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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변화와 농업·농촌의 미래

1. 서 론

미래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적인 방법론에서도 경기 순환 론적(business cycle) 전망에서부터 중복세대 모형(overlapping generation model)과 같은 거시경제 모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정과 가설에서 시작하는 이론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어느 이론이나 선험적 실험도 사회과학적 현상을 정확하게 미래에 대해 투영하는 논리적 체계는 아직 완성된 바 없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적 기술적 접근을 통해 현실과 미래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특정한 산업 또는 경제주체의 행동양식을 요 약 정리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 운 점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미래에 대한 전망치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능한 한 전망을 위한 계량모델은 단순하고, 분석 결과에 대한 해석 또한 명확해야 한다. 이처럼 선험적 모델을 통한 미래에 대한 추론 가능성은 인간 행동의 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인 간의 합리적 기대가설(rational expectation theory)은 일반적으로 모든 소비자 나 생산자가 합리적인 개인의 판단이 집단의 이성적 판단으로 일정한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농업의 미래 환경을 전망하는데 있어 일반적인 농업 환경에 대한 개관

을 먼저 정리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농업의 미래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개관 이라 함은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미래 환경변화 속에 농업의 향방에 대한 논의 전개를 말한다. 농업 또는 농촌이라고 해서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 변화에 전 혀 무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유무역협정(FTA)은 단순히 제조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 그 자체가 글로벌 규범에 대한 미래 환경을 구성하게 되면서 농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유발한다. 한편, 최근 1930년 이후 최대의 대불황을 맞 은 글로벌 경제는 위기 후 어떤 패러다임이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매 우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세계 금융 및 실물경제의 지각변동(seismic shift)과 그리고 이에 따른 농업 의 변화는 첫째, 세계 정치경제사적 신패러다임이 어떤 모습을 띄게 될 것인지 에 대한 가설 검증이 필요하다. 농업과 정치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18 세기 후반 중농주의 시대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중상주의 사상이 어떻게 잘못 되었고, 어떻게 새로운 정치경제관을 탄생시켰는지 그 변화의 시대적 변곡점 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기 후 세계의 모습은 마치 18세기 초엽 식민지 시대 의 시작과 함께 융성한 중상주의에 대한 냉정한 비판을 닮아간다. 한 시대를 유지했던 경제철학이 또 다른 경제철학에 의해 대체되곤 한다. 프랑스 고전경 제학자이면서 중농학파의 창설자로 불리는 프랑수와 케네(1694~1774년)는 “국 가의 부는 농업 또는 토지의 개발로 발생한다”는 자연정부주의자였다. 이처럼 중농주의는 일찍이 중상주의자들이 금을 축적하고 무역수지와 통치자들의 부 를 강조한 것과 달리, 농업 노동력의 생산적 노동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 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둘째, 대외경제 여건의 변화와 함께 국내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필 요하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강소국 경제를 지향하는 수출주도형인 한국경제 는 세계 정치경제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적 대변 혁기에 농업이 갖는 정치경제적 의미는 무엇일까? 위기 후 세계경제의 잠재성 장력이 급속히 위축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경제가 더 이상 20세기 후반에 보여 주었던 성장세를 보이기는 다소 무리일 듯하다. 즉 저성장의 시대가 도래

하는 가운데 농업 환경의 악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위기 후 세계경제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가 심화되거나, 양극화 과정을 통해 빈 곤층의 증가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자칫 경제 구조의 불균형이 정 치 이념의 양극화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정치적 이념이 새롭게 다극화되어 가는 경제적 환경변화 과정에서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셋째, 21세기 후기 산업사회를 선도하는 산업과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이해 하고, 이에 대한 적응과 경영적 마인드가 뒤따라야 한다. 농업이라고 해서 반 드시 1차 산업으로 분류되어 모든 기술 분야에서 최하위의 기술이 적용된다는 식의 이해는 더 이상 곤란하다. 농업이라고 해서 IT와 BT와의 융복합화에 대 한 스스로의 무관심과 배격은 산업으로서 농업의 글로벌화와 대내외 경쟁력 약화를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글로벌 IT와 BT의 선두주자로서 앞서가고 있는 만큼, 농촌과 농업의 소프트화 및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할 것이 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학습의 자세는 한국 농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소규모 형태의 미래 농업 프로젝트는 메가 프로젝트로 대 형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농업을 더 이상 국내 농업으로만 제한하는 제약조건 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 농업이 정부개발원조(ODA)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해외 진출 전략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 진출의 활로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새 로운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농업의 국제화는 글로벌 기 업의 국제화와 별반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 이미 일본의 경우 1960년 대 이후 남미지역을 미래 식량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이와 같은 메가 프로젝트를 구체화시킨 사례를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스템 의 개발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농업의 글로벌화와 네트워크화, 인재 발굴과 육성, 미래 시장의 다양화 등을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노멀, 즉 ‘뉴 노멀(new normal)'로 단계적 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및 문화적 관점에서도 농 업을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저성 장과 규제 강화의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어떠한 형태의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

스 시스템이 형성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경제 는 G20 정상회의의 주요 회원국으로서 이러한 변화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변화를 ’뉴 노멀‘로 정의한다.

즉 21세기 형 글로벌 거버넌스는 위기 이전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협력에 서 견제로, 단극에서 다극체제로의 전환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 운용체 계를 의미한다. 아울러 고령화, 여성화, 1인 가구의 증가, 삶의 질, 가치 추구 등과 같은 인간 삶의 질적인 내용들이 결코 농업 또는 농촌의 미래와 무관하 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이러한 4가지 위기 후 나타날 대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 정치경제학적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변화 등을 바 탕으로 새롭게 조망해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발전의 창조적 전개, 농업 또한 산업으로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 지속적인 혁신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과 3장은 각 분야별 미래 환경에 대한 적응 과 변화를 요약한다. 즉 2장은 2030년과 2050년의 세계경제의 모습을 담는다.

3장에서는 산업과 기술, 기업의 변화, 사회문화의 진화를 통해 향후 한국 농업 이 글로벌 전략 산업으로서 성장할 향방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미래 한국 농 촌의 로드맵을 이들 4가지 축에 근거하여 정리해 보는 것이다. 4장은 시사점과 결론을 요약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 활동의 근간으로서 농업이 발 휘해야 할 리더십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