행자가 아닌 충실한

이행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괜히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일을 추진하기보다 적당히 분위기 봐가며 형식적으로 무리 없이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학교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보아야 제대로 수렴된 적이 없 었던 경험 때문에 형식적이며 수동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게 되고 점차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기존 동학년 협의회 같은 경우는 부장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일반 교사인 우리에게 전하고 끝나잖아요.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동학년 협의회에서 제역할은 “아~ 그렇구나. 네~ 알겠습니다.” 하고 주로 듣는 역할이죠. 제 의견을 말할 기회도 없고 그랬다가 괜히 주목받기도 싫 으니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죠. 교육과정과 수업에 관해서는 말할 기회가 많지 않죠. 그런 말을 하더라도 그냥 푸념이죠. 교육과정이 거의 해마다 변 하고 있으니 교과 가르치기가 어렵고 버겁지만 그냥 “교과의 그 부분 가르 치기 어렵지 않아요?” 하는 정도이지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해결을 같 이 해보자라거나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은 거의 없죠. C-14

연구참여자들은 동학년 협의회나 학교 교사회에서 교육청 행정지시사항, 업무, 행사 관련 사항을 전달 받게 된다. 그러한 전달사항들에 대해 가끔은 부담감이나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되도록 이를 공식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더 나은 상황 이나 해결책 모색보다 현재 자신의 처지를 푸념하고 하소연하는 것으로 끝낸다.

함께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에서 그들은 주로 신변잡기나 자녀 교육 또는 부동산 등의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일반적인 기존의 동학년 모임에서는 공유할 것이 별로 없으니 사적인 이야 기를 주로 주고받고 일반적인 교육과정이나 수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것에 대한 해결점은 없어. 그냥 하소연만 하고 끝나버리지. A-21

동학년에서 교사들이 주로 부동산 얘기하고, 애들 영어학원 이야기하고, 가정 이야기,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하죠. 그러면 이제 그 평균적인 삶

에 속하지 않은 교사들은 되게 힘든 거죠. 남자 교사들은 특히 힘들죠. 결 혼 안 한 사람은 결혼 한 사람 얘기 듣기 싫죠. 물론 나도 이제 그 문화 속 에서 있었지만, 우리가 와서 이런 얘기를 하자고, 월급을 받고 있는 건가?

요즘에 저는 그런 생각 드는데. 교사 월급이 사실 옛날에는 적었지만, 지금 은 이제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하잖아요? M-41

참여자들이 학교현장에서 느꼈던 또 다른 좌절감은 교사들이 그들 스스로 해 결해낼 수 없는 문제와 그로 인한 답답함을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험담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교과 협의회에서는 주로 수다의 내용이 험담이었죠. 애들 씹기, 동 료 교사 씹기, 관리자 씹기, 학부모 씹기가 주제가 되는거죠. 이렇게 목적이 없이 남들 험담이나 하는 수다 되게 힘들죠. S-48

이렇게 그들은 학교현장에서 교육정책과 행정지시 사항을 수동적으로 받아들 이고 수행하며 느껴온 그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푸념과 하소연하는 것만으로 표 출하는 무기력한 이행자 역할에 적응해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