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0년이 되었고 주민자치를 시도한 지 10여년이 되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는 물론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행정의 비효율과 낭비 가 문제시되고 있다. 행정이 진정한 사회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지역공 동체와의 협치가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가치와 본질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공관리의 영역에 행정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와 주민들의 다양한 공동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방자 치이든 주민참여이든 공적권한을 행정이 독점하거나 과점해선 안되고 이를 분권 혹은 이양시 켜주어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하여 공동체와 지방자치가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 방분권은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지역의 미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전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인 셈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 스스로가 지역 차원의 정책 결정 및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때, 진정한 지방분권이 완성된다.

이는 최근 사회과학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자본 및 역량 강화와 관련이 있다. 한 사회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어떤 영역이 되었든 협동적이고 집합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회자본의 존재는 집합적 협력행위를 촉진시켜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고 본다8)(곽현근ㆍ유현 숙, 2005:348). 사회자본은 구조적 측면에서 지역사회 구성원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문화적 측면에서 그러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신뢰와 상호부조의 규범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회자본의 중요한 기제가 지역공동체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이 형성되려면 무엇보다 시민들 간의 참여와 신뢰가 필요하다. 시민참여는 참여하 는 시민들에게 공동체의식을 배양하게 한다. 시민들은 연습을 통해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을 배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독불장군식의 일방주의는 서로 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관용하며 사적 이익의 일부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이타적이고 양보적인 태도가 확산되면, 사회구성원들 간의 단결과 협력이 촉진되고, 상호이익이 되는 공동선의 발견 이 쉬워지며, 이렇게 발견된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유대가 강화된다. 공 동체의식이 발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연대감, 그리고 책임감이 강하여 공동의

8) 곽현근ㆍ유현숙, 2005, “지역사회 주민조직 참여의 영황요인과 집합적 효능감:충북청원군을 대상으로”, 「한국사 회와 행정연구」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공공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내가 없더라도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

라는 생각에서 공동 노력에 불참하려는 무임승차의 욕구가 자리를 잡기 어렵다. 그리고 무임승 차 욕구가 감소하다 보니 사회구성원들 간의 협력적 노력이 촉진되며, 집단행동의 딜레마가 사라지고 공공재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지게 된다9)(유재원, 2003:106-116).

이에 반해 공동체 의식이 강하지 못한 사회에서의 사람들은 원자화, 파편화되어 개별적으로 행동하며,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려는 성향이 약화되어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유발하 고 무임승차의 욕구를 유발하여 공공재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한다(유재원, 2003:116). 일반시 민들은 자신의 이해와 무관한 공동의 문제에 함께 참여하여 해결하려는 성향이 약하다. 많은 시민들은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안을 제외하고는 미래에 자신에게 영향을 줄 정책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권리는 향유하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선거참여를 제외하고는 공공영역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 시민들의 의식을 ‘가족개인화 문화’라고 할 수 있다10)(조현연ㆍ조희연, 2001:360).

사회자본론의 제창자인 퍼트남(Putnam, 1995:664-665)교수는 사회자본을 사회구성원들이 협력하도록 함으로써 공유한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성취하도록 만드는 사회생활의 특질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자본의 구체적인 형태로 사회신뢰, 호혜주의(reciprocity)의 규범, 그 리고 협력적 네트워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요소로 구성된 사회자본은 사회적 의무감 또는 사회의식이 없이 사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개인을 공동의 이익과 공동선을 지향하는 시민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사회적 접착제 의 역할을 수행한다(Newton, 1994:4). 따라서 사회자본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공동체의식이 발전하여 공동체 형성이 촉진된다. 그리하여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통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며,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만든다. 사회자본이 축적된 사회에서는

‘수준 높은 지방민주주의(high - quality local democracy)도 가능하다. 사회자본은 사회구성원들 로 하여금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며, 상대 방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장하며 사회적 갈등을 평화롭고 건설적으로 해결하 는 능력을 배양하게 하기 때문이다11).

9) 유재원, “시민참여의 확대방안:참여민주주의 시각에서”, 「한국정책과학학회보」, 제7(2)

10) 조현연ㆍ조희연, 2001, “민주주의 이행시대의 시민사회와 운동정치”, 한국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동학 11) 양덕순ㆍ강영순, “지역공동체의식이 주민참여에 미치는 영향 분석”, 「한국지방자치학회보」, 제20권 1호

요컨대 한국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회자본으로서의 지역공동체가 활성 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동체가 형성되려면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요소가 있어야 하 고 이로 인하여 형성된 네트워크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호혜성을 구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현대 도시사회에서는 이러한 유대감을 갖기도 어렵고, 더 나아가 개별화된 주민들이 호혜성을 가지 고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기는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행정이 이러한 사회자본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고, 그렇다 고 자생적으로 이러한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기다리는 것도 해답이 아닌 것 같다. 어디서인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주민자치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절에서는 주민자치의 개념과 주민참여와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제2절 주민자치와 주민참여 1. 대의민주제의 한계와 참여

민주주의는 우리의 정치적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며, 그 이념은 개인존재 의 근거, 사회관계 구성의 원리, 정치체제의 제도적 형성과 집행 등 다양한 차원을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역사적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른 형태로 실현되었다. 즉, 민주주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유, 평등, 연대의 원리에 기 초한 자치와 자율의 이념이었다. 하지만 민족국가와 같은 대규모의 정치단위 등장으로 직접 민주주의는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근대 민주주의는 한편으로는 시민권의 보장을 위한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이상과 정치적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적 이상이 결합된 자유 민주주의로 전환되었으며, 그것의 현실적인 정치제체 구성 및 운영원리로서 대의제민주주의로 발전한 것이다(보비오, 1989:40-41).

스튜어드 밀(John Stuart Mill)이나 버크(Edmund Burke)와 같은 고전적 사상가로부터 다운즈 (Anthony Downs)와 같은 현대 이론가들로 이어져 오는 자유주의적 대의민주주의 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엘리트주의 혹은 전문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현대사회에서 정치적 권위의 원천이 궁극적으로는 일반시민들에게 있다고 믿지만 일반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가 정치 적 혼란이나 우민정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 인식 아래 선거를 통해 인구 비례적으로 선출된 시민대표들이 정책적 쟁점을 논의해야만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

했다(다운즈, 1997;박희제, 2007:152-153 재인용).

하지만 대의제민주제는 시민들을 정치의 장에서 몰아내고 사적 영역에 안주하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만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엘리트와 기술관료들만이 의미 있는 정치적 행위자로 간주케 함으로써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대한 공적 토론과 시민의 집합적 의사 형성이 불가능케 하여 민주주의의 활력을 소진케 하였다(염정민, 2005:48). 특히, 현대에 대의제민주 주의는 공개적 토론의 붕괴, 엘리트 정치의 타락, 대표기관의 대표성 저하, 정당의 헌법상 지위

하지만 대의제민주제는 시민들을 정치의 장에서 몰아내고 사적 영역에 안주하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만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엘리트와 기술관료들만이 의미 있는 정치적 행위자로 간주케 함으로써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대한 공적 토론과 시민의 집합적 의사 형성이 불가능케 하여 민주주의의 활력을 소진케 하였다(염정민, 2005:48). 특히, 현대에 대의제민주 주의는 공개적 토론의 붕괴, 엘리트 정치의 타락, 대표기관의 대표성 저하, 정당의 헌법상 지위

문서에서 (1)(2) 마을공동체 복원을 통한 주민자치 실현방안 The Strategies for Citizen Autonomy through Rebuilding the Neighborhood Community (페이지 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