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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문화적 요소에 대한 학문적 이해의 결여

게임 연구를 위해 사용되었던 지배적인 이론은 내러톨러지(narratology)와 루 돌로지(ludology)다. 내러톨러지는 게임을 기본 미디어인 소설, 영화의 연장으로 보면서 기존의 선형적 내러티브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인터렉티브 요소를 가미 한 새로운 예술 형태로 분류한다. 루돌로지는 게임을 놀이로 파악하며 놀이적 특 성에 주목하여 게임을 설명한다. 게임은 규칙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규칙에 따라

91) 이승훈교수.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양대학교 정기학술세미나. 2019.06.19.

플레이 하면서 게임과 이용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게임의 유희적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 루돌로지 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를 위한 이론으로 게임을 정확히 설명할 수 는 없다. 요즘 만들어지는 대작 게임들은 이용자들에게 강렬한 스토리적 경험과 동시에 멀티플레이 지원을 통한 상호작용, 새로운 플레 이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네러톨러지, 루돌로지의 조건을 둘 다를 만족시키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은 서사로서의 요건, 놀이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게임들은 새로운 예술 형태로서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제작 자가 말 하고 싶어 하는 바를 전달하는 새로운 매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 하고 있다. 한국의 게임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전담하는 시나리오 작가의 비율이 2000년 708명으로 전체의 3%를 차지하였으나 2003년 454명 전체의 1%로 줄어 들고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2년 이후 통계에서도 빠져 버릴 정도로 한국 게임 에서 시나리오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92)

외국의 게임회사들은 시나리오를 공들여 만들어 게임의 캐릭터나 세계관을 구 축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적재산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 영화, 캐릭 터 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늘리고 게임의 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 ‘LoL’, ‘오버워치’ 같은 게임은 캐릭터 상품과 동시에 음악을 제작하거나 영화에 출현하고 전 세계적 규모의 E-sports 대회를 통해 게임의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의 게임이 수익을 위해 제작되어 가면서 게임의 수익모델은 현금수익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 곧 현금을 내면 경쟁에 승리할 수 있는 P2W을 제공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갔다. 가령 ‘리니지 M’ 과 같은 경우 특정한 버프를 위해 한 달 에 33,000원을 쓰는 것은 당연했고 최상위 유저가 되고자 한다면 33,000원을 하루마다 구입하여야 했다. 한 달에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자신의 순위를 유 지하는데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또한 상자에서 나오는 희귀한 아이템을 얻기 위 해 현금으로 억 단위의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93) 게임 내 최고의 아이템이라 불리는 ‘진명황의 집행검’은 제작하는데 억 단위의 돈이 들었다.

과금 유도와 과금을 하는 유저를 위해서만 행해지는 서비스제공은 한국 게임이

92) 『2003~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 콘텐츠 진흥원.

93) 신동근. “<리니지 M> 확률형 아이템 구성비율과 사행산업 적중확률 비교”. 2017년 국정감사.

루돌로지로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일어나는 상호작용들, 놀이로서의 역할 역시 심각하게 왜곡되어 지고 있다. 과금을 통해 게임 내에서 높은 지위를 얻게 된 게이머들은 피에르 브르디외(Pierre Bourdieu)가 자신의 저서『구별짓기』94)에 서 주장한 문화자본-이 경우 높은 레벨이나 강력한 아이템을 획득하게 된다.

현금을 사용하여 높은 위치에 올라간 유저들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한 유저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게 되며 이러한 경향은 리니지에서 높은 경험 치를 얻을 수 있는 사냥터에 입장을 제한당하거나 게임 안에서 성을 차지하여 세금을 받는 권한의 행사로 인해 불평등이 생겨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불평등 은 그들이 많은 현금을 지불했다는 것으로 정당화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 메 카닉은 게임 대다수의 이용자에게 게임 안에서 경험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낳고 다수의 이용자들이 게임을 떠나게 만든다.

게임에 대한 이해의 결여는 게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봄으로써 게임이 새로운 미디어로서 보여주어야 할 이야기 즉, 내러톨러지적 관점이 무시되었고 게임이 놀이의 수단으로서 플레이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상호작용 곧 루돌로 지적 관점 역시 심각하게 왜곡되게 되었다. 2014년 5월 18일 열린 ‘게임 중독 인가, 예술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이동연 교수는 “게임 산업의 규모는 크지만 그 에 비해 문화 연구 수준은 중세시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작자들이 게임을 문화로 대하지 못하는 환경이 곧 정부의 규제를 이끌어 냈으며 더 많은 규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95) 게임의 문화적 요소인 내러톨로지와 루돌 로지를 무시해버린 결과물은 결국 게임의 또 다른 목표인 수익성에 집착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러한 몰이해의 소산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시장의 편중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게임시장의 편중의 이유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 하여 짧은 시장의 성장과정에서 기업들의 수익성추구가 극대화되고 정부의 규 제만을 위한 잘못된 정책적 방향으로 인해 빠르게 대기업과 하청기업으로 양극 화 되어버린 시장의 구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94) Pierre Bourdieu (1979). 최종철 역.『구별짓기(La Distinction)』. 새물결. (2015).

95) 게임중독 이슈 토론회. 디스이즈게임. 2014년 6월 18일.

제7장 장르다양성 부족현상 해결을 위한 방법

제1절 대기업의 게임 장르 다양화 노력

관련 문서